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10] 노영심 “개막공연은 꿈을 위해 긴 사랑을 쏟았던 김 위원장을 위한 노래”
[PIFF+10] 노영심 “개막공연은 꿈을 위해 긴 사랑을 쏟았던 김 위원장을 위한 노래”
여기는 부산, 입니다. 오늘 10월 7일 목요일 7시 30분에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9일간의 영화축제를 이어갈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10’)를 즐기는 가장 재미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는 어제 저녁부터 이곳 해운대에 닻을 내렸습니다. ‘PIFF10’과 의 귀한 만남의 흔적을 담게 될 [PIFF+10]이 처음 만난 사람은 바로 개막공연 준비에 한창인 노영심입니다. 개막 아침, 이제 몇 시간 후면 개막식의 열기로 뜨거워질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찾아가 조용히 피아노 앞에 앉은 이 여자의 등을 살짝 두드렸습니다.

개막식 준비로 아침 일찍부터 바쁘시군요.
노영심: 어제 잠을 거의 못 잤어요. 좀 울기도 하고. 개막식을 앞두고 별별 무서운 상상을 다 해 봤는데 그게 어제 다 벌어졌거든요. (웃음)

올해 영화제는 아무래도 김동호 집행위원장님의 마지막 해이기도 하니까 개막식 무대가 큰 부담이 되시겠어요.
노영심: 그럼요. 그 전에도 몇 번 개막식 무대에 서기는 했는데 올해는 좀 각별하죠. 거창하고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정말 오랜 친구들과 ‘프렌들리’한 무대를 생각하셨던 차라 김동호 위원장님이 제가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언젠가 이런 저런 문화예술계 어른들을 뵙는 가운데 위원장님과의 첫 인연이 시작되었고, 개막 해를 빼고 매년 부산을 찾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이어진 인연이 벌써 14년째네요.

“배우들의 노래에선 따뜻하게 미소 짓는 분위기가 난다”
[PIFF+10] 노영심 “개막공연은 꿈을 위해 긴 사랑을 쏟았던 김 위원장을 위한 노래”
[PIFF+10] 노영심 “개막공연은 꿈을 위해 긴 사랑을 쏟았던 김 위원장을 위한 노래”
어떤 형태의 공연일지 궁금해요.
노영심: 공연이라기보다는 7, 8분짜리 조금 긴 노래라고 볼 수 있어요. 원래 개막공연이 개막작을 가려서도, 너무 길어도 안 된다는 게 위원장님 생각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원래라면 공식적인 행사 끝나고, 개막작 상영으로 넘어가기 전에 공연을 하는 방식인데 이번엔 순서가 바뀌었어요. 개막선언하고 불꽃이 펑 터지면 그냥 소개 없이 공연이 시작되는 형태죠. 그 순서가 별 차이 아닌 것 같은데 그 불꽃을 감당해야 되는 게 큰 차이더라고요. (웃음)

처음에 인터뷰 약속 잡기 위해 통화했을 때는 이 공연이 말로는 잘 설명이 안 될 거라고 하셨잖아요?
노영심: 네. 말로 설명해서 바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잘 없더라고요. (웃음) 똑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이해를 위해 나탈리 콜이 죽은 아버지인 냇 킹콜의 기존 노래에 목소리를 입혀 마치 듀엣처럼 만들어낸 ‘언포게터블’을 예로 들긴 했어요.

어떤 무대일지 점점 궁금한데요?
노영심: 무대 위에서는 윤건 씨가 노래하고 제가 피아노를 쳐요. 그리고 무대 양쪽에 LED에서 배우들이 한 명씩 등장하는 거죠. 화면 속의 배우들은 미리 만들어진 영상 속에서 ‘무반주’로 노래를 이어서 부르고, 개막식 현장에서 윤건 씨의 목소리와 제 피아노 연주가 크로스오버 되면서 라이브로 합쳐지게 되요.

얼핏 듣기에도 단순하지만은 않은 작업 같은데요.
노영심: 처음엔 배우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서 함께 노래를 부르면 어떨까 했는데, 그게 절대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섭외를 너무 무리하게 진행하다 보면 괜히 위원장님에게 누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대안을 찾다 보니 이런 형태의 공연이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결국은 가장 소중한 방법을 찾은 것 같아요.

어떤 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나요?
노영심: 김남길, 문소리, 예지원, 황정민, 엄정화 씨가 함께 해주셨어요. 송일곤 감독님과 의 촬영감독님이 저의 S.O.S.에 응해 주셨구요.

