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100퍼센트] 인터넷에 올려진 지식은 쓸모없는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080914081097117_1.jpg)
![[강명석의 100퍼센트] 인터넷에 올려진 지식은 쓸모없는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080914081097117_2.jpg)
, , 에 이르는 SBS의 드라마들은 정보화 시대가 낳은 두 세력의 갈등과 권력이동에 관한 일종의 3부작이다. 에서 사대부는 그들 이외의 계층이 훈민정음으로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을 극렬하게 막았다. 의 권력자는 모든 정보를 통제하려 했다. 은 이 대립의 결과다. 조현민은 지식과 정보의 힘으로 구세대 권력자인 조경신을 이겼다. 그러나, 조현민은 계층 간의 권력 변화는 부정했다. 조현민이 아무리 죄의 증거를 없애도 정보는 끊임없이 복제, 전파된다. 박기영은 조현민보다 권력은 없지만, 지식과 기술로 조현민의 죄를 입증한다. 정보화 시대는 권력자의 얼굴뿐만 아니라 권력의 속성도 바꾼다. 에서 가진 것 없는 백홍석(손현주)은 소형 카메라와 디지털 동영상 제작, 인터넷 전송을 통해 대선후보 강동윤(김상중)의 죄를 밝혔다. 기술과 지식을 가지면 형사가 권력자를 무너뜨릴 수 있다. 지식과 정보가 있다면, 시민이 권력자를 감시할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해 위키리크스와 인터넷 방송 가 시도한 권력자들에 대한 폭로는 드라마의 바람이 현실로 실현될 수도 있다는 증거다.
무형의 가치는 쓸모없는 것으로 평가받는 시대
![[강명석의 100퍼센트] 인터넷에 올려진 지식은 쓸모없는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080914081097117_3.jpg)
뮤직비디오 심의가 시작되면 어쨌건 전 국민은 인터넷에 올리는 것에 대한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물론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영상등급위원회는 해외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라가는 뮤직비디오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인터넷에 올라가는 수많은 뮤직비디오를 일일이 심의할 수도 없다. 미디어의 다양화로 가요프로그램 무대조차 모두 심의하지 못한 채 신고 접수된 무대만 심의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권력이 새로운 시대의 기술과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그들은 통제 불가능해진 기술과 생활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 대신 과거에 폐기된 제도로 정보의 유통 창구를 단일화 시켰다.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누구나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인터넷에 올리는 기술과 지식은 쓸모없는 것이 됐다.
기술이 기존 체제를 흔든다면 아예 없애 버려라. 그 점에서 뮤직비디오 심의는 정부 주도의 러다이트 운동처럼 보인다. 산업혁명 당시 노동자들은 기계를 부수는 것으로 시대에 저항했다. 정보화 시대의 한국 정부도 권력과 제도를 통해 기술 자체를 원천 봉쇄하려 한다. 새로운 시대에 합류한 사람들이 급격하게 변화를 일으키는 만큼, 기존 권력의 더 극단적인 반발을 일으켰다. 그것은 마치 조경신이 조현민의 기술도 어쩌지 못할 만큼 엄청난 돈으로 모든 사람들을 지배하겠다는 것과 같다. 그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선택이지만, 새로운 시대를 선택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경신과 조현민은 물론 박기영 같은 사람까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만큼 성장한 이 시대는 점진적인 변화 대신 극단적인 선택을 요구한다. 뮤직비디오 사전 심의에서 보듯,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는 순간 지금의 권력은 절충 대신 가장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자들은 기계는 부숴도 기술자의 머릿 속에 있는 기계의 설계도는 파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시대의 지식은 인터넷 어딘가에 보관 되어 있다. 지식과 정보의 전파는 막을 수 없고, 결국 세상은 바뀐다. 이번 만큼은 아닐지라도. 13년 후에는, 그리고 다시 13년 후에는.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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