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얼굴에 큰 키로 꽃미남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은 배우 안효섭이 연기에 승부를 걸었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이하 '김사부2')를 통해서다. 극 중 GS(외과) 펠로우 2년 차 서우진 역으로 열연했다. 가족 동반 자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로 아픈 과거와 트라우마를 가졌다. 안효섭은 돈과 의사의 소신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호평받았다.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많이 한다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성격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배우로서 한 계단 올라갔다는 안효섭. 앞으로 그가 보여줄 성장세가 더욱 궁금해진다.
10. 5개월 동안 서우진으로 살아본 소감은?
안효섭: '김사부2'에 출연할 수 있게 돼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서우진이 성장한 것처럼 나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한 모든 배우, 스태프와 함께한 경험이 행복했다. 작품이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일주일 동안 겨울잠 자듯이 먹고 자기를 반복했다. 아직도 돌담병원의 이미지가 아른거린다.
10. '김사부2'가 27.1%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이는 전 방송사 통틀어 3년 만에 나온 수치다. 인기를 실감하나?
안효섭: 잘 모르겠다. 주위에서 내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그러더라. 말로만 들어서 그런지 와닿지 않는다. 세트장에서 사인 요청이 자주 들어오고 SNS에서 응원해주는 팬들이 많아진 걸 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10. 시즌2 제작 과정에서 시즌1에 출연했던 배우 서현진과 유연석이 빠지고 새로운 멤버 투입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만큼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안효섭: 나도 시즌1을 재밌게 본 시청자로서 작품에 애정을 갖고 있었다. 시즌2의 출연이 확정됐을 때 선배들의 자리를 제대로 채울 수 있을까 걱정됐다. 특정 인물을 제외하고는 시즌1에 있던 제작진이나 배우들이 그대로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담감이 정말 심했다. 다행히 제작진이 자신감도 불어넣어 주고 많이 응원해줘서 잘 마무리했다.
10. 유인식 PD와 강은영 작가가 왜 서우진 역으로 본인을 선택한 것 같나?
안효섭: 작가님과 감독님이 먼저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내가 찾아갔다. 1~2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고 나서는 내 안에 서우진의 모습이 있다고 했다. 서우진은 어렸을 때부터 불우한 환경 속 누구의 지원도 없이 혼자 살아남았다. 그 덕에 서우진은 세상의 벽과 등진 채 행복을 믿지 않고 인간관계에 신뢰가 없다. 그런 모습들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서우진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거나 대할 때 선을 확실히 지키는 편이다. 나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있는 게 있다. 그래서 서우진의 고독함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0. 전문 용어부터 구급 처지 법까지 메디컬 드라마에 처음 도전한 만큼 준비할 것도 많았을 것 같다. 캐릭터를 준비할 때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안효섭: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서우진의 성장 과정을 그렸다. 시놉시스에서는 서우진이 어떤 환경에서 컸고 무슨 경험을 했는지 자세히 안 적혀 있다. 그래서 서우진이 살아온 삶의 과정 하나하나를 상상하면서 구체화했다. 그다음 의사로서의 접근을 했다. 펠로우 2년 차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12년 동안 의학을 배워야 한다. 그걸 2개월 안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내려고 했다. 촬영을 앞두고 감독님, 선배님들과 함께 실제 병원에 가서 답사를 했다. 의사 선생님들이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확인하고 CPR(심폐소생술), 인투베이션(기관내삽관), 타이(실을 이용하여 혈관또는 조직을 묶는 것) 등 기본적인 처치법을 익혔다.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생고기를 꿰매면서 타이를 연습했다. 무엇보다 극 중 서우진의 나이와 실제 내 나이의 격차가 컸다. 의사로서의 무게감이 없고 애처럼 보이면 어떡하나 싶어 걱정됐다. 그래서 의사들은 어떻게 말하는지 영상을 보면서 참고했다. 보통 환자에게 심정지가 오면 급박하게 말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되게 차분하게 말하더라. 또 덩치가 있어야 의사 가운을 입었을 때 어른스러워 보일 것 같아서 8~9kg 정도 찌웠다. 근데 생각보다 이성경과의 몸집 차이가 많이 나서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10. 극 중 돌담병원 식구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안효섭: 배우들끼리 똘똘 뭉쳤다. 차은재(이성경 분), 윤아름(소주연 분), 박은탁(김민재 분), 정인수(윤나무 분) 등 초반부터 거의 살다시피 촬영하다 보니 나중에는 가족처럼 지냈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안 친해질 수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융화돼서 즐겁게 촬영했다.
10. 극 중 외과 과장 김사부 역으로 열연한 한석규와 호흡하면서 연기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 같은데.
