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특집 단막극 감독 인터뷰](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0091711583347700_1.jpg)
2007년 3월, MBC 이 문을 닫았다. 2008년 를 폐지했던 KBS가 올해 총 24편으로 구성된 을 내놓았음에도 시청률과 수익만으로 평가되는 드라마 시장에서 MBC 단막극의 부활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하지만 오는 9월 22일 오전 추석특집극으로 방송되는 을 시작으로 9월 26일부터 10월 17일까지 4주 동안 매주 일요일 밤 11시 30분에 방송될 단막극 다섯 편은 시청자들을 위한 깜짝 선물과도 같은 작품들이다. 91년 MBC에 입사해 , 를 만든 김윤철 감독과 93년 입사해 , 을 만든 이태곤 감독은 각각 과 으로 돌아왔다. 2003년 입사한 이성준 감독은 로, 2004년 입사한 권성창 감독과 정대윤 감독은 와 로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작품을 내놓았다. MBC의 황금기가 낳은 스타 감독과 MBC의 위기에 흔들리는 신인 감독, 세대도 입장도 다른 이들 선후배에게 이번 단막극 연출은 어떤 경험이었을까. 에서 이들의 열정과 고민을 함께 들었다.그동안 각계에서 단막극 부활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 왔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었나.
정대윤 감독 : 이 없어진지 4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동안 단막극을 부활시키기 위한 내부적 노력이 꾸준히 있긴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회사 사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내부에서도 드라마에 대해 갖는 생각이 조금씩 변하면서 단막극 제작에 대한 회사의 입장도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애당초 이은규 국장님이 이 프로젝트를 제시하셨을 때는 맨땅에 헤딩이나 마찬가지였다.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었는데, 그마저도 입봉을 앞둔 사람들에겐 목숨같이 소중한 기회였다.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하겠다, 휴가 기간이어도 좋으니 하겠다고 매달린 거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에 이어 운 좋게 명망 있는 스타 감독 두 분이 합세해 주셔서 힘을 얻은 거다.
권성창 감독 : 단막극은 신인 작가, 배우, 연출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장르니까 내부에서는 입봉을 할 때가 된 연출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우리가 때마침 시기가 맞았다. 능력 같은 걸로 된 건 아니고. (웃음) “단막극은 드라마에서 할 수 있는 공공성과 공영성을 가진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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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곤 감독 : 박성수 부국장을 만나서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단막극이 참 좋았고 예전 할 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단막극 대본도 몇 개 만들어 놓을 테니까 좀 부활시켜 달라고 했는데 마침 이런 기회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하겠다고 덥석 물었다. (웃음)
김윤철 감독 : 작년에 경상북도 시나리오 공모전 심사에 갔다가 최우수상을 받은 대본이 좋아서 작가에게 내가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단막극을 만들 기회가 없어서 그냥 서랍 속에 넣어뒀다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단막극 지원작 심사를 갔는데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고 해서 심사에서 빠지고 응모를 했다. (웃음)
사실 2007년 이전 MBC에 입사한 분들은 입사 후 조연출 몇 년, 연속극 야외 연출이나 미니 시리즈 B팀 연출, 단막극 연출 등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밟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단막극이 폐지됐을 때는 어땠나.
이성준 감독 : 2003년에 입사했을 때는 도 금요일 밤 9시 50분에 편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조연출 초년생일 때 밤 11시로 시간대가 늦춰지고 결국 없어지는 걸 보며 많이 속상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윤철 선배나 태곤 선배의 자리까지 가야 하나, 고민의 지점에 벽이 생겼다. 벽이라는 건, 회사 입장에선 이게 수익 사업이기도 하니까 일단 미니 시리즈나 연속극으로 검증된 연출력을 보여 준 선배들에게 작품을 맡기고 싶을 거라는 거다. 그래서 연출을 해 본 분들은 계속 하게 되고, 거기까지 못 올라간 주니어 그룹들은 도태된다고 할까. 기회가 균등하지 못하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다.
두 분은 MBC 안에 있을 때 단막극을 몇 편이나 했나.
김윤철 감독 : 얘기하려니까 좀 민망한데 (웃음) 단막극 6편, 특집 드라마 2편, 시추에이션 드라마였던 을 86편 정도 했다.
이태곤 감독 : 을 10편 했다. 이번까지 하면 11편이 된다.
