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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블락비 박경, 사재기 의혹 가수들 실명 언급하며 논란에 불씨
네이버 바이브 플로 등 신흥 음원 플랫폼들에서 먼저 변화의 바람
5월 발표 예정인 정부 차원 사재기 대응 매뉴얼에 촉각
그룹 블락비 박경, 사재기 의혹 가수들 실명 언급하며 논란에 불씨
네이버 바이브 플로 등 신흥 음원 플랫폼들에서 먼저 변화의 바람
5월 발표 예정인 정부 차원 사재기 대응 매뉴얼에 촉각
가수 박경이 실명을 거론하며 사재기 의혹을 제기한 '폭탄'을 떨어뜨린지도 4개월이 지났다. 사재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은 물론 대부분 쉬쉬하고 있던 의혹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현역 가수는 박경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닐로 사태' 이후 잠잠해지는 듯 했던 사재기 논란엔 다시 불이 붙었다. '열사'라고 해도 무방한 박경이 용기를 낸 후, 무엇이 변했고 변하지 않았을까.
박경 이전에도 열사들은 있었다. 이미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들이 2013년 서울중앙지검에 '디지털 음원 사용 횟수 조작 행위'에 대해 수사를 요청하고 사재기 의혹 브로커를 고발해 관심을 모았다. 사재기는 통상적으로 브로커를 통해 금액을 지급한 뒤 음원 차트 순위를 조작하는 행위를 뜻한다. 당시 고발당한 브로커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사실상 수사가 종결된 것이다.
이처럼 사재기 관련 의혹은 수년 동안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그동안 브로커들의 수법은 갈수록 다양해졌다. 방패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아이핀 본인인증을 거쳐 만든 아이디들이 사재기에 이용된다고 알려지자 2018년 4월 음원사이트 멜론은 아이핀을 통한 본인인증 및 회원 가입 및 결제를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브로커들은 칼 하나가 무용지물이 되면 금세 다른 칼을 찾았다. 2018년 9월 걸그룹 S.I.S의 앨범 '응(SAY YES)' 멜론 댓글란에는 '들은 적 없는데 왜 내 재생목록에 있나'란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일부 브로커들이 한때 이용했던 해킹 수법 중 하나다. 자신의 방법으로 차트에 진입하는지 아닌지를 공공연히 '테스트' 해봤다는 업자들도 존재했다. 이 차트들의 범위는 실시간 차트 뿐만 아니라 실시간 급상승 차트까지 다양하다.
이와 같이 추적하기 어려운 '신종 수법'은 공적 기관의 데이터 수집을 더욱 어렵고 지지부진하게 만들었다. 2019년 8월 사재기 관련 신고 창구를 개설한 콘텐츠공정상생센터 측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상 음원 사이트로부터 아이디 등을 제공 받을 수 없어 정보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또한 닐로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해당 음원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음원 사재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도저도 아닌 입장만을 전했다.
사재기를 했다고 의혹을 받는 몇몇 업체들이 최근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바이럴 마케팅'이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음원 광고성 콘텐츠를 만든 후 이것이 '바이럴 돼'(Go viral, SNS 등지에 빠르게 확산되는 것) 차트 순위 상승으로까지 이어진다는 논리다.
박경이 실명 저격 폭탄을 터뜨린 후, 바이럴 마케팅으로 눈속임한 사재기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환영할 만한 작은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SNS 페이지 관리자는 "사재기를 하는 몇몇 업체가 페이스북 광고 덕이라고 하니 속아넘어가는 기획사들이 많다. 페이스북 광고는 '사재기 가수'들이 명목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페이스북 광고를 한다고 차트 순위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박경 발언 이후) 그러한 광고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논란이) 잠잠해지면 다시 (사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라는 우려도 함께 덧붙였다.
이같은 우려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음원 차트엔 또다시 대중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몇몇 가수들이 멜론 실시간 차트 20위권, 40위권 등 톱50 이내는 물론 100위까지 고루 분포한 양상이 눈에 띄고 있다. 팬덤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강다니엘의 신보 타이틀곡 '2U'조차 지난 24일 멜론 실시간 차트에 38위로 진입했다. 팬덤도, 대중성도 아직 성장했다고 말하기 이른 신인 가수들은 어떻게 20위권, 40위권으로 역주행해 순항 중인 걸까. 변화의 물결은 몇몇 음원 플랫폼들에서도 일었다. 네이버 바이브(VIBE)는 새로운 음원 정산 방식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들은 음악의 저작자들에게만 이용자의 음원 사용료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낸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 간다'다. 국내 음원 사이트들 중에서는 최초로 도입된 정산 방식이다.
플로(FLO)는 음원 플랫폼과 차트의 권력화를 부추기던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첫 화면 최신앨범 소개 방식에 변화를 줬다. 플로는 플랫폼의 편집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AI와 취향 기반으로 개인화한 '좋아할만한 최신앨범' 메뉴를 제공한다. 또 재생 횟수 주기를 24시간으로 늘린 새 차트를 선보였다. 기존 플랫폼 내 실시간 차트는 1시간 단위 재생 횟수를 기준으로 바뀌었다. 1시간 마다 차트가 변동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비정상적 행위로 차트에 진입하는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는 걸 의미했다.
