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 “<닥꽃밴>에서 폼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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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고 또 다시 찾아온 겨울. 그동안 KBS 의 냉정한 천재 최치훈은 우정과 사랑에 목숨을 거는 tvN (이하 ) 속 권지혁이 되었다. 그리고 1년 사이에 냉정과 열정의 양극단을 오가는 두 인물을 연기한 성준 역시 변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많이 안 만나봐서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인터뷰하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라 말하던 무표정한 얼굴의 소년은 이제 없다. 대신 인터뷰 도중 “사진 촬영은 휴대폰으로 하면 되죠?”라 농담을 던지고, 촬영 내내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는 제법 당돌한 얼굴의 청년만이 눈앞에 서 있었다. 부지런히도 흐르는 시간 속에서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성장한 성준은 “연기 욕심이 굉장히 커졌어요. ‘연기신’이 될 거예요, 언젠가는”이라 말한다. 아직은 스물셋, 그럼에도 어디서든 강한 존재감을 가지는 그를 만났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의 또 다른 얼굴과 마주하게 될 다음 겨울을 벌써부터 기다리게 됐다.

은 밴드 안구정화 멤버들이 서로의 울타리를 벗어나 각자의 삶을 시작하는 것으로 끝났다.
성준: 어떻게 보면 결국 어른이 되어가는 소년들의 이야기인 거다. 조금 씁쓸한 결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에 든다. 그편이 훨씬 더 현실적이니까. 사실, 자신들이 만든 작은 세계에서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각자가 원하는 길을 선택하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말에 아쉬움은 없다. 단지 몇 달 동안 하루에 한 두 시간만 자면서 촬영을 하다 보니, 아직은 지혁이를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것 같다.

“락의 기본 정신은 갈등”
성준 “<닥꽃밴>에서 폼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에서 폼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 하지만 제작사인 ‘오보이 프로젝트’의 박성혜 대표가 말하길, 처음 캐스팅 이야기가 오갈 당시에는 이 역할에 좀 시큰둥했다고 하더라. (웃음)
성준: 내가? 음…… 사실이다. (웃음) 처음에는 꽃미남 이야기라고 하니까 거부감이 들었다. 원래 현실성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부잣집 아들이나 무턱대고 멋진 척 하는 것, 꽃미남 같은 것은 판타지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예상했던 이야기와는 전혀 달랐다. 내가 락의 기본 정신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을 이 작품이 담고 있었던 거다. 청춘들이 서로 싸우거나 반항하는, 갈등 같은 것들.

원래 기타를 배웠을 만큼 락스타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들었다. 밴드 멤버를 연기하면서 대리만족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성준: 맞다. 아주 어릴 땐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고등학교 때 락 음악을 듣고 너무 좋아서 락밴드를 꿈꿨다. 이번에도 연습 하면서 (이)현재 형한테 “형! 우리 진짜 괜찮은 것 같지 않아? 진짜로 밴드 해도 좋을 것 같은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웃음) 진짜 재미있고 짜릿했다. 영화 (원제:)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맡았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보다 악기 연습을 많이 하고 에 들어온 거라 조금 더 수월하기도 했고. 물론 아직도 기타를 아주 잘 치진 못한다.

안구정화 멤버들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던데.
성준: 그랬다. 현재 형도 있고, (유)민규 형도 은근히 음악을 다양하게 듣는 편이라 요즘에 어떤 음악을 듣는지 서로 이야기하면서 놀았다. 그러면서 아, 이 사람은 이런 음악들을 통해서 이런 감성을 느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권 감독님도 매드 소울 차일드라는 팀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촬영 스케줄 자체가 너무 빡빡해서 감독님과 음악 얘기를 할 시간까지는 나질 않았다.

