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극
멤버들을 특정한 상황 안에 던져넣고, 가상의 캐릭터를 덧입혀 서사를 끌어나가는 것.
대표 에피소드: ‘언니의 유혹’
총평: 상황극은 캐릭터를 실험하기에 가장 용이한 틀이다. 그래서 ‘무한상사’를 비롯, 이미 몇 개의 상황극을 반복적으로 삽입하며 안착시킨 바 있는 <무한도전>이 새로운 상황극을 등장시켰다는 것은 곧 기존 캐릭터의 응용과 변화를 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니의 유혹’ 편은 충청남도 출신이며 실제로 1인 여행사를 운영한 적 있는 노홍철을 투어 가이드 역할로 활용하되, 지금까지 그가 <무한도전>을 통해 쌓아온 사기꾼 캐릭터와‘무한상사-행쇼’에서 탄생한 타령 사나이까지 덧입힌 기획이었다. 이미 알려져 있거나 구축된 이미지를 끌어들여 익숙한 재미를 유발하는 동시에 복합적인 캐릭터로 재탄생시킨 셈이다. 또한 여장을 하고 시 동호회 ‘욕망의 장미’ 회원으로 활약한 나머지 여섯 명의 멤버들 중, 정준하는 비음 가득한 목소리로 시를 낭독하며 ‘노라’라는 캐릭터를 발굴하기도 했다. 이처럼 안정적인 캐릭터 플레이에도 불구, 투어 에피소드 후에 갑작스레 이어진 합창대회 에피소드는 오히려 방송의 흐름을 단절시키고 산만한 인상을 남겼다. 늘어난 방송시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서사를 갖추지 못한 채 ‘상황극을 위한 상황극’의 차원에만 머무르고 만 것이다.
참신성 ★★
기획력 ★★★
적합성 ★★★★
상황극+게스트
상황극을 이어가되, 게스트도 그 세계의 일부로 편입시켜 하나의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
대표 에피소드: ‘무한상사’
총평: 분명 ‘무한상사’는 위험 부담이 적은 안정적인 상황극이지만, 그만큼 캐릭터와 관계, 상황 등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 <무한도전>은 여기에 빅뱅의 지드래곤을 게스트로 끼얹음으로써 한계를 벗어났다. 유재석 부장과 박명수 차장, 정준하 과장, 정형돈 대리, 노홍철과 하하 사원, 길 인턴이라는 가상의 위계는 늘 같은 이야기 구조를 반복하게 만들었으나, 신입사원 권지용의 존재는 새로운 관계를 구성하며 상황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패션으로 얽혔던 정형돈과 지드래곤이 진상 정 대리와 그의 지도를 받는 권 사원 역으로 변용된 것이 그 예다. 더불어 지드래곤이 스쳐지나가듯 내뱉은 유행어를 이용, 하이브리드(하하)와 테리 정(정형돈)이 출연하는 극중극 ‘행쇼’로 발전시키며 노 타령(노홍철) 캐릭터까지 만들어낸 기획력은 놀랄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특기가 가장 크게 발휘된 부분은 따로 있다. 언더 커버 보스였던 권지용이 성실한 길 인턴을 정직원으로 발령내는 상황을 삽입한 것. 길에게 끊임없이 날아오던 비난을 잠재우는 가장 <무한도전>다운 방법이었다.
참신성 ★★
기획력 ★★★★
적합성 ★★★★
한 핏줄 에피소드: ‘개그학개론’
게스트+리얼 버라이어티
기본적으로 멤버들이 체험이나 도전을 하는 구성에 게스트가 출연하는 것.
