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밤 12시 35분
자정을 넘긴 시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책의 한 구절을 낭독하며 늦은 밤까지 깨어있는 시청자들에게 평온한 자장가가 되어줄 것이라 기대했던 는 오히려 잠 못 이루는 밤을 선물했다. ‘왜 이 책을 추천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자연스럽게 ‘왜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논의로 이어지고, 그 순간 책 속에 누워있던 글자들은 점차 몸을 꼿꼿이 세우며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을 추천한 조주희 기자가 책에 나온 사회증거의 법칙을 인용하며 “군중심리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보편적인 화두를 던지면, 이현우 교수는 맛집의 불편한 진실을 꼬집은 영화 를 예로 들며 책의 일반론을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의 저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의 신작 을 소개한 ‘오늘의 책’ 코너에 이르러서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어떤 삶이 좋은 것인가. 행복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과연 사회는 그러한 가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이 되어주는가. 이 책을 추천한 백현주 기자는 “시장과 도덕의 관계에 대한 책”이라고 소개했지만, 어제 방송에서 패널들이 가장 치열하게 토론한 지점은 “좋은 삶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하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었다. 가 즐거운 토론 프로그램처럼 느껴진다면, 이는 한 권의 책을 빠르게 훑어주는 것이 아니라 짤막한 구절일지라도 유의미한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한가. 매주 50분만 투자해 를 시청하라. 이만한 고품격 도서관이 없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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