배우 김재욱이 다채로운 연기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KBS 2TV 월화드라마 ‘크레이지 러브’에서 아이큐 190의 천재적 머리로 업계 1위 고탑(GOTOP) 교육의 대표 자리에 오른 ‘노고진’으로 분한 배우 김재욱이 카리스마와 코믹함을 아우르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김재욱은 기억상실증을 연기하는 노고진의 다양한 면모를 그려내며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했다. 노고진의 나르시시즘과 시니컬함은 물론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하며 뜻밖의 상황에 놓였을 때 보여주는 코믹함이 드라마의 맛을 살렸다. 여기에 딱딱한 겉모습 속 남모를 외로움을 지닌 속내를 엿보이기도 했다. 이 같이 김재욱은 캐릭터의 다채로운 감정 변주를 통해 드라마의 반전과 여운을 극대화했다.
지난 5회 방송에서 고진은 자신을 차로 치고 달아난 고탑의 전 강사 강민(이시언)을 살벌하게 압박했다. 지금껏 범인을 알아내기 위해 기억을 잃은 척 연기했음을 은밀하게 밝히며 공범을 캐묻는 매서운 눈빛과 서늘한 표정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런가 하면 고탑교육의 입시 설명회에서는 업계 1위 다운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뽐냈다. 다친 몸을 이끌고 휠체어에서 내려 직접 목발을 짚고 강단에 선 것. 사소한 디테일이 최고를 만든다는 철학을 지키며 좌중을 압도했다. 하지만 강연 후 참석한 회식에서는 이와 상반된 허술한 모습을 보여 상상초월 재미를 선사했다. 평소 수준급의 노래 실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배우 김재욱이 저음과 고음을 넘나드는 음이탈로 ‘음치 고진’을 연기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이 미친! 뭔 소리 하는 거야?”, “지랄, 가지가지 한다.”, “참아, 너 노고진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갓고진!” 등 속으로는 노고진표 노필터링 독설을 마구 뱉어 내지만 겉으로는 짜증을 숨기며 태연한 척 연기한 간극이 코믹함을 더했다.
한편 관심조차 없던 비서 신아(정수정)가 다르게 보이는 일이 벌어졌다. 신아의 노래 부르는 모습이 어쩐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가사와 더해져 가슴을 울렸던 것. 담담하게 인생의 외로움을 노래하는 신아에 고진은 남몰래 눈시울을 붉히게 됐고 그가 지닌 외로움을 짐작케 했다. 냉혈한인 고진의 감성을 자극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변화를 예고하며 이후 달라질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이처럼 김재욱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온도차 매력을 선보이며 극의 전개를 이끌고 있다. 차가운 세상에서 차가워질 수밖에 없던 고진의 까칠함을 노련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기억상실증을 연기할 때 드러나는 부드러움을 더해 노고진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도도함과 수수함, 진중함과 코믹함을 오가는 능수능란한 연기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김재욱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앞으로 전개될 달콤 살벌 로맨스를 기대하게 하는 ‘크레이지 러브’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차혜영 텐아시아 기자 kay3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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