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로 예측되는 '미나리'
윤여정, 美 각종 영화상 수상하며 '주목'
한예리, 화상GV서 깊이 있는 대담
봉준호 감독 "'미나리', 아름답고 보편적"
영화 '미나리'의 주역들. / 사진제공=선댄스 영화제
영화 '미나리'의 주역들. / 사진제공=선댄스 영화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오스카 레이스에 본격 나선 가운데 연일 낭보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것.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계에 단비처럼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국 아칸소주(州)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인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 영화의 정이삭 감독은 자신과 가족의 자전적 경험을 녹여냈다. 배우 스티븐 연은 캘리포니아주에서 10년간 병아리 감별사로 일한 아버지 제이콥 역을, 한예리는 그의 아내 모니카 역을 맡았다. 윤여정은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외할머니를 연기했다.
지난 10월 23일 오후 온라인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영화 '미나리'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지난 10월 23일 오후 온라인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영화 '미나리'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미나리'는 '기생충'을 이을 오스카 유력 후보로 일찌감치 주목 받았다. 올해 초 제36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미나리'는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며 최고상인 심사위원상, 관객상 2관왕에 올라 '오스카 청신호'를 켰다.

지난 10월 국내에서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돼 상영됐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 감독은 '미나리'가 오스카 유력 후보로 꼽히는 소감에 대해 "'기생충'의 수상을 보고 미국 관객들이 더 많은 영화를 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적 콘텐츠가 일반 미국 관객들에게 소구되는 것 같다.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다른 콘텐츠들에 대한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미나리' 윤여정 / 사진제공=판씨네마
영화 '미나리' 윤여정 / 사진제공=판씨네마
출연 배우들에게도 상복이 쏟아지고 있다. 윤여정은 보스턴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에서도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이는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내년 아카데미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경쟁자들을 제친 것으로 더욱 뜻깊다. 윤여정은 제30회 고섬 어워즈에도 여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인디애나 기자협회 연기상 부문에서는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한예리가 여우주연상, 스티븐 연이 남우주연상 후보에 나란히 노미네이트 되어 기쁨을 더했다. '미나리'는 이 세 부문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등 총 10개 부문에서 후보로 선정됐다.
영화 '미나리' 스틸 / 사진제공=판씨네마
영화 '미나리' 스틸 / 사진제공=판씨네마
'미나리'는 미국과 영국의 주요 연예매체들이 예측한 오스카 유력 후보, 최고의 영화에도 선정됐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2021 오스카 예측 유력 후보'를 다룬 칼럼에서 6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에 '미나리'를 선정했고 인디와이어는 여우조연상과 각본상 후보로 거론했다. 또한 '미나리'는 버라이어티의 '2020년 최고의 영화 20선', 영국 가디언의 '2020 미국영화 최고의 작품 50선'에도 뽑혔다. 미국 매거진 베니티 페어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영화 TOP10'에도 이름을 올렸다. 베니티 페어는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특별판 표지를 장식했던 매거진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북미에서 제한적으로 개봉한 '미나리'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의 개봉 전 온라인 예매 티켓을 매진시키며 북미 관객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이 가운데 한예리는 미국배우조합(SAG)의 주요 관계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화상 GV에서 완성도 높은 대담을 선보여 주목 받았다.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지난 아카데미 수상자인 봉준호 감독 역시 '미나리'를 극찬하며 오스카 레이스에 힘을 보탰다. 봉 감독은 최근 정 감독과의 온라인 화상 대담에서 "이 영화가 추억이나 향수에 빠져 질척거리지 않아 더 좋았다. 감독님 캐릭터인 꼬마의 시점으로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점들은 분산돼 있다. 내레이션이 없는 것이 적절한 거리를 만들었고 그것이 영화를 더 아름답고 보편적으로 만든다"고 호평했다.

이처럼 오스카 레이스를 순항 중인 '미나리'. 윤여정과 한예리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후보가 된다면 이는 한국 배우 최초의 기록으로 더욱 의미 있다. '미나리'가 '기생충'의 뒤를 이어 또 한 번 한국적 콘텐츠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주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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