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편 한국영화 기획·제작
'최종병기활' '범죄와의 전쟁' '범죄도시' 등 흥행
'충무로 미다스의 손' 비결 "검증 된 영화 제작"
코로나19로 영화계 붕괴 위기→드라마 제작 도전
'최종병기활' '범죄와의 전쟁' '범죄도시' 등 흥행
'충무로 미다스의 손' 비결 "검증 된 영화 제작"
코로나19로 영화계 붕괴 위기→드라마 제작 도전
≪노규민의 영화人싸≫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수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제작자로서의 신념이요? 당연한 얘기지만 관객 돈이 아깝지 않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왕의 남자', '비스티 보이즈', '의형제', '최종병기 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끝까지 간다', '터널', '범죄도시', '버닝', '성난황소', '악인전',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타짜: 원아이드 잭', '침입자' 등 제목만 말해도 웬만한 관객이 알 만한 작품 속 크래딧에는 장원석 이라는 이름이 있다. 이들 작품을 포함해 40여 편의 한국영화를 기획·제작한 영화계 '인싸중의 인싸'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를 서교동 그의 사무실에서 직접 만났다.
장 대표는 1996년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김태균 감독) 제작부 막내로 영화계 현장에 발을 들인 뒤, 프로듀서 겸 기획·제작자로서 25년여간 영화판을 활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영화 산업이 붕괴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걱정과 고민은 산더미지만 (영화계가) 살아야 한다는 의지 하나로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윤계상, 박용우 주연 '유체이탈자'(윤재근 감독), 하정우, 임시완 주연 '보스턴 1947'(강제규 감독),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 주연 '대외비'(이원태 감독), 마동석 주연작 '압구정 리포트'(임진순 감독)와 '범죄도시2'(이상용 감독) 등 장 대표가 제작한 다섯 편의 영화가 촬영을 끝마친 상태. 이 중에는 모든 후반 작업이 마무리된 작품도 있고 CG, 편집 등이 진행 중인 작품도 있다. 애초 지난해 개봉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로 차질이 생겼고, 극장가가 여전히 침체에 빠져 있어 올해 개봉도 기약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아직 개봉 시기를 못 잡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영화를 추가로 더 준비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 다른 작품 제작은 뒤로 미뤘다"라며 씁쓸해했다.
강산이 2번 변하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요즘처럼 힘들 때도 없었다. '영화'라는 두 글자, 그 자체가 좋아 시작한 이 일이 여전히 재미있지만,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장 대표는 영화를 좋아한 어머니 덕에 영화에 빠지게 됐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많은 영화를 봤고, 중학교 때는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 매주 새로운 작품을 봤다. 장 대표는 "인생 첫 영화는 '시네마 천국'이다. 섬마을 소년인 토토가 영화감독이 되는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감독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을 꿈꾼 그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다녔다. 그러다 '박봉곤 가출 사건'에 참여했고, 이후 군대에 다녀온 이후 연출부 스태프로 일했다. 충무로에 몸담았지만, 준비하던 작품이 엎어지고, 급여도 못 받고 3년여 정도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찾아왔다. 그때 장 대표는 '이 일을 계속 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오는 법. 2005년 제작실장으로 참여한 영화 '왕의 남자'(이준익 감독)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실무를 담당하면서 '성공'을 근거리에서 보고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다. 제작에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정말 짜릿하고 달콤했다"라고 그 순간을 회상했다. 이후 2006년 영화제작사 다세포클럽 대표를 맡게 된 장 대표는 본격적인 제작의 길로 뛰어들 채비를 했다. 당시 학교 후배인 윤종빈 감독이 영화 '비스티 보이즈' 프로듀서로 참여해 달라고 제안해 PD로 입봉했다. 장 대표는 대본이 나오고 하정우, 윤계상 등 배우가 캐스팅된 이후부터 작품이 완성돼 극장 개봉할 때까지 현장을 책임졌다. 그는 리얼 베이스 성향이 짙은 윤 감독의 연출대로 최대한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화류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열정적으로 움직였다.