본인은 주로 어떤 걸 듣나.
성준: 예전에는 카사비안이나 제트 같은 현대 영국 밴드들을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좀 더 오래된 밴드들도 자주 듣는다. 최근에는 친구가 “너 도어스 들어봤냐?”라고 하길래 “그게 뭐야?” 하면서 들어봤는데 음악이 너무 좋은 거다. ‘알라바마 송’이라든지. 카니예 웨스트 같은 힙합도 듣고 있다. 한창 에미넴을 들었던 중학생 때 이후로 오래간만이다. (웃음)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는 건 아니다. 그냥 빨리빨리 넘기면서 듣는 편이다. 힙합도 비트가 신기하면 ‘아, 이 비트 신기하다’ 하고 들었으니까 넘어가버리고. 그렇게 들으면서 내가 원하는 감정을 쭉 갖고 가는 걸 좋아한다. 한 곡에 꽂히면 그걸 수백 번씩 듣기도 하는데, 이번 작품을 할 때는 라디오헤드의 ‘페이크 플라스틱 트리’를 거의 이백 번 정도 들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자꾸 공부하듯이 음악을 듣는다. 이 곡에는 기타가 어떻게 쓰였구나, 하는 식으로.

음악에 관심이 큰 만큼 ‘무단횡단’이나 ‘Wake up’ 등의 노래를 직접 부른 건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다.
성준: 녹음하기 전에 지인으로부터 발성 같은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레슨을 좀 받았다. 막상 녹음할 땐 한 곡당 4시간에서 6시간 정도 걸렸는데, 별 생각이 안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음악 사이트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니까 노래가 딱 나와서 정말 신기했다. ‘아….. 생각보다 (목소리가) 잘 나왔다. 마이크발 좀 받았구나’ 이런 느낌도 받고. (웃음) 지금은 신인이니까 연기에 집중해야겠지만, 언젠가는 (이)민기 형처럼 앨범을 내 보고 싶기도 하다.

“피 터지게 싸우는 하드보일드한 액션을 해 보고 싶다”
성준 “<닥꽃밴>에서 폼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에서 폼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 사실 은 밴드라는 것 말고도 남자들의 로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지점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연기를 빌미로 마음껏 허세를 부릴 수 있었을 텐데. (웃음)
성준: 막 싸우고 폼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어, 지혁이가 “야! 백 명이든 천 명이든 다 덤벼!”라고 말하는 장면 같은 것. (웃음) 실제로는 아무리 내가 “야, 나 권지혁이야!”라고 해봤자 상대편에서는 “얘 뭐라는 거야?”라고 나올 수밖에 없지만, 작품에서는 다 받아들여지니까. 그런데 액션신은 합을 맞춰보고 들어가도 안 맞아서 다칠 때도 있었다. 나는 주먹이 날아오면 최대한 눈앞에 가까이 올 때까지 피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타이밍이 어긋나면 진짜로 맞는 거다. 아니, 혹시 일부러 그런 건가? (웃음)

좀 더 본격적인 액션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생겼나.
성준: 당연하다. 남자라면 다들 그렇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이소룡의 액션을 보고 선망하면서 자란 사람들이라면! 견자단의 액션도 너무 좋아한다. 총 쏘는 작품을 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피 터지게 싸우고, 서로 막 죽이는 하드보일드한 걸로. 그들만의 문화가 읽히는 작품이라면 더 좋겠다. 야쿠자도 야쿠자만의 문화가 있는 거니까.

여러 가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권지혁이 매력적이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데뷔한 지 약 1년 밖에 되지 않은 신인으로서 부담감도 컸겠다.
성준: 2회까지는 (이)민기 형이 있어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형이 중심을 잡아주고, 나는 형의 연기에 리액션만 해주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민기 형이 빠진 3회부터는 지혁이한테 많은 짐이 주어졌다. 수아와의 멜로, 안구정화와의 의리, 친엄마와 애증의 관계 같은 것들. 거기에 대해 이권 감독님이나 박성혜 대표님은 정말 어떤 디렉션도 주지 않으셨다. 두 분 다 나를 너무 믿어주신 거다. (웃음) 덕분에 원래 내가 가진 역량의 120% 정도로 잘할 수 있었던 것들도 있었지만.

