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밴드2>에 열광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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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에서 현재까지 가장 화제가 된 밴드는 장미여관이다. 첫 회에 자작곡 ‘봉숙이’로 관심을 모은 이 밴드는 이미 복분자주 CF 제의를 받았고, 공연장에는 장미여관이 새겨진 티셔츠를 단체로 맞춘 팬클럽이 온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밴드가 단 한 번의 방송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장미여관에 대한 반응은 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증거다. 그러나 제작진이 장미여관을 다루는 방식은 지금 의 문제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가 4회까지 방송되는 동안 장미여관은 세 번 출연했다. 1회의 첫 출연에 이어 2회에는 미공개 공연과 인터뷰가, 4회에는 프로그램을 주제로 노래를 불렀다. 반면 의 다른 밴드들은 1-3회까지 2차 예선을 치르는 동안 최대한 골고루 시간을 배정받았다. 한 조당 세 팀으로 나눠진 99개의 밴드는 비슷한 시간동안 자신들을 소개하고, 연주하고, 심사평을 받았다. 장미여관처럼 주목받는 팀이 더 많은 시간 노출되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행에 필요하다. 출연팀마다 일정한 시간을 배정받는 건 공평성 측면에서 좋다. 단, 처럼 두 가지를 양립하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유명하지 않거나 독특하지 않은 밴드들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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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신대철은 러버더키의 기타리스트에게 솔로 연주가 멋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그 연주는 본 공연에서 볼 수 없었다. 3회까지 는 밴드마다 거의 같은 시간, 비슷한 흐름의 편집을 제공했다. 무대에 선 밴드를 소개하고, 시작부터 앞부분을 어느 정도 보여준 뒤 마무리로 넘어간다. 이런 편집에서 밴드의 매력을 살리려면 곡의 하이라이트까지 넘어갈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는 장미여관의 CF제의 소식을, 시베리아허스키 멤버들의 개인사를 공개하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그 사이 러버더키의 기타 솔로도, 피아가 ‘Urban Explorer’에서 화끈하게 몰아쳐야할 부분도 사라졌다.

가 직장인 밴드 꽝꽝나무와 프로데뷔 10년차의 트랜스픽션을 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명분은 한국의 밴드가 좀처럼 미디어에 나설 기회가 없다는 공감대다. 출연 밴드 중 인지도가 상위권에 속하는 네미시스도 “공중파에서 방송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는 주목받는 밴드를 더 부각시키는 것과 모든 밴드에게 일관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오히려 밴드들에게 제대로 된 기회를 주지 못한다. 철저하게 공연 위주로 진행하면 밴드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줄 수 있고, 록 마니아 층을 만족시킬 수 있다. 제작진 스스로의 취향을 믿고 그들 나름의 기준으로 특정 밴드들을 부각시키면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 익숙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면서 스타탄생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택하면서 오히려 많은 밴드들이 기회를 잡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장미여관처럼 독특한 밴드들은 공연 외적인 영상들을 통해 계속 자신들을 알릴 수 있다. 유명밴드는 유명 밴드대로 주목받는다. 이 두 가지에 해당되지 않는 밴드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들을 어필하기 힘들다.

에게 지금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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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는 의 현재를 보여준다. 3회까지 라운드마다 세 팀을 비슷하게 보여준 것과 달리, 4회의 몇몇 라운드는 우승팀의 공연만 방영했다. 대신 25세에 교수가 된 바닐라유니티, 혼자 어린 아들을 키우는 싸이칵스의 멤버를 보여준다. 그러나 싸이칵스는 탈락했다. 개인적인 사연을 가진 밴드가 심사위원이 선택한 밴드보다 탈락한 밴드가 더 오랜 시간 방송에 나왔다. 심사위원의 인정을 받은 밴드의 화제성을 더 키우는 게 아니라 합격 여부에 상관없이 화제성이 있는 밴드를 부각시킨다. 이런 방향을 유지하려면 는 지금보다 훨씬 오락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4회에서 가장 장시간 방영된 내용은 야야의 음악성에 대한 심사위원간의 논란이었다. 유영석이 심사를 포기하는 장면은 1회부터 예고로 등장하며 계속 강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떠나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봐온 시청자들에게 특정 출연자에 대한 심사위원들 간의 마찰은 종종 볼 수 있는 에피소드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를 추구하려면 훨씬 더 자극적인 이슈 만들기가 필요하고, 밴드의 음악에 집중하려면 보다 충실하게 그들의 음악을 담는 자세가 필요하다. 는 모든 밴드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과 특정 밴드를 주목받게 하는 것, 그리고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주목받게 하는 것 사이에서 정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즌 1에서 톡식이 주목받은 것은 3차 예선에서 산울림의 곡을 인상적으로 리메이크하고, 16강에서 브로큰발렌타인과의 명승부가 화제가 되면서부터다. 거기에는 제작진의 인위적인 편집이 필요 없었다. 편집으로 슈퍼스타를 만들 수 없다면, 그들이 알아서 음악을 들려줄 기회를 만들면 된다. 촌스럽게 보이더라도 우직하게 할 줄 아는 걸 밀고 나가면 답이 나온다. 답은 최소한 좋은 밴드를 대중과 더 가깝게 만들 정도는 될 것이다. 많은 밴드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밴드 생활을 했다. 그리고 Mnet 가 아닌 에 출연했다. 에게 지금 필요한 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의 현란한 테크닉이 아니다. 중요한 건,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분명한 방향과 태도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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