이성준 감독 : 이 선배님들은 수혜자들이고 우리는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웃음)
사실 미니시리즈나 창사특집극 같은 드라마가 잘 될 때는 회사의 간판이 되지만 드라마의 기본이면서도 수익이 덜 나는 단막극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것 같다.
정대윤 감독 : 윤철이 형이 으로 스타 감독이 됐지만 사실 단막극 때 먼저 두각을 나타내고 상도 받으셨지 않나. 태곤이 형도 인기 있는 단막극을 많이 만드셨고, 의 (이)윤정이 누나도 그 전에 에서 ‘태릉선수촌’을 했다. 나는 요즘 KBS 을 열심히 보는데 거기서도 단막극으로 입봉하는 분들 작품은 정말 자기가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마음, 목마름이 보인다. 그렇게 준비해서 만들었던 사람들이 나중에 잘 되는 거고, 나중에 KBS 드라마에서 누가 사고를 칠 사람들인지도 미리 알 수 있다. 그런데 단막극 같은 게 없어도 을 당장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는 식의 생각이 속상하다.
어떻게 보면 단막극은 돈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돈은 미니시리즈와 연속극이 벌고 있는데 그 일부를 떼어서 드라마의 기초인 단막극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없다는 게 문제 아닐까.
이태곤 감독 : 사실 방송사도 옛날처럼 독과점 체제가 아니라서 지금은 미니시리즈도 돈을 번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 방송사가 적자구조에 시달리면서 일단 희생양을 빨리 찾아야 하고, 그 중에서 단막극이 가장 쉽게 돈 먹는 하마로 지목되는 거다. 예전에는 단막극이 감독이 되기 위한 사관학교로 여겨졌다면 지금은 그런 학교 필요 없으니까 빨리 공장에 취직해서 생산 단가 낮추고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길 바라는 식인데 그게 쉽지가 않다.
권성창 감독 : 약간 아쉬운 것은 회사가 공공성과 공영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도 드라마를 보는 시선은 그와 좀 다르다는 점이다. 드라마국은 돈 버는 부서라는 인식인데 사실 단막극은 드라마에서 할 수 있는 공공성과 공영성을 가진 장르다. 이게 기초가 되고 바탕이 되어야 돈도 더 잘 벌 수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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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철 감독 : 은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40대 주부가 어느 날 젊은 가수의 팬이 되고 그로 인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는 얘기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이야기라 좋았다. 작가가 10년 동안 습작하며 10년 동안 공모전에 응모했는데 이번에 안 됐다면 공무원 시험 준비했을 거라고 한다. (웃음)
이태곤 감독 : 맨 처음 생각했던 건 독일 작가 하인리히 뵐의 소설 라는 소설의 저작권을 사서 각색하는 거였다. 그런데 그게 약간 반정부적이고, 거대 언론이 한 인간을 파멸시키는 이야기라 한국콘텐츠진흥원 예산을 지원받는 데 통과가 안 될 것 같아 선회했다. (웃음) 당시 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 정서가 좋아서 도시락에 관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폐쇄를 앞둔 간이역이 배경인데 20년 전에 열차사고로 아들을 잃고 부인을 떠나보낸 역장, 젊은 역무원, 애인과 헤어진 여자, 집 나간 자식을 기다리는 할머니 등 여러 가지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에 도시락이 주는 따뜻한 정서를 담았다.
권성창 감독 : 원래 연애에 대해 관심이 많다. (웃음) 요즘 케이블 TV에도 같은 찌질한 남자의 연애 이야기가 많은데 재작년쯤 KBS 에서 연애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대한 걸 보고 다섯 신짜리 단편을 써 뒀다. 작년에 회사 내부에서 2부작, 4부작 공모하는 걸 보고 올해 응모해보려고 약간 소동극 스타일로 발전시켜 2부작을 써놨는데 이번에 단막극이 되면서 다시 줄였다.
이성준 감독 : 내 작품을 만들게 되면 꼭 첫 테이프는 아이들 이야기로 끊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중고등학교 때 추억은 별로 없지만 초등학교 추억이 참 많아서 그 때 얘기를 하는 게 재밌다. 비록 선배들한테 생긴 건 험악한 주제에 애들 얘기 한다고 많이 혼나긴 했지만. (웃음) 마침 2008년 MBC 극본공모 당선작이었던 를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원래 지금 하는 김민식 선배가 2부작으로 만들려고 했던 걸 내가 뺏어왔다. (웃음) 싱글 대디와 싱글 맘이 각각 키우는 두 아이가 있고, 두 가족이 합쳐지는 과정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는 이야기인데 대본이 아주 재미있다.