그렇다면 본인의 연기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성준: 100점 만점이라면 20~30점 정도. 실질적인 주인공이기 때문에 더 잘 했어야 하는데, 헤맸던 부분이 많았다. 아무리 센 척을 해도 지혁이는 아직 어린 십대 청소년일 뿐이고, 실제의 나는 지혁이 만큼 어리지 않다. 내 눈높이로 판단하려고 하니까 지혁이의 행동이나 사고방식 면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던 거다. 아, 그래도 스스로 잘 했다고 느껴지는 장면들도 있었다. 그럴 때는 혼자서 ‘그래, 넌 권지혁이야! 잘 했어!’라며 힘을 냈다. (웃음) ‘역시’ 잘 했다, 이런 게 아니라 ‘의외로’ 잘 했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음…. 방금 만족도를 20~30점이라고 말했는데, 50점으로 수정하겠다. (웃음)

무엇보다 예전 인터뷰에서 밝혔듯 심리적으로 고립된 학창시절을 보냈던 사람이 끈끈한 우정이나 의리로 살아가는 인물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성준: 이해라기보다 그냥, 나를 완전히 잊으려고 했다. 학교생활에 대한 즐거운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과 돈독하게 지낸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혁이를 나 같은 인물로 표현할 수는 없지 않나. 다만 의 최치훈이 차가운 아이였다면 권지혁은 뜨거운 아이였고,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그런 부분들이 남아 있어서 자연스럽게 태도나 성격이 조금 바뀐 건 있다.

“트위터는 그냥 애교, 일종의 팬서비스”
성준 “<닥꽃밴>에서 폼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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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신인이지만 위축되지 않는다는 느낌은 여전하다. 그럴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성준: 아, 아주 중요하고 어려운 이야기다. (웃음) (한참 생각하다가) 솔직함인 것 같다. 뭘 하든지 최대한 솔직해지려고 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겠다고 생각하니까, 위축돼 보이지 않는가보다. 그런데 사실은 나도 다른 신인들과 똑같다. 진짜 긴장도 많이 하고, 모르는 게 많으니 위축되기도 하고. 어쨌든 세상에는 정말 많은 배우들이 있고 나도 결국 그 사람들과 경쟁해야 되는 또 한 명의 배우인건데, 솔직함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본의 아닌 오해를 사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성준: 오해 정말 많이 받는다. 건방져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나는 솔직해지려고 하는 거지만, 관점이라는 건 각각 다 다른 거니까 그런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박성혜 대표님은 그냥……. 나를 너무 정확하게 보신 거지. (웃음)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의 필요성도 느끼나. 연예계에서, 특히 신인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이거나 살갑게 행동해야 할 때도 있을 텐데.
성준: 의식 반, 무의식 반인 것 같다. 때는 연기를 처음 해보는 거라 마냥 정신이 없었고, SBS 에 출연하면서부터 연기적인 부분뿐 아니라 태도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다. 그 후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를 계속 해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려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연기를 통해 뭔가를 막 보여주려고 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내가 느끼는 것들을 그냥 그대로 전달하려고 했다. ‘나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라고. 그게 제대로 전달되는 게 스스로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너무 외로워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연기로 해소되고 있는 거다.

요즘 비교적 열심히 하고 있는 트위터도 소통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웃음)
성준: 트위터는 무조건 다 보이니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곳은 아닌 것 같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랑 달라서 내 일기장처럼 쓸 수는 없지 않나. 물론 반응이 바로바로 오는 건 신기하다. 정말 단순하게 그냥 “본방사수 해주세요”라고 썼는데 “오빠~ 어쩌구 저쩌구” 이러면서 답장이 오는 걸 보면 ‘오~ 뭐지?’ 이렇게 된다. (웃음) 물론 다는 못 보고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확인한다. 굉장히 예리한 질문을 보내시는 분들도 계셔서 일일이 답장 해드리고 싶은데, 한 분 대답해드리면 다 해드려야 하니까 공평하게 아무한테도 안한다. 그러니까 트위터는 그냥 애교,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게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으로서 앞으로도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있을 거다. 가령 팬미팅이라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도 나를 위해 모인 사람들을 즐겁게 해줘야 하는 거니까.
성준: 아, 작년에 팬미팅을 한 번 했었는데 너무 부끄럽고 힘들어서 땀이 삐질삐질 났다. ‘그냥 나가 버릴까? 어떡하지?’ 이런 심정이었다. 팬미팅이란 거, 생각보다 오래하더라. 거의 2시간 정도? 그 시간을 뭘로 채워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기타 치면서 노래를 막 불렀다. 자연스러운 척 연기를 잘 한 거다. 어떻게 보면 팬들한테만 보여줄 수 있는 익살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에 또 팬미팅을 한다면 그땐 진짜 잘 하고 싶다. 뭘 하면 좋을까? 춤을 춰야 하나, 아니면 시를 써서 읽어야 하나. (웃음)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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