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야차>│스파르타쿠스와 추노가 싸우면](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0120617474868225_1.jpg)
한 사내가 오직 살의에 가득한 눈빛으로 수많은 무사들을 베기 시작한다. 그들 모두의 목숨을 거둬가던 사내는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는 이에게 말한다. “왕명이다.” 6일 용산 CGV에서 제작발표회와 함께 공개된 OCN 자체제작드라마 는 이처럼 왕의 비밀 살수 조직 흑운검의 행수 백록(조동혁)의 활극으로 시작된다. 이 짧지만 인상적인 활극은 드라마의 성격과 플롯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드라마 속 조선은 권력이 좌의정 강치순(손병호)에게 집중되어 왕권이 미약한 상태다. 하여, 왕에게는 자기 대신 손에 피를 묻힐 이들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하는 것이 흑운검이다. 자신들의 살육을 왕명이라는 대의로 정당화하는 흑운검과 행수 백록은 그래서 포악한 귀신이자 불법의 수호신인 야차를 닮았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 뒤에 허무한 표정을 지으며 피 묻은 손을 씻는 백록이 자신의 길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왕의 수호자라면, 그의 동생이자 강치순의 사위인 백결(서도영)은 자기 야심에 대한 확신을 가진 신권의 수호자다. 형의 정체를 모르는 백결과 자신이 따르는 왕을 위해 강치순을 쳐야 하는 백록의 이야기는 과연 어떤 파국을 향해 달려갈까.
![OCN <야차>│스파르타쿠스와 추노가 싸우면](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0120617474868225_3.jpg)
금요일 밤 맥주와 함께 서로 다른 입장에 선 사내들의 징글징글한 싸움을 보고 싶다면
피 말고 또 다른 19금의 요소를 기대하고 있다면
![OCN <야차>│스파르타쿠스와 추노가 싸우면](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0120617474868225_2.jpg)
이미 몇 달 전부터 한국의 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티저 영상이 공개될 정도로 는 블루스크린과 CG를 이용한 피 터지는 액션에 상당한 방점이 찍혀있다. 실제로 칼로 육체를 벨 때마다 비현실적인 톤의 피가 흩뿌려지고 동작이 잠시 정지되는 연출은 의 그것과 똑같다. 하지만 검투사의 그것과는 다른, 동양 무술 특유의 합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의 액션은 영화 을 비롯한 여타 서양 액션 영화와는 차별화된다. 특히 KBS 에서 인물 각각의 서사를 액션 스타일로 표현해냈던 백경찬 무술감독은 에서도 인물에 따라 디테일한 액션 방식의 차이를 둔 듯하다. 평소에는 저자의 백정으로 지내는 백록은 그 이미지에 맞게 둔도를 거칠게 휘두르는 의 검투사와 비슷한 액션을, 흑운검의 또 다른 살수는 잽싸고 경쾌한 의 대길과도 같은 아크로바틱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무관인 백결은 훨씬 절제된 검술로 그가 속한 제도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가 단순한 19금 잔혹극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의 말처럼 “잔혹한 부분이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 그 이유가 스토리 안에서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 백록에게는 지금의 왕이 정적에게 쫓기던 시절 왕족인지 모르고 형제처럼 지냈던 사연이, 백결에게는 산골을 벗어나 출세를 하고 싶다는 강한 야망이 있다. 이 조금은 단순한 갈등 구조가 깊어지는 건, 백록이 왕에 대한 충성보다는 과거의 의리로 움직이는 약한 심정의 사내이고, 여전히 자신의 동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 마음의 갈등은 어쩌면 목과 팔이 잘려나가는 액션 신보다 더 치열할지도 모르겠다. “기대되는 내 마음의 액션 신은 오히려 대화하는 장면이다.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대화마다 싸우는지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구동회 작가의 말은 그래서 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인상적인 비주얼로 서두를 장식한 이 드라마는 과연 그 이상의 것을 시청자의 가슴에 남겨줄 수 있을까. 확인은 오는 10일 금요일 밤 12시부터 할 수 있다. 아, 혹여 의 야한 장면에 대한 기대감 역시 품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 김홍선 감독의 말을 덧붙이겠다. “선정적인 면에서는 많이 실망할 거다.”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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