제작자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열심히 작품을 준비했지만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다. 제작에 발을 딛고, 첫 작품을 내놓기까지 4년여가 걸렸다. 장 대표의 첫 제작 작품은 2010년 개봉작 '평행이론'(권호영 감독)이다. 이 영화를 기획하고, CJ와 공동 제작했다. 또한,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 이 작품은 96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장 대표는 "저뿐만이 아니라 제작사를 차린 분들이 3~4년은 힘들어한다. 당연한 것이, 경험도, 업력도 없고 기성 제작자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살아남기 위해 기획에 집중했다. 시나리오 개발, 기획 회의를 매주 했다. 수없이 많은 대본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할까 저런 이야기를 할까 끊임없이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평행이론'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2011년 개봉한 '최종병기 활'이 700만 관객을 돌파해 그해 청룡영화상에서 최다 관객상도 받았다. 또 한 번의 '성공'은 기폭제가 됐다. 그 뒤 겹겹이 쌓인 장 대표의 필모에는 흥행작, 비 흥행작이 파도처럼 넘실댄다. 장 대표는 "흥행을 예상했는데도 관객에게 외면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패를 경험하면 '왜 실패했을까' 생각하고 연구하고 분석한다. 흥행을 예측할 수 없고, 흥행엔 특별한 비결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확실하게 깨달은 바가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눈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재미있다고 말하는데, 누군가는 재미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장 대표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검증'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 등 최대한 많은 일반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읽게 하고 반응이 좋으면 제작에 들어간다. 장 대표는 "물론 제작이라는 것이 제가 재미있어야 한다. 제가 하고 싶은 영화를 하는 것도 맞다. 제작 초창기에는 주관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객관적이려고 한다. '나만 재미있는 건 아닌가' 라며 제 자신을 의심하고, 다수의 의견을 수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작자로서 기본은 '수익'이다. 영화를 완성한 이후 참여한 사람들이 만족해하고, 관객들이 재미있어야 한다. 나아가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때 제작자는 비로소 보람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 장 대표의 마음이다. 그는 "내가 개인적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단순한 일이 아니지 않나. 모두의 노력이 깃들어 있고, 적게는 50억에서 많게는 200억 이상 거대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회수해야 하는 책임감이 뒤따른다"라고 했다.
흥행에 실패한 모든 영화가 아픈 손가락이다. '많은 사람에게 손해를 끼쳤구나', '내가 재미없는 이야기를 만들었구나' 하며 자책하게 된다. 장 대표는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자신의 신념을 피력했다.
코로나19가 너무나 원망스러운 요즘이다. 어떤 산업 분야든 경쟁이 있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장 대표의 BA 엔터 역시 정당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경쟁의 기틀이나 토대가 사라졌다. 영화 산업 자체가 붕괴 직전이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초기 '침입자', '사라진 시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을 내놓았는데,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장 대표는 "관객들을 만족하게 하지 못한 것도 있을 테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이후 너무나 조심스럽다. 대자본이 들어간 영화를 내놓기가 정말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극장 관객이 70% 감소했고, 올 상반기에는 90%가 감소했다. 영화계에서 목소리를 높이자, 정부는 논의를 시작했지만 몸으로 와닿는 지원이 없는 상황이다. 장 대표는 "파산 직전인 극장들이 있다. 미국, 일본 등은 영화 산업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극장이 활성화되면 갚을 수 있게, 무이자로 대출을 해준다든지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텐데 금융 지원까지 끊긴 상황이다. 안타깝다. 극장이 버텨야 영화계도 희망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 대표는 극장 발 코로나 확진자는 없는데도 유독 극장을 기피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마냥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죠."
장 대표는 일단 드라마로 우회했다. OTT 공개를 염두에 두고 '강남 밤의 제왕', '협상의 기술', '더 맨션', '골드스푼', '미래에서 ON', '카지노' 등 여러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중순부터 기획 단계를 거쳐 대본까지 나온 작품이 있고, '더 맨션'은 7월 초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생존전략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 모두 영상 제작이라는 카테고리는 같지만 상업적으로 너무 다르다. 드라마 제작 경쟁도 상당히 치열한데, 저는 이쪽에선 초보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백신이 빨리 보급되고, 모든 것이 하루빨리 정상화 됐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다른 곳에서 최대한 버텨보려고 한다. 새로운 도전에 설레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포기'는 없다. 코로나19라는 벽이 가로막고 있어도, 장 대표는 영화에 대한 '열망'을 늘 품고 산다. 할리우드에서 장 대표가 제작한 '악인전'을 리메이크하기로 했다. 내년 크랭크인 예정인데 장 대표가 리메이크작품 제작에도 참여하게 됐다. 그는 더 많은 이야기로 전세계 관객들과 소통하길 바라고 있다. 그는 "오롯이 제가 제작한 작품이 1000만을 넘진 못했다. 1000만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 또 세계 4대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싶고, 미국 등 더 큰 시장에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영화 제작은 '사고'가 늙지 않는 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건강이 허락하고 사고가 늙지 않는다면 끝까지 해 볼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40여 편 가까이 제작했는데, 100편까지 채우고 은퇴하고 싶습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수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제작자로서의 신념이요? 당연한 얘기지만 관객 돈이 아깝지 않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왕의 남자', '비스티 보이즈', '의형제', '최종병기 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끝까지 간다', '터널', '범죄도시', '버닝', '성난황소', '악인전',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타짜: 원아이드 잭', '침입자' 등 제목만 말해도 웬만한 관객이 알 만한 작품 속 크래딧에는 장원석 이라는 이름이 있다. 이들 작품을 포함해 40여 편의 한국영화를 기획·제작한 영화계 '인싸중의 인싸'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를 서교동 그의 사무실에서 직접 만났다.
