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연예대상 > 토 KBS2 밤 9시 15분
2002년 1회 수상 후 10년 만에 다시 < KBS 연예대상 > 대상을 받은 신동엽은 과거 회상으로 수상소감을 시작했다. “90년대에 상을 몇 번 받을 뻔한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안 갔어요. 왜냐하면, 그땐 연예대상이 없었고 드라마 시상식의 한 꼭지로 상을 줬던 것 같습니다. 자꾸 제가 객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안 갔던 것 같아요.” 굳이 ‘객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시상식 참석을 피해야 했던 90년대를 회고함으로써, 신동엽은 수상소감을 혼자만의 것으로 전유하는 대신 희극의 위상 변화를 자신의 재기 위에 넌지시 투사했다. 그것은 비록 한때는 다른 분야 시상식의 곁다리 취급을 받던 시절도 있었으나, 그 시절을 묵묵히 견뎌온 희극인들이 사실은 한국 방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노라는 건강한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시상식이 끝난 이후 어김없이 ‘<개그콘서트>, 올해도 대상 놓쳤다’는 기사가 등장한 것과 달리, 역설적으로 신동엽의 수상은 앞으로도 충분히 대상을 노릴 만한 <개그콘서트> 팀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작지 않을 것이다. 예능이 리얼 버라이어티 위주로 재편되던 시절,신동엽은 오랜 침체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예능을 하며 그 시간을 보냈고, 마침내 주특기인 세밀한 언어의 조탁으로 승부하는 <안녕하세요>와 <불후의 명곡2>를 통해 대상을 받았다. 방송의 조류는 빠르게 변하지만,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낸 이들은 언제고 그 진가를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한 <개그콘서트> 팀 전원이 코 밑에 하얀 콧물을 그리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감사를 표현한 장면이나,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전국노래자랑>에 헌신한 고 김인협 악단장에게 공로상이 헌정되던 장면, 그리고 코미디 부문 남자 최우수상을 받은 김준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매니저들과 작가에게 먼저 감사를 돌리는 장면이 유난히 반짝거렸던 것 역시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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