대표 에피소드: ‘뉴욕스타일’
총평: <무한도전>에서 리얼 버라이어티란,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내보이는 것만을 뜻하진 않는다. 일단 도전을 전제하는 것이야말로 방송이 장착한 ‘리얼 버라이어티 정신’인 것이다. 유재석과 노홍철, 하하가 싸이의 ‘강남스타일’ 뉴욕 타임스퀘어 공연에 합류한 과정을 보여준 ‘뉴욕스타일’은 그 점에서아쉬운 특집이었다. 무대의 주인공은 엄연히 싸이였고, 멤버들은 도전이 아니라 싸이와의 친분을 통해 무대에 섰다. 물론 그들이 안무를 연습하는 모습은 고되어 보였지만 사실상 이 과정에는 어떠한 서사도 존재하지 않았던 셈이다. ‘한국인이 미국 무대에 섰다’는 사실 자체에 벅차오르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 에피소드에서는 아무래도 감동을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뉴욕 정복기라 하기에도 미흡했다. 월드 스타 싸이, MC 해머와의 만남을 제외하면 멤버들의 동선은 지극히 제한적이었고, 이는 뉴욕이라는 장소를 전혀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멤버들이 오로지 ‘강남스타일’만을 위해 영어를 배우고, 연습을 하며, 무대에 서는 모습을 지켜보기에 방송은 다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참신성 ★
기획력 ★
적합성 ★★
게스트+게임+토크
간단하게 말해 버라이어티 쇼. 과거의 MBC <동거동락>과유사한 포맷.
대표 에피소드: ‘못.친.소 페스티벌’
총평: 아주 사소한 사건에서 모티브를 찾고, 그것을 확장시켜 서사를 구축한다. 이것이 <무한도전>이 아이템을 구성하는 법칙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멤버들이 누가 더 못생겼나를 두고 옥신각신하던 모습에서 착안해 아예 못생겼다고 생각되는 연예인들의 축제로 만들어버린 ‘못.친.소 페스티벌’은 그 정석을 보여주는 특집이었다. 항상 ‘평균 이하’를 강조하던 프로그램의 기본 콘셉트가 오랜만에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더해 엉뚱한 매력을 지닌 김C와 조정치는 ‘김치’ 듀오로, 이적은 맹꽁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김범수와 고창석, 하림 등도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코믹한 캐릭터를 마음껏 발산했다. 정작 에피소드 안에서 소화한 코너들은 림보 게임, 자신 있는 부위와 닮은 연예인에 대한 토크 등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었으나 방송은 누구 하나 소외시키지 않고 골고루 조명한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2011년의 ‘미남이시네요’ 특집에서 미남으로 뽑힌 바 있던 노홍철이 가장 못생긴 F1에 선출되며 새로운 캐릭터를 얻기도 했다. 외모라는 주제 하나에서도 정반대인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변함없이 빅 재미를 끌어낼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참신성 ★★★★★
기획력 ★★★★★
적합성 ★★★★★
추격+게임
멤버들이 서로 잡고 잡히는 추격전을 게임을 통해 운용하는 것.
대표 에피소드: ‘말하는 대로’
총평: ‘말하는 대로’는 <무한도전>에서 기존에 해오던 추격전과는 다른 성격을 지녔다. 잡아야 하는 대상은 사람에서 버스로 바뀌었으며, 멤버들의 행동 반경이 최대한 좁고 엉켜야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곱 명의 멤버들이 각각에게 할당된 버스가 여의도 환승센터를 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 곳에 머무르며 미션 수행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 것은 결과적으로 방송을 더 스릴 있게 만들었다. 이는 에피소드가 추격전의 형식을 띠고 있었으나 실은 두뇌게임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버스에 육하원칙을 써 붙여 벌칙 문장을 완성하고, 내 버스에는 아무것도 붙이지 못하도록 수비한다는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문장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조커’의 존재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쉴 틈없이 공격과 수비를 반복해야 했던 멤버들은 미처 머리를 쓸 겨를이 없었다. 적절치 못한 기획이었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조커 란에 진짜 ‘조커’를 쓴 박명수처럼, 생각할 틈이 없는 상황은 의도하지 않은 웃음의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게다가 완성된 벌칙 문장을 자연스레 다음 편인 ‘약속한 대로’로 이어갈 수 있었으니, 아이템의 측면에서도 효율적인 기획이었다 할 만하다.
참신성 ★★★
기획력 ★★★
적합성 ★★★
한 핏줄 에피소드: ‘공동경비구역’, ‘숫자 야구’
추격+심리전
추격전을 하되, 멤버들을 몰래 두 편으로 갈라놓고 서로 적인지 아닌지 의심하게 하는 방법으로 운용하는 것. 주로 특정한 콘셉트가 가미되기도 한다.