장 대표는 1996년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김태균 감독) 제작부 막내로 영화계 현장에 발을 들인 뒤, 프로듀서 겸 기획·제작자로서 25년여간 영화판을 활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영화 산업이 붕괴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걱정과 고민은 산더미지만 (영화계가) 살아야 한다는 의지 하나로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윤계상, 박용우 주연 '유체이탈자'(윤재근 감독), 하정우, 임시완 주연 '보스턴 1947'(강제규 감독),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 주연 '대외비'(이원태 감독), 마동석 주연작 '압구정 리포트'(임진순 감독)와 '범죄도시2'(이상용 감독) 등 장 대표가 제작한 다섯 편의 영화가 촬영을 끝마친 상태. 이 중에는 모든 후반 작업이 마무리된 작품도 있고 CG, 편집 등이 진행 중인 작품도 있다. 애초 지난해 개봉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로 차질이 생겼고, 극장가가 여전히 침체에 빠져 있어 올해 개봉도 기약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아직 개봉 시기를 못 잡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영화를 추가로 더 준비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 다른 작품 제작은 뒤로 미뤘다"라며 씁쓸해했다.
강산이 2번 변하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요즘처럼 힘들 때도 없었다. '영화'라는 두 글자, 그 자체가 좋아 시작한 이 일이 여전히 재미있지만,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장 대표는 영화를 좋아한 어머니 덕에 영화에 빠지게 됐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많은 영화를 봤고, 중학교 때는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 매주 새로운 작품을 봤다. 장 대표는 "인생 첫 영화는 '시네마 천국'이다. 섬마을 소년인 토토가 영화감독이 되는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감독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을 꿈꾼 그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다녔다. 그러다 '박봉곤 가출 사건'에 참여했고, 이후 군대에 다녀온 이후 연출부 스태프로 일했다. 충무로에 몸담았지만, 준비하던 작품이 엎어지고, 급여도 못 받고 3년여 정도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찾아왔다. 그때 장 대표는 '이 일을 계속 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오는 법. 2005년 제작실장으로 참여한 영화 '왕의 남자'(이준익 감독)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실무를 담당하면서 '성공'을 근거리에서 보고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다. 제작에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정말 짜릿하고 달콤했다"라고 그 순간을 회상했다. 이후 2006년 영화제작사 다세포클럽 대표를 맡게 된 장 대표는 본격적인 제작의 길로 뛰어들 채비를 했다. 당시 학교 후배인 윤종빈 감독이 영화 '비스티 보이즈' 프로듀서로 참여해 달라고 제안해 PD로 입봉했다. 장 대표는 대본이 나오고 하정우, 윤계상 등 배우가 캐스팅된 이후부터 작품이 완성돼 극장 개봉할 때까지 현장을 책임졌다. 그는 리얼 베이스 성향이 짙은 윤 감독의 연출대로 최대한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화류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열정적으로 움직였다.
