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가 그를 미워할 수 있을까요. 걸출한 기타리스트, 매력적인 보컬리스트, 유능한 송라이터, 게다가 화려한 입담과 가십을 뽐내는 남자 존 메이어 말입니다. 기교와 감수성을 두루 갖춘 그는 대중의 사랑과 평단의 지지, 남자들의 동경과 여자들의 유혹을 동시에 이끌어 낼 수 있는 뮤지션입니다. 그래서일 겁니다. 누구나 그를 수식하고 싶어하는 건. 그리고 그에게 수식어를 붙인 사람들은 서로 자신이 기대한 방향으로 그가 움직이기를 바랍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그는 ‘Your Body Is A Wonderland’와 같이 듣기만 해도 사랑에 빠지는 러브송으로 기억되는 훤칠한 팝스타이지만, 또 다른 사람들에게 그는 트리오를 결성하거나 재즈 뮤지션과 투어를 하고 블루스 연주자들과 협연을 하는 록스타이니까요.

하지만 존 메이어의 새 앨범 < Born And Raised >는 커버에서부터 모두의 기대를 보기 좋게 따돌려버립니다. 게다가 그의 앨범으로는 전례 없이 화려한 아트웍을 사용한 이 앨범이 발매될 무렵부터 존 메이어는 아무렇게나 기른 머리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앨범에 수록된 곡의 상당수는 그의 컨트리적인 베이스를 보다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앨범은 소년소녀들의 예상을 빗나가 버렸지만, 덕분에 그는 더 이상 누군가의 수식어를 계승하는 의무를 짊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자신을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이 남자는 앨범의 제목처럼 태어나고 자라난 자신의 이야기, 그 자체를 실타래처럼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Born And Raised’를 부르는 영상 속의 존 메이어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남루해 보이기까지 하는 무대는 어둑해서 좀처럼 그의 모습을 볼 수 없고, 악기는 하모니카와 기타뿐입니다. 심지어 지난 가을 성대수술을 받기 전의 공연이라 목소리도 최상의 상태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가락과 그의 목소리는 청중들이 잠자코 이 남자에게 집중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러니까 모든 수식을 걷어내고, 그는 이제 첫 번째 존 메이어입니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그 너머에 있는 그의 저력을 알았습니다. 내공과 실력과 센스를 모두 합쳐서 만들어지는 공기, 우리가 소울이라고 부르는 그것입니다.

글. 윤고모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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