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앓의 처방전
환자분의 질문에 이미 답이 다 나와 있네요. 우러러보는 연예인이 아니라 같이 살고 싶은 남자로서 차태현을 좋아하시는 거잖아요. 물론 주먹을 부르는 장난이 취미이자 특기인 것, 인정합니다.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유재석의 바지를 치켜 올리질 않나, ‘런닝맨’에서는 ‘절친’ 김종국을 뻔뻔하게 속이질 않나, 심지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발을 빼던 KBS ‘1박 2일’에서도 본인의 입을 헹구던 물로 김종민의 머리를 감겨줬죠. 눈가에 장난기가 그득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박명수처럼 ‘악마의 아들’은 아닙니다. 마음이 늙지 않는 장난꾸러기에 가깝죠. 자칫 잘못하면 건방지거나 얄미워 보일 수 있는 성격인데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까지 들이대야 귀엽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알고 있어요. 게다가 복불복 게임을 할 때마다 벌칙을 받고 괴로워하는데 어떻게 안 귀여워할 수 있겠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분위기 메이커들은 많죠. 그러나 밉지 않은 깨방정으로 상대방의 경계심을 단시간 안에 풀어버리는 사람은 차태현 뿐입니다.
앓포인트: 차태현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귀여운 남자]
요거 멸치, 죠스놀이 가능합니다: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했더니 나보고 9인분 아침식사를 준비하란다. 친구 종국이가 있지만 별 도움은 안 된다. 아내가 있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오는 멸치 한 마리, 내 머리를 스쳐가는 ‘안어벙’ 성대모사. 요거 멸치, 죠스놀이 가능합니다. 빠밤~ 빠밤~ 빠밤빠밤빠밤~ 내 손가락 사이로 멸치가 고개를 내민다. 요거, 다이빙 놀이도 가능합니다. 국자 입수대에서 청국장 뚝배기로 멸치 한 마리가 장렬히 전사한다.
용산구 최고의 아빠입니다: 아침 7시, 잠에서 깨자마자 아들의 요청에 무려 한 시간 동안이나 ‘성난새’ 게임을 한다. 게임이 끝나면 아들한테 계란밥을 해 먹이고 유치원까지 데려다준다. 혼자 덩그러니 남은 오전 시간, 산책이나 할 겸 집을 나선다. 오고 가며 마주치는 건 동네 아줌마들 뿐,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벼운 눈인사 뿐.
망했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1박 2일’ 첫 촬영하면 뭐하겠노. 배 안에서 서서 가는데. 점심 도시락 받으면 뭐하겠노. 노란 단무지만 든 김밥밖에 없는데. 머리 써서 묵찌빠하면 뭐하겠노. 결국 꽃샘추위에 냉수 등목하는데. 물 차갑다고 도망가면 뭐하겠노. 반대편에서 흑염소가 쫓아오는데. 잠자리 복불복 하면 뭐하겠노. 사과식초에 캡사이신 주스까지 걸리는데. 내는 진짜 망했어요.
글. 이가온 thir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