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여름, 한국 방송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전쟁에서 소재의 독특함은 그 자체로 큰 무기다. SBS 과 tvN (이하 )는 각각 연기자와 모든 ‘재능’이라는 차별화된 소재로부터 시작한다. 4회를 앞둔 은 15일 방송으로 지역 예선을 마무리한 후 김갑수, 곽경택 등의 심사위원이 연기 지도를 하는 ‘미라클 스쿨’이 방송될 예정이고 6회까지 진행된 도 지역 예선을 마치고 16일부터 TOP 40을 대상으로 하는 첫 생방송 오디션을 펼친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예열 단계라 할 수 있는 예선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해당 프로그램만의 개성을 보일 수 있는 시점인 것. 신선한 듯하면서도 아직은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않는 두 프로그램을 먼저 짚어봤다.현재 스코어
지난 6월 24일 시작한 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전국 시청률 7~8% 대에 머물고 있다. 동시간대 프로그램인 KBS 보다는 높은 시청률이지만 아직 뚜렷한 존재감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다소 무겁게 흘러가는 분위기 때문일 수 있다. 은 첫 회부터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배우 이순재의 말로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자막과 내레이션 등으로 지원자들의 꿈과 열정을 보여준다. ‘재미’보다는 진심으로 연기하는 사람을 뽑겠다는 취지와 지원자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강조한 것. 이는 프로그램의 고유한 색깔이 됐지만 동시에 시청자들에게는 진지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부담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연기자 오디션이 생소한 시청자에게는 프로그램에 대한 흥미를 느끼기도 전에 자신이 심사위원인 것처럼 정신을 집중하며 지켜봐야 하는 노동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은 시청자들이 배우의 탄생을 진지하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제작진은 잘 하고 있을까?
심사위원들은 지원자가 준비해 온 연기만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 ‘마스터의 주문’을 통해 즉석에서 여러 가지 연기를 요구한다. 곽경택 감독은 한 도전자에게 “제시한 감정이 우선이 아니라 자신이 외운 대사가 우선인 것을 봤다”며 합격시키지 않고 김정은은 “밝은 연기도 보고 싶다”며 지원자가 준비해 온 이상의 것을 궁금해 한다. 이는 제대로 된 심사를 거쳐 당락을 결정하겠다는 프로그램의 의도를 보여줌과 동시에 시청자가 쉽게 결과를 납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다. 또한 도전자들이 연기할 때 상황에 따라 음악이 등장하며, 심사위원의 설명을 도와주는 화면 등 시청에 도움이 되는 편집이 등장하기도 한다. 물론 외모가 뛰어난 도전자가 등장할 경우, 지원자와 심사위원의 표정을 교차로 보여주거나 지친 심사위원들의 모습 다음에 남다른 도전자를 소개하는 편집처럼 다소 식상한 편집이 반복돼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도전자의 연기와 심사가 반복되는 형식안에 긴장감 있는 편집이 들어간다면 을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심사위원은 몇 점?
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심사위원들의 평 때문이다. 김갑수, 곽경택, 이미숙, 이범수, 김정은은 지원자들을 존중함과 동시에 각자의 기준으로 냉정하게 연기를 평가한다. 곽경택의 경우 “웃는데 익숙하다 보니 웃는 얼굴 근육 이외에는 발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날카롭게 약점을 지적하고, 외모는 뛰어나지만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은 연기를 선보인 도전자에게 “속상하지만 본인 작전 실패라고 생각하세요”라며 심사의 기준을 확실히 한다. 이범수 또한 “중요한 순간입니다”라고 습관적으로 말하며 도전자들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시험한다. “본인의 연기가 부족한 거 아시나요? 방금 한 것들에서 아쉬웠던 건 뭔가요?”라며 물어보고 “시선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얘기하고요”라고 말하며 도전자들의 개인사보다는 연기에 대해 질문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이 시청의 포인트를 짚어주는 존재라면 심사위원들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연기를 바라보는 혜안만큼이나 프로그램을 허투루 대하지 않는 이들의 진심이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 진정성도 재미도 필요하다" />
이들을 주목하라!
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가진 원석을 발견했다. 허성태는 대기업이란 안정된 직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현실의 노예가 아니라 꿈을 따라가고 싶다”며 영화 엔딩 장면을 선보였다. 이슬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악역과 불량스럽게 장난치는 모습, 슬픈 연기 등을 인상 깊게 보여주며 곽경택 감독으로부터 “캐스팅하지 않을 어떤 이유도 발견하지 못했다”라는 평을 받았다. 별명이 드래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준구는 심사위원들의 돌발스러운 질문에도 유머스럽게 대답했고 “변신해서 막강한 파워가 생기는 것이 멋지지 않습니까? 지구도 지키고”라며 진지한 듯 엉뚱한 매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어린 시절 앓았던 병으로 시선 처리가 불편하지만 철저하게 약점을 극복한 손덕기 또한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진 참가자였다. 이들이 과연 어떤 마스터의 지도를 받게 되고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가 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듯하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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