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끝나지 않는 돌림노래
, 끝나지 않는 돌림노래" /> 목 MBC 밤 12시 10분
제한시간이 있다는 특성 상 TV 토론의 기능은 결국 상대의 신념과 논리의 허점을 공박함으로써 토론을 지켜보는 중간지대의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 들이는 것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 그렇기에 어제의 이 의제인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파장’보다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 위주로 흘러간 것도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이재교 시대정신 상임이사의 “공당 차원에서 투표 보이콧을 펼친 민주당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나, “시장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정치적 타협을 이루지 못 한 서울시의회의 책임도 있다”는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의원의 지적은 해당 진영의 논리와 타당성을 대변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정장선 민주당 사무총장의 대답이었다. 그는 “과연 애들 급식 문제 하나 가지고 주민투표까지 가고 시장직까지 걸 문제인가”하는 문제 제기의 차원이었다며 원론적인 답을 던졌다.

그 답변의 근거가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질문이 미시적 차원을 적시하고 있는데 답변이 시종일관 원론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문제다. “두 가지 안 모두 서울시가 임의로 적은 정책안이었으므로 투표 자체가 서울시교육청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부당한 투표였다”라거나, 시정협의를 중단하고 201일 동안 시정질의에 불참한 것은 오세훈 시장이었다는 세부적인 반론은 이미 민주당에서도 지적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그 대신 “재정자립도 1위 서울시가”, “애들 급식 문제 하나 가지고”, “시장직을 던지는 사태를 외국에선 뭐라고 하겠는가” 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대답을 하는 바람에 토론은 자꾸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미안한 얘기지만, 자기 진영의 논리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 하는 토론자를 신뢰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논조에 대한 찬반을 떠나 준비가 제대로 안 된 토론자가 토론을 맥 빠지게 만드는 광경을 보는 것도 유쾌한 일이 아니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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