안효섭: (한석규 선배님은) 내 연기 인생에 있어서 은인 같은 분이다. '김사부2'를 통해 정말 훌륭하고 대단한 분이라고 느꼈다. 나에게 연기를 대하는 진중함이나 재미를 알려줬다. 장면 하나하나에 조언도 많이 해주고 이끌어줬다. 특히 (선배님은) 촬영에 들어가면 카메라에 얼굴이 나오지 않아도 끝까지 감정선을 놓지 않고 연기하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서 반성도 하고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0. 김민재와는 열여덟 살 때 가수 연습생으로, 특별 출연한 양세종과는 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 삼촌과 조카 역할로 인연을 쌓았다. 다시 만나니 어떻던가?
안효섭: 김민재와 함께 연기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만큼 원래 모습을 아니까 그냥 웃음만 나왔다. 극 중 박은탁은 정의롭고 진중한 인물이다. 김민재의 대사를 듣고 있는데 내가 아는 친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NG도 많이 나고 그랬는데 점점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니까 괜찮아졌다. 오히려 아는 사람이 현장에 있으니까 반갑고 편안했다. 양세종과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 애지중지하는 삼촌과 형의 관계였는데, 이번에는 2년 차 선배로 약간 적대적인 관계였다. 도인범(양세종 분)의 성격을 아는 애청자로서 서우진과 만났을 때 어떤 기류가 펼쳐질지 궁금했다. 양세종을 만났을 때는 옛날 생각도 나고 너무 반가웠다. 연기에 대한 진중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합도 너무 좋았다. 시즌1에 대한 환기도 시켜줄 겸 보고 싶은 인물이었는데 흔쾌히 출연해줘서 고마웠다.
10.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고 했다. 로맨스 장면을 찍을 때 어려움은 없었나?
안효섭: 이성경은 적극적이었지만 나는 내성적이라서 어려움이 있었다. 초반에 서먹하고 어색했는데 오히려 인물 간의 서사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10년 만에 만난 동기라는 설장상 불편한 기류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몰입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지로 친해지려고 하지 않았다. 촬영하면서 느낀 것은 이성경이 에너지만 넘치는 게 아니라 배려심도 많고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10. 시즌2가 잘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안효섭: 시즌1을 사랑해 준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분들 덕에 시즌2가 나왔다. 훌륭한 감독님과 작가님이 다시 만난 것도 한몫했다. 장르가 메디컬이지만 따뜻한 이야기와 로맨스가 섞여있다. 그리고 그 중심을 한석규 선배님이 잘 잡아줬다. 선배님이 아닌 김사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외에도 동료 배우들이 너무 재밌게 잘해줬기 때문에 나는 숟가락만 얹었다.
10. 극 중 장기기증부터 존엄사까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재구성됐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안효섭: 여운영(김홍파 분) 원장이 존엄사로 생을 마감할 때가 가장 인상깊었다. 안락사라는 게 국내에서는 많이 다뤄지지 않은 소재다. 이걸 여 원장과 연관해 죽음의 다른 면모를 보여준 것 같아 신선했다. 꼭 한 번은 생각해볼 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10. 의사를 연기하면서 보는 관점도 달라졌을 것 같다.
안효섭: 전에는 지나쳤을 기사가 눈에 밟혔다. 5개월 동안 의사를 연기한 사람으로서 생명과 건강에 대해 진중해졌다.
10. 평소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푸는 편인가?
안효섭: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잠을 잔다거나 쓸데없는 영상과 책을 본다. 시선을 다른 곳에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다.
10. 만약 시즌3에 출연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안효섭: 시즌2에서는 서우진이 시련과 극복을 반복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시즌3에서는 서우진의 성장보다는 완성된 의사로서 전문적인 의학을 다뤘으면 좋겠다. 작가님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큰 사건, 사고를 잘 녹여서 쓴다. 그걸 집중해서 메시지 위주로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10.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안효섭: 지금껏 각 잡힌 인물을 많이 해서 그런지 자유분방하고 망가지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예를 들면 양아치나 사이코라고 할까. 데뷔할 때부터 영화에 대한 욕심이 있었는데 아직 이루지 못했다. 2시간 동안 배우들과 제작진이 공들여 만드는 작업이라는 점이 참 매력적이다. 드라마는 급박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기간을 충분히 갖고 작업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다.
10. 올해로 데뷔 6년 차에 접어들었다. 앞으로의 목표는?
안효섭: 쉼 없이 일했다. 작품 하나하나를 거치면서 나도 성장하는 걸 느꼈다.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잘 해낸 것 같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스스로에게 열심히 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할 생각이다.
10. '김사부2'를 좋아해 준 팬들에게 한마디.
안효섭: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낭만을 찾았으면 좋겠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건강 조심하고 그동안 보내준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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