제작자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열심히 작품을 준비했지만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다. 제작에 발을 딛고, 첫 작품을 내놓기까지 4년여가 걸렸다. 장 대표의 첫 제작 작품은 2010년 개봉작 '평행이론'(권호영 감독)이다. 이 영화를 기획하고, CJ와 공동 제작했다. 또한,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 이 작품은 96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장 대표는 "저뿐만이 아니라 제작사를 차린 분들이 3~4년은 힘들어한다. 당연한 것이, 경험도, 업력도 없고 기성 제작자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살아남기 위해 기획에 집중했다. 시나리오 개발, 기획 회의를 매주 했다. 수없이 많은 대본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할까 저런 이야기를 할까 끊임없이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평행이론'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2011년 개봉한 '최종병기 활'이 700만 관객을 돌파해 그해 청룡영화상에서 최다 관객상도 받았다. 또 한 번의 '성공'은 기폭제가 됐다. 그 뒤 겹겹이 쌓인 장 대표의 필모에는 흥행작, 비 흥행작이 파도처럼 넘실댄다. 장 대표는 "흥행을 예상했는데도 관객에게 외면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패를 경험하면 '왜 실패했을까' 생각하고 연구하고 분석한다. 흥행을 예측할 수 없고, 흥행엔 특별한 비결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확실하게 깨달은 바가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눈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재미있다고 말하는데, 누군가는 재미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장 대표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검증'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 등 최대한 많은 일반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읽게 하고 반응이 좋으면 제작에 들어간다. 장 대표는 "물론 제작이라는 것이 제가 재미있어야 한다. 제가 하고 싶은 영화를 하는 것도 맞다. 제작 초창기에는 주관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객관적이려고 한다. '나만 재미있는 건 아닌가' 라며 제 자신을 의심하고, 다수의 의견을 수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작자로서 기본은 '수익'이다. 영화를 완성한 이후 참여한 사람들이 만족해하고, 관객들이 재미있어야 한다. 나아가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때 제작자는 비로소 보람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 장 대표의 마음이다. 그는 "내가 개인적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단순한 일이 아니지 않나. 모두의 노력이 깃들어 있고, 적게는 50억에서 많게는 200억 이상 거대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회수해야 하는 책임감이 뒤따른다"라고 했다.
흥행에 실패한 모든 영화가 아픈 손가락이다. '많은 사람에게 손해를 끼쳤구나', '내가 재미없는 이야기를 만들었구나' 하며 자책하게 된다. 장 대표는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자신의 신념을 피력했다.
코로나19가 너무나 원망스러운 요즘이다. 어떤 산업 분야든 경쟁이 있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장 대표의 BA 엔터 역시 정당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경쟁의 기틀이나 토대가 사라졌다. 영화 산업 자체가 붕괴 직전이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초기 '침입자', '사라진 시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을 내놓았는데,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장 대표는 "관객들을 만족하게 하지 못한 것도 있을 테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이후 너무나 조심스럽다. 대자본이 들어간 영화를 내놓기가 정말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극장 관객이 70% 감소했고, 올 상반기에는 90%가 감소했다. 영화계에서 목소리를 높이자, 정부는 논의를 시작했지만 몸으로 와닿는 지원이 없는 상황이다. 장 대표는 "파산 직전인 극장들이 있다. 미국, 일본 등은 영화 산업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극장이 활성화되면 갚을 수 있게, 무이자로 대출을 해준다든지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텐데 금융 지원까지 끊긴 상황이다. 안타깝다. 극장이 버텨야 영화계도 희망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 대표는 극장 발 코로나 확진자는 없는데도 유독 극장을 기피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마냥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죠."
장 대표는 일단 드라마로 우회했다. OTT 공개를 염두에 두고 '강남 밤의 제왕', '협상의 기술', '더 맨션', '골드스푼', '미래에서 ON', '카지노' 등 여러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중순부터 기획 단계를 거쳐 대본까지 나온 작품이 있고, '더 맨션'은 7월 초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생존전략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 모두 영상 제작이라는 카테고리는 같지만 상업적으로 너무 다르다. 드라마 제작 경쟁도 상당히 치열한데, 저는 이쪽에선 초보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백신이 빨리 보급되고, 모든 것이 하루빨리 정상화 됐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다른 곳에서 최대한 버텨보려고 한다. 새로운 도전에 설레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포기'는 없다. 코로나19라는 벽이 가로막고 있어도, 장 대표는 영화에 대한 '열망'을 늘 품고 산다. 할리우드에서 장 대표가 제작한 '악인전'을 리메이크하기로 했다. 내년 크랭크인 예정인데 장 대표가 리메이크작품 제작에도 참여하게 됐다. 그는 더 많은 이야기로 전세계 관객들과 소통하길 바라고 있다. 그는 "오롯이 제가 제작한 작품이 1000만을 넘진 못했다. 1000만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 또 세계 4대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싶고, 미국 등 더 큰 시장에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영화 제작은 '사고'가 늙지 않는 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건강이 허락하고 사고가 늙지 않는다면 끝까지 해 볼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40여 편 가까이 제작했는데, 100편까지 채우고 은퇴하고 싶습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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