오는 5월엔 처음으로 음원 사재기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연구 결과 발표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문체부는 2018년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음원 사재기 조사에 관한 예산을 확보한 후 컨설팅기업 에스코토스에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4월 중 완성될 보고서엔 음원 사재기의 정의와 유형, 음원 사재기 모니터링 시스템, 대응을 위한 정책적 방안 등이 담길 예정다. 정부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5월 중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도 음원 사재기 공동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다만 데이터 양이 방대해 빠른 시일에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신이 실명을 언급한 가수 6팀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박경은 9일 성동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받았다. 박경은 유튜브 채널 원더케이 콘텐츠 '본인등판'을 통해선 "이슈(사재기 논란)이 생각보다 빨리 희미해져 가는 것 같아 속상하다. 내가 감당해야 될 부분들은 더 또렷해지고 있다"며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기지 마시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사재기 논란에 휩싸인 TV조선 '미스터트롯' 진 출신 가수 영탁의 소속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슈가 잠잠해지면 영탁의 사재기 논란도 '해프닝'으로 남을 모양새다. 시장의 혼란한 상황을 틈타 활개 치던 사재기 업체들은 5월 이후 수그러질 수 있을까. 실효성 높은 정책 혹은 규칙 집행이 이제는 시작되어야 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이처럼 사재기 관련 의혹은 수년 동안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그동안 브로커들의 수법은 갈수록 다양해졌다. 방패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아이핀 본인인증을 거쳐 만든 아이디들이 사재기에 이용된다고 알려지자 2018년 4월 음원사이트 멜론은 아이핀을 통한 본인인증 및 회원 가입 및 결제를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브로커들은 칼 하나가 무용지물이 되면 금세 다른 칼을 찾았다. 2018년 9월 걸그룹 S.I.S의 앨범 '응(SAY YES)' 멜론 댓글란에는 '들은 적 없는데 왜 내 재생목록에 있나'란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일부 브로커들이 한때 이용했던 해킹 수법 중 하나다. 자신의 방법으로 차트에 진입하는지 아닌지를 공공연히 '테스트' 해봤다는 업자들도 존재했다. 이 차트들의 범위는 실시간 차트 뿐만 아니라 실시간 급상승 차트까지 다양하다.
이와 같이 추적하기 어려운 '신종 수법'은 공적 기관의 데이터 수집을 더욱 어렵고 지지부진하게 만들었다. 2019년 8월 사재기 관련 신고 창구를 개설한 콘텐츠공정상생센터 측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상 음원 사이트로부터 아이디 등을 제공 받을 수 없어 정보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또한 닐로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해당 음원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음원 사재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도저도 아닌 입장만을 전했다.
사재기를 했다고 의혹을 받는 몇몇 업체들이 최근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바이럴 마케팅'이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음원 광고성 콘텐츠를 만든 후 이것이 '바이럴 돼'(Go viral, SNS 등지에 빠르게 확산되는 것) 차트 순위 상승으로까지 이어진다는 논리다.
박경이 실명 저격 폭탄을 터뜨린 후, 바이럴 마케팅으로 눈속임한 사재기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환영할 만한 작은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SNS 페이지 관리자는 "사재기를 하는 몇몇 업체가 페이스북 광고 덕이라고 하니 속아넘어가는 기획사들이 많다. 페이스북 광고는 '사재기 가수'들이 명목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페이스북 광고를 한다고 차트 순위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박경 발언 이후) 그러한 광고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논란이) 잠잠해지면 다시 (사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라는 우려도 함께 덧붙였다.
이같은 우려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음원 차트엔 또다시 대중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몇몇 가수들이 멜론 실시간 차트 20위권, 40위권 등 톱50 이내는 물론 100위까지 고루 분포한 양상이 눈에 띄고 있다. 팬덤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강다니엘의 신보 타이틀곡 '2U'조차 지난 24일 멜론 실시간 차트에 38위로 진입했다. 팬덤도, 대중성도 아직 성장했다고 말하기 이른 신인 가수들은 어떻게 20위권, 40위권으로 역주행해 순항 중인 걸까. 변화의 물결은 몇몇 음원 플랫폼들에서도 일었다. 네이버 바이브(VIBE)는 새로운 음원 정산 방식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들은 음악의 저작자들에게만 이용자의 음원 사용료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낸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 간다'다. 국내 음원 사이트들 중에서는 최초로 도입된 정산 방식이다.
플로(FLO)는 음원 플랫폼과 차트의 권력화를 부추기던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첫 화면 최신앨범 소개 방식에 변화를 줬다. 플로는 플랫폼의 편집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AI와 취향 기반으로 개인화한 '좋아할만한 최신앨범' 메뉴를 제공한다. 또 재생 횟수 주기를 24시간으로 늘린 새 차트를 선보였다. 기존 플랫폼 내 실시간 차트는 1시간 단위 재생 횟수를 기준으로 바뀌었다. 1시간 마다 차트가 변동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비정상적 행위로 차트에 진입하는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는 걸 의미했다.
오는 5월엔 처음으로 음원 사재기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연구 결과 발표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문체부는 2018년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음원 사재기 조사에 관한 예산을 확보한 후 컨설팅기업 에스코토스에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4월 중 완성될 보고서엔 음원 사재기의 정의와 유형, 음원 사재기 모니터링 시스템, 대응을 위한 정책적 방안 등이 담길 예정다. 정부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5월 중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도 음원 사재기 공동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다만 데이터 양이 방대해 빠른 시일에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신이 실명을 언급한 가수 6팀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박경은 9일 성동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받았다. 박경은 유튜브 채널 원더케이 콘텐츠 '본인등판'을 통해선 "이슈(사재기 논란)이 생각보다 빨리 희미해져 가는 것 같아 속상하다. 내가 감당해야 될 부분들은 더 또렷해지고 있다"며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기지 마시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사재기 논란에 휩싸인 TV조선 '미스터트롯' 진 출신 가수 영탁의 소속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슈가 잠잠해지면 영탁의 사재기 논란도 '해프닝'으로 남을 모양새다. 시장의 혼란한 상황을 틈타 활개 치던 사재기 업체들은 5월 이후 수그러질 수 있을까. 실효성 높은 정책 혹은 규칙 집행이 이제는 시작되어야 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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