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학교 2013>이 현실로 다가오는 건, 수능이니 학력평가니 하는 이벤트들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거기엔 패기와 열정, 꿈과 희망으로 포장된 청춘들이 아닌 척 하고 살았던 속마음이 그려져 있었지요. 미안함에 대한 감각 말입니다. 결국 흥수에게 사과를 하고야 마는 남순이, 그런 남순이의 마음이 함께 아픈 흥수, 엄마를 대신해 미안한 민기, 미안하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하경이, 그리고 그런 아이들 모두에게 끝없이 미안하기만 한 정인재 선생님은 퍼렇게 멍이 든 청춘의 색깔을 온몸에 두르고 있습니다. 브로콜리너마저가 발표한 새 EP <1/10>은 바로 그 청춘들에게 꼭 건네고 싶은 위로입니다. 앨범에 실린 4곡의 노래는 하나같이 너무 싱싱하고 얇아서 만지면 손을 베고야 마는 잎사귀 같은 감정, 미안하고 서러운 순간들을 채집망으로 건져 올리고 있거든요.



신기한 일이기도 합니다. 자고나면 사라질 것처럼 빼꼼 고개를 내미는 마음을 서툰 연주와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그려내는 이들의 데뷔 시절을, 사람들은 시간한정의 매력으로 생각하기도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서른을 넘기고 결혼을 경험하면서도 브로콜리너마저는 여전히 누구보다 분명하고 세밀하게 청춘을 노래합니다. 담담한 얼굴로 다시없을 무엇을 말하고 기억을 붙들어 끝내 듣는 사람을 울컥 울려버리고 말지요. 특히 노래가 끝나려나 싶은 순간, 다시 한 번 더 이야기를 꺼내놓는 ‘막차’는 이 앨범의 가장 빛나는 순간입니다. 막차에 쫓겨 미안하다는 말을 다 못하고 돌아섰지만, 결국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차를 보내버리고 다시 그 기분을 새기는 그 가련한 괴로움이야말로 청춘이 아니고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심정이니까요. 아직도 청춘이 시절이라고 생각 하나요. 그건 일종의 성향, 일군의 습속, 시간이 지나도 훌훌 털어버릴 수 없는 어떤 사람들의 태생이라는 걸 이제는 알겠습니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