정대윤 감독 :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이번 단막극이 앞으로 2백년 동안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윤철 감독 : 너무 비관적이다. (웃음)
정대윤 감독 : 그런데 정말 그렇게 느꼈다. (웃음) 선배들의 ‘너 혼자 좋아하는 거 만들다 망하면 좋냐?’라는 시선과 후배들은 ‘선배가 망하면 우리한텐 기회가 안 와요’라는 압박 사이에서 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드는 단막극이라 생각하며 후회 없이 할 수 있는 얘기를 하자고 생각했다. 내가 제일 감명 깊게 본 영화가 인데, 당시 부산에서 어떤 가난한 집 여자아이가 미술학원 비 3개월 치를 못 내서 비관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돈이 없는데 왜 미술을 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사실 꿈이란 건 그런 게 아니지 않나. 마침 무상급식 얘기도 뜨거운 이슈였고, 그래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가 갖고 있는 꿈에 대한 얘기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하면 시청률이 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웃음) 그래서 요즘 우리나라에도 많아졌지만 일본에서 “오레오레”, 즉 “나야나야” 하면서 노인들에게 전화해서 가족인 척 하고 돈 뜯어내는 보이스 피싱 소재를 접목했다. 어찌 됐든 어린아이들에게 구원은 관계의 회복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나쁜 마음을 먹고 가짜 관계를 맺었지만 그게 진짜 관계가 되면서 그 아이의 삶과 꿈이 구원을 받는다는 얘기를, 드라마를 단 하나 만든다면 이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다.
“다시는 못 올 수도 있는 굉장히 즐거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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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창 감독 : 사실 나는 B팀 연출 경험도 없어서 부담이 좀 더 있었다. 충분히 의사소통을 해서 현장에 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부딪혀보면 준비가 부족했다는 걸 느끼기도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과 현실의 그림은 참 다르다는 것도 많이 느꼈다. 그래서 농담처럼 ‘아,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겠어’ 라는 얘기도 자주 했다. (웃음)
이성준 감독 : B팀 연출만 총 세 작품 했지만 내 이름으로 나가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가장 중요한 건 주인의식, ‘이건 내 거다’라는 생각이다. 어떤 선배가 자기 작품을 ‘내 새끼’라고 표현하는 걸 자주 들었는데 정말 그렇다. 선배 작품에 조력할 때도 물론 열심히 하고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내 이름을 걸고 하는 내 새끼와 같아질 수는 없다. (웃음)
정대윤 감독 : 애를 낳아봐야 엄마 맘을 안다고, 조연출 할 때나 B팀 연출일 때는 내가 보기에 차이를 잘 모르겠는데 감독이 ‘야, 이거 바꿔’ 하면 ‘이거랑 저거랑 뭐가 달라요?’하면서 작은 차이에 집착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연출이 되니까 그 작은 차이가 너무 크게 보이고, 그것 때문에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생각이 막 드는 거다. 이게 해 보니까 다르구나, 그 인간이 나를 괴롭힌 이유가 있었구나. (웃음)
이성준 감독 : 사실 조연출 때 계속 철야하고 그러다 보면 연출이 밉기도 하다. (웃음) 요만한 거 하나를 바꾸려면 나는 얼마나 싫은 소리와 욕을 먹어야 하는데, 화면에는 0.0001초 나온다. 근데 내가 그러고 있는 거다. 선배들이 잠도 안 오고 배도 안 고프다고 하던 말, 겪어 보니 알겠더라.
정대윤 감독 : 월급쟁이로 일하는 거랑, 일하면서 스스로 만족과 행복감을 느끼는 차이가 컸다. 그래서 아무리 현장이 엉망진창이어도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빨리 촬영 나가고 싶었다.
이성준 감독 : 난 그래서 촬영을 길게 잡았다. 경북 영천에서 찍고, 다음 날 이동하고, 경주 가서 하루 찍고, 또 천천히 이동하고 진해 가서 사흘 찍고. 한참 있다가 세트 찍고. 그래서 초복, 중복, 말복이 다 촬영기간에 들어가는 바람에 애들이 땀띠 나서 고생 좀 했다. (웃음)
모처럼 단막극으로 돌아온 두 분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김윤철 감독 : 평생 단막극만 하면서 먹고 살 수만 있으면 좋겠다. (웃음) 하지만 지금 시장 자체가 그걸 허용하지 않고, 앞으로는 이런 기회를 만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준비 과정부터 촬영 기간까지 정말 재미있었다.
