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奇蹟),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기대하기조차 힘들거나 아예 불가능한 일이 실제로 눈앞에 일어나는 경우를 의미한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자신만의 가치관과 포부를 통해 전개해나가는 그런 순간, 그것을 우리는 기적이라고 부르며 실현하고자 한 걸음씩 내디딘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서지연은 놀랄 만큼이나 무한한 신념으로 새 삶을 그려낸 장본인이다. 세 번의 유산이라는 큰 아픔을 겪었음에도 낙담하지 않고 지금의 딸을 마주했다. 새 가족과 함께한 서지연은 촬영하는 내내 행복하고 싱그러운 얼굴이었다.
시험관을 통해 얻은 지금의 딸. 힘든 부분은 없었을까 묻자 그는 “지금의 딸은 7번의 시험관을 통해 어렵게 얻은 아기”라며 “그 시술 자체가 매우 힘든 과정이긴 했지만 아기를 만날 수만 있다면 내 몸이 어떻게 되어도 난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라고 답했다. 이후 “3명의 아이를 유산하고 천국으로 보내고 나니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더라. 지금의 아기를 만나기까지 4년이 걸렸다”라고 덧붙였다. 아기를 만난 건 정말 기적 같은 선물이라고 표하기도.
남편은 그 과정에서 어떤 마음을 가졌을까. 서지연은 “내가 시험관 과정을 겪으며 너무 힘들어하니 이제 그만하자고 타이르더라”라며 “아무래도 내 몸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보고 걱정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출산 후 삶에 있어서 어떤 부분이 가장 달라졌는지 묻자 그는 “아기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봐 TV 전원도 켤 수가 없다. 집에서도 엄청 조그만 목소리도 대화한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정말 다른 세계에 딱 떨어졌다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너무 정신없었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 익숙해졌다”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그저 아기가 있다고 해서 엄마인 게 아니라, 내 아이를 위해 좋은 교육과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어야 비로소 엄마가 되는 것”이라고 담담히 답했다.
연기 활동에 대해서 서지연은 “20년 넘게 꿈꾸고 이어온 만큼 연기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깊고 뜨겁다”라고 답하며 “지금은 육아 활동을 위해 잠시 멈춘 상태이긴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다면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05년 MBC ‘제5공화국’을 시작으로 MBC ‘환상의 커플’, MBC ‘메이퀸’, KBS1 ‘미워도 사랑해’ 등 정말 많은 작품을 경험한 그.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MBC ‘내 이름은 김삼순’과 ‘동이’, ‘골든 타임’이라고. 앞으로는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지 물어보자 “이제는 쾌활하거나 유머러스한 역할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엉뚱한 역할”이라고 답했다.
작곡, 작사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남편. 같은 연예계에 있었다 보니 통하는 부분도 많았다고. “가끔 슬럼프 때문에 낙담할 때도 ‘연기하는 모습이 가장 멋진 사람’이라며 한결같이 응원해줬다”라며 남편 자랑을 한창 꺼냈다. 연애하면서도 결혼에 대한 감정이 금방 드러났다고. “만난 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이 사람이다’ 싶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과거부터 봉사 활동을 쭉 이어온 그. 서지연은 “‘봉사’라고 하면 막연히 남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 무조건 도와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방향성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봉사 활동을 하면서 가장 감사한 부분은 힘든 사람들을 도우며 내 모난 모습을 갈고 닦을 수 있다는 점. 점점 더 좋은 어른이 되어간다고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이번엔 아기에게 어떤 엄마로 남고 싶은지 묻자 그는 “힘들게 얻은 아이인 만큼 올바른 가치관을 갖춘 사람으로 잘 이끌어주고 싶다”라며 “본인이 받은 사랑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추후 목표에 대해서 그는 “아이에게 따뜻하고 사려 깊은 엄마로 남고 싶다”라며 “늦게 낳은 아이인 만큼 건강하고 젊은 삶 유지할 것”이라고 알차게 답했다.
차혜영 텐아시아 기자 kay3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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