대표 에피소드: ‘뱀파이어 전쟁’
총평: 멤버들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보통 어느 정도의 스릴을 담보한다. 하지만 누가 적인지 생각해야 하는 추리적인 요소가 들어갔을 경우, 룰이 아주 치밀하게 설계돼야만 추격전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살릴 수가 있다. <무한도전>은 아직까지 이런 추리의 세계를 직조하는데 익숙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뱀파이어 전쟁’은 헌터 사이에서 뱀파이어를 골라내는 것이 핵심이었으나, 추리의 근거로 삼을 만한 요소가 아무것도 준비돼 있지 않았다. 멤버들은 뱀파이어가 누군지 눈치로 때려맞출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여느 때처럼 일단 노홍철을 의심함으로써 그의 사기꾼 캐릭터에만 기대게된 것이다.때문에 <무한도전>에서추리가 가미된 추격전이 긴장감을 잃고 헐거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호러물에 적응하지 못한 멤버들이 뱀파이어라는 콘셉트를 어색하게 소화한탓에 서사조차 방향을 잃었다. 왜 추격전에 뱀파이어라는 설정을 더한것인지 그 이유조차 알 수 없게 돼 버린 셈이다. 여러 가지 요소를 복잡하게 겹쳐놓는 것이 항상 호기심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되새겨야 할 듯하다.
참신성 ★★★
기획력 ★
적합성 ★
한 핏줄 에피소드:‘해님달님’
두뇌 게임
오로지 머리를 써서 풀어나가야 하는 게임으로 에피소드를 끌어가는 것.
대표 에피소드:‘니가 가라, 하와이’
총평: 시청자의 주의를 끄는 방법 중 하나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멤버들이 미션과 게임을 통해 하와이로 여행갈 1인을 선정했던 ‘니가 가라, 하와이’는 멤버들뿐 아니라 보는 이들에게도 특정한 정보를 숨김으로써 심리전의 성격까지 띠게 되었다. 가령, 전당포에 각자의 물건을 맡기면 금고 비밀번호에 대한 힌트를가르쳐준다는 것은 결국 맥거핀에 지나지 않았다. 답은 미션을 공지하는 버벌진트의 멘트 속에 이미 있었던 것이다. 이 밖에도 탈락자로 지목된 멤버가 다음 단계의 퀴즈나 미션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게 되는 방식 역시 반전의 묘를 살린 부분이었다. 그러나, 머리를 써서 맞출 수 없는 문제를 출제한 것은 분명한 실수였다. 각자 만두를 먹어 제시된 숫자에 맞추거나, 잠깐 만난 사람의 몽타주를 각각 나눠그리는 것은 우연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형식의 퀴즈다. 요컨대 멤버들 간의 심리전이나 두뇌전이 불가능한상황이었으며, 그들이 하와이 티켓을 차지하기 위해 맹렬해질 필요도 그럴 수도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반전이 반복되는 후반부까지 시청자와의 심리 게임을 이어가지 못한것은 그런 이유다.
참신성 ★★★
기획력 ★★
적합성 ★★
정기 프로젝트
매년 <무한도전>이 정기적으로 시행 중인 프로젝트. 가요제와 달력 제작 및 배달 등이 있다.
대표 에피소드: ‘박명수의 어떤가요’
총평: ‘박명수의 어떤가요’(이하 ‘어떤가요’)에 의미가 있다면, 박명수의 말처럼 “내부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다는 사실이다. 여러 명의 뮤지션을 끌어들여 함께 곡을 만들었던 지난 가요제들과 달리, 이번에는방배동 살쾡이 박명수가 한 달 만에 여섯 곡을 완성해 무대에 올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어떤가요’는 도전과 성장의 서사를 몽땅 잃었다. 기존의 가요제가 멤버들과 뮤지션들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관계의 폭을 넓혔다면,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박명수 개인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 멤버들 간의 관계 재설정이나 시너지조차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박명수의 작곡 도전기로 갔어야 마땅했겠지만, 방송은 그의 작업 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고 전문가 평가를 통해 “천재”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며 성장기를만들어내지 못했다.게다가 음악 잘 하는 뮤지션들을 초청함으로써 지상파에 부족한 음악 프로그램의 역할을 대체했던 지난 가요제들의 성과 역시 간과되었다. 결과적으로 박명수가 노래를 작곡했다는 사실 외에는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던 특집으로 남게 됐다. 올해만 유독 <무한도전>이 음원 수익과 관련된 후폭풍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던까닭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참신성 ★★
기획력 ★
적합성 ★★
한 핏줄 에피소드: ‘무한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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