다행히 다들 노래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네요! (웃음)
노영심: 네, 그런데 노래를 잘하는 배우보다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배우였으면 했어요. 처음엔 좀 무겁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그래서 가창력을 뽐내는 게 아니니까, 그저 이야기 하듯 편하게 노래해 달라고 했죠. 제가 원래 노래 잘 안 하는데 직접 가이드 송을 불러서 보내드렸더니 안심하시던데요.(웃음) 다들 너무 잘해주셨어요. 따뜻하게 미소 짓는 분위기, 배우적인 느낌이 드러나더라고요.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시죠? 어떤 내용인가요?
노영심: 영화를 볼 때 모든 사람들이 꿈을 얘기하잖아요. 그 꿈을 위해 긴 시간 사랑을 쏟았던 김 위원장님을 위한 노래이기도 하구요. 또한 배우들을 빛나게 하고 싶었던 노래였어요. 관객이 기다리는 무대 앞으로 나가기 전 배우의 심정을 담은 ‘당신의 이 순간이 오직 사랑이기를’ 이라는 제목이구요. 황정민 씨가 이런 말을 했어요. “무대에 나가기 전에 너무 두렵고 마음이 너무 어두워서 슬픈 꿈을 꾼 적도 있었는데 그래도 앞에 나가면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나라는 걸 느낀다”고. 결국 모두가 함께 제창하는 내용은 “못 견디게 사랑하고 못 견디게 기다려서” 영화라는 통로를 통해 만나는 이 순간이 언제나 사랑이기를 원한다는 거죠. 그 순간을 못 견디게 기다리기 때문에 배우들은 그 뒤에서 그렇게 괴로워하는 건 아닐까. 그저 예쁘게 보이고, 잘나 보이고 싶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그게 생명이라고.

“나에게 김동호 위원장은 법정 스님과 동급”
[PIFF+10] 노영심 “개막공연은 꿈을 위해 긴 사랑을 쏟았던 김 위원장을 위한 노래”
[PIFF+10] 노영심 “개막공연은 꿈을 위해 긴 사랑을 쏟았던 김 위원장을 위한 노래”
윤건 씨를 무대 위로 부르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세요?
노영심: 친하니까? (웃음) 저에게 이 무대는 단순히 공연이 아니라 ‘영화제’ 라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물론 존재감 있는 인기가수 한 명이 만들 수도 있는 무대지만 그보다는 영화제의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저도 윤건도 하나의 요소였으면 했던 거죠. 윤건 씨의 목소리가 전체 분위기를 촉촉하게 만드는 습도에서도 적당하기도 했구요.

어떻게 보면 배우들을 위한 것이기도 결국이 이 무대는 긴 시간 PIFF의 상징과도 같았던 위원장님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담은 피날레 무대이기도 한 것 같아요.
노영심: 그래서 이런 무대가 마땅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한마디로 말하기가 힘든데…. 저에게 김 위원장님은 법정 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님과 늘 동급이에요.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잖아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좋은 평가를 얻는다는 건, 모두들 한 목소리로 좋은 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몇 세기에 한 번 나오실까 말까 한 그런 분이에요.

올해 PIFF에서 첫 상영되는 임순례 감독의 의 음악작업도 하셨죠?
노영심: 임순례 감독 역시 제가 인간적으로 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감독님께서 이 영화가 나한테 어울릴 것 같다고 하시기도 했지만… 사실 저예산이라서 그런지도. (웃음) 언제나 사람을 존중을 가지고 대해주시는 분이세요. 실제로 이 영화에는 음악이 많이 안 들어가고, 이미 들어간 것도 더 덜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이번 작업이 참 좋았어요. 늘 새로운 작품 할 때는 지난번보다 나은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은데, 내가 나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준 작품이거든요.

이후 예정된 영화작업이 있으세요?
노영심: 요청이 별로 쇄도하지는 않아요. (웃음) 저에게 영화음악작업은 그저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일로 생각해보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귀하게 떨어지는 작업이죠.

영화제 일정이 끝나면 바로 연말 콘서트 준비로 바쁘시겠네요.
노영심: 동일한 이름으로 정기적으로 크리스마스 공연한지도 벌써 11년째에요. 특히 이번 크리스마스는 완전 시리즈로 이어져요. 12월 초에는 이주노동자들, 체류자들을 위해 재밌는 공연을 준비 중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씩 동성고등학교에서는 그 분들을 위해 병원이 열려요.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통장잔고의 마지막을 털어서 만든 병원이죠. 그 고등학교 복도에서 마치 홍대에서 연주하는 것처럼 몇 개 스테이지 만들어서 하루 종일 벌어지는 축제처럼 공연도 하고 몇몇 사진작가님의 도움을 받아서 그 분들에게 크리스마스 가족사진을 찍어 드리기로 했어요. 또 12월 18일에는 일본 아오모리에서 두 번째 크리스마스 자선공연을 하고, 24일에는 다시 성모병원 로비에서, 그 이듬해 음력 크리스마스에는 강원도 농장 온실 안에서 다문화 가정의 사람들과 함께 음악회를 열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제는 개막식이 끝이 아니에요. 내일 백암아트홀에서 공연을 하고 나면 다시 부산으로 내려오거든요. PIFF 폐막전날, 이제는 정말로 마지막인 김동호 위원장님을 보내는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열 거예요. 영화제 자원봉사자들 안에서 오디션을 했고 서울에서 보컬 몇 명 데려와서 작은 합창단을 꾸렸어요. 내용요? 여전히 ‘청년 김동호’가 내일을 위해 또 나아간다는 그런 희망찬 노래!
[PIFF+10] 노영심 “개막공연은 꿈을 위해 긴 사랑을 쏟았던 김 위원장을 위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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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부산=백은하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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