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준: 1992년에는 일본 야쿠자 하야시, 2012년에는 항일 영웅 각시탈. 그 두 가지 얼굴 사이에 놓인 20년의 이야기.
신현준
신현준
김영준: 신현준이 출연한 영화 , 의 감독이자 그의 대학 시절 친구. 신현준은 원래 테니스 선수를 하기도 하는 등 운동에 두각을 나타내며 연세대 체육학과를 다녔다. 하지만 영화 을 본 뒤 너무 연기를 하고 싶어 한양대 연극영화과 수업을 몰래 듣기 시작했다. 김영준도 그 때 만났다. 결국 신현준은 어디선가 날아온 신문지에 적힌 영화 오디션 소식을 보고 “운명”이라 느끼고 응시, 합격한다. 고교시절 친구들에게 “24시간 돌아있는 애”라는 뜻의 ‘이사도라’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저돌적인 성격으로 자기 하고 싶은 걸 찾았고, 결국 직업까지 얻은 셈.

임권택: 감독. 오디션에서 신현준이 주인공 김두한이 아닌 악역 하야시를 연기하겠다고 하는 것에 놀라며 그를 캐스팅했다. 영화 촬영 내내 신인인 신현준을 아꼈고, 신현준은 “감독님이 내 편”이라 믿으며 촬영이 없을 때면 임권택의 뒤에서 모니터 화면을 보며 영화 촬영 현장을 익혔다고. 외국인으로 오해받을 만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얼굴로 말없이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그대로 하야시의 캐릭터가 됐고, 영화 에서는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로맨티스트의 면모를 더해 매력적인 악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강렬한 인상은 말없이 있기만 해도 스펙터클을 연출했고, , 등 당시 제작되던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어울리는 배우가 됐다.

김희선: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는 제작 전 대규모 무협영화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물은 원작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했고, 드라마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김희선의 영화 연기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또한 , , 등의 작품들도 모두 저조한 흥행 기록을 보였다. 강렬한 얼굴 만큼이나 강렬하게 데뷔했지만, 데뷔 당시의 이미지를 깰만한 인상적인 작품을 만나지 못하면서 정체에 빠졌던 셈. 정준호에게 함께 출연할 것을 권유한 , 김영준과 함께한 와 등 자신이 믿는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작품은 흔쾌히 출연하는 특유의 성격도 작품 선택의 한계를 가져왔다. 문자 그대로 하야시 이후가 필요해진 시점.

장진: 영화 의 감독. 에서 신현준은 킬러들의 리더를 연기했다. 청부 살인에 있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냉정한 킬러는 신현준의 기존 이미지와 비슷했지만, 일상에서는 엉뚱하고 빈틈 많은 그의 모습은 반전에 가까웠다. 신현준이 굳은 표정에 가려진 자신의 다양한 얼굴을 드러냈다. 그리고, 예능감이 나오기 시작했다.

탁재훈: 영화 등 신현준과 여러 편의 작품에 함께 출연한 배우. 신현준이 스스로 “가장 많이 변한 작품”이라고 말한 는 신현준에게 배우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그는 지적 장애인 연기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깼고, 에서 보여준 코미디 연기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당시 KBS MC였던 탁재훈은 신현준이 출연할 때마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끄집어내며 그가 대중에게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알고 보니 신현준은 어린 시절 정말 아랍에서 살아 ‘아랍왕자’라는 별명이 싫지 않고, 여행을 떠날 때면 가습기와 공기 청정기까지 가져가며, 온갖 약 가방만 세 개를 챙길 만큼 건강에 신경쓴다. 도저히 일상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스펙터클한 외모를 가진 남자, 또는 스캔들로 인해 왠지 ‘나쁜남자’일 것 같았던 그가 때론 백치미가 느껴질 만큼 허술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김수미: 영화 시리즈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의 성공 후, 신현준은 일련의 코미디 영화에 출연했다. 이 작품들은 완성도에 있어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김수미, 탁재훈, 김원희 등 절친한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찍었고, 은 흥행에 성공했다. 에서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허술하지만 조폭들 사이에서는 강한 리더의 모습은 ‘하야시’와 ‘기봉이’의 묘한 결합이었다. 또한 드라마에서는 SBS , 등 강하고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데뷔시절부터 이어진 자신의 이미지를 놓치지 않았지만, 원톱으로 나서는 대신 다른 남자 주인공과 대립하는 역할을 연기했다. 작품성이나 연기에서 큰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너무 큰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걸 즐겼다. 그 사이 하고 싶은 것들, 보여주고 싶은 것들도 할 수 있었다. 배우로서는 정상이 아니었을지라도 사람으로서 현명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정준호: 신현준이 “탁재훈이 내 친구고 정준호는 반려동물처럼 생각”한다는 배우.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신현준은 정준호에게 영화 출연을 말리고 을 함께 하자고 했고, 청룡영화제에서 남들이 웃든 말든 수많은 수다를 떨었으며, MBC 최고령 MC를 함께 했다. 그 사이 신현준은 카리스마적인 하야시에서 집에 있는 기린 인형을 자식처럼 아끼는 남자가 됐고, KBS 진행이 어색하지 않은 묘한 배우가 됐다. 보통의 배우들은 나이 들수록 중후함을 더한다. 하지만 데뷔 시절 자신의 외모만큼 강하고 무겁게 등장한 이 배우는 나이 들수록 해맑아 보이기까지 한 내면을 가진 잘생긴 동네 형으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강해 보이던 외모가 기분 나쁘지 않을 놀림의 대상으로 변할 만큼 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키지 않는 전공 대신 기어이 연기를 공부했듯, 신현준은 느긋한 발걸음으로 자신이 진짜 보여주고 싶은 모습에 다가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원: KBS 에서 신현준과 형제로 나오는 배우. 하지만 실제로는 19살 차이다. 신현준은 6회까지 특별 출연의 형식으로 에 나오지만, 주원이 연기하는 이강토를 항일 영웅 각시탈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에서 신현준의 모습은 지금 신현준의 모습을 집약한 것처럼 보인다. 그는 45세이지만 주원의 형을 연기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지능이 모자란 사람의 연기와 항일 영웅이 어울리는 강렬한 외모를 함께 가졌다. 그리고, 주인공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존재감을 얻었다. 하야시가 항일 영웅 각시탈이 되기까지의 20년은 얼굴만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던 배우가 다른 사람들을 넉넉하게 품을 수 있는 부드러운 내면을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를 함께 얻기까지의 과정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영웅으로 사는 사람이 있다. 영웅에 맞서는 악인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양쪽 사이에서 자신만의 삶을 찾는다. 데뷔 20년이 지나는 사이, 신현준은 그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영웅도, 악인도, 바보도 할 수 있는.

Who is next
신현준과 SBS 에 함께 출연한 소지섭이 나온 MBC 의
OST에 참여한 백지영

10 Line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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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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