이태곤 감독 : 사실 장편을 하다 보면 단막극에 대한 갈증이 생기는데 무엇보다 단막극의 매력은 TV용 영화에 가깝다는 데 있다. 기존 TV 문법과 조금 다른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고, 사실 단편이건 장편이건 드라마 하나를 기획해서 만들어내는 데 드는 공은 비슷하다. 5월부터 이 작품에 매달렸으니 월급쟁이가 아닌 프리랜서 입장에선 이 정도 시간을 연속극에 들이면 훨씬 경제적으로 풍요로웠을 수도 있겠지만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어서 앞으로 또 이런 기회가 오면 후배들 눈치 안 보고 또 하고 싶다. (웃음)
“단만극은 신인 연기자들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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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곤 감독 : 연기자들은 대개 장편 찍는 사이사이 남는 스케줄에 단편을 해야 하니까 되도록 그 스케줄에 맞추게 되고, 그게 아니면 어렵다. 그래서 대개 친분을 가지고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다. 이민정 씨는 를 같이 했고 이번 작품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제안했는데 만약 를 안 했다면 못 했겠지. (웃음) 성우 배한성 씨를 캐스팅한 건 기존의 중견 연기자들보다 참신한 얼굴을 보고 싶어서였는데 본인도 캐스팅 제안을 상당히 반겨줬다. 임슬옹 씨는 대본 읽어보고 좋아했다던데 귀엽고 품성이 좋은 친구다. 연기 경험이 적어서 아주 능숙하거나 노련하지는 않아도 신선함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사실 단막극은 작가나 감독 뿐 아니라 신인 연기자들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창구이기도 하다.
김윤철 감독 : 이준 씨 같은 경우는, 극 중 캐릭터 자체가 가수이다 보니 그런 친구들을 중심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추천 받은 후보들 중에서 눈에 확 띄는 스타일이라 그 자리에서 캐스팅했다. 무용을 했던 경험도 있고 원래 연기를 하고 싶어 했던 친구라 기본적으로 감각이 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만나면 앞으로도 잘 하지 않을까 싶다.
정대윤 감독 : 사실 단막극 캐스팅이 워낙 어렵긴 한데 그래도 할머니와 중학생 얘기라면 그 또래에서 제일 훌륭하신 분이랑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름 짱구를 굴려봤지만 쉽지 않았다. (웃음) 요즘은 중학생만 돼도 잘 하는 친구들은 다들 바쁘고, 연세가 있으신 연기자 분들은 생활연기가 아닌 것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다. 남지현 양은 때 같이 하면서 어머님과 친해진 덕분에 끈질기게 말씀을 드려 캐스팅했는데 나문희 선생님은 처음에 거절하셨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 그 분이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하고 KBS 앞에서 매일 기다리고, 꽃다발 선물하고, 수위 아저씨한테 당신 누구냐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매달렸다. 안될 걸 각오하고 무지막지하게 매달렸는데 다행히 대본이 마음에 드셨는지 며칠 뒤 오케이해주셨다. 그런데 사실 선생님도 연속극만으로는 가시지 않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으셨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정감독이 나를 너무너무 힘들게 해서 밉지만 촬영장에 나오면 행복하다”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좋고, 감사했다. 그리고 하나 확실한 건, 만약 내가 조감독이나 B팀 감독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목숨 걸고 캐스팅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사실이다. (웃음)
“시청률이 높지 않아도 드라마의 가치만으로도 담보되는 게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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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창 감독 : 워낙 실현되기 힘든 프로젝트였지만 어쨌든 하게 되었으니 성과가 나야 내년에도 할 수 있고, 단막극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분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단막극에서 성과가 뭐냐고 한다면 그게 시청률 20%를 넘기는 건 아닌 것 같고, 현실적으로 일요일 밤 11시 30분에 시청률 10%가 나오는 것도 불가능한 것 같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 또한 그보다는 단막극이라는 장르만이 보여줄 수 있는 뭔가가 아닐까. 그래서 그 작품을 통해 발굴되는 배우나 작가나 감독이 있다면 그게 성과일 것 같다.
정대윤 감독 : 조금 아쉬운 건, 기획과 편성은 원래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언제 방송되느냐가 상당히 중요한데 우리가 처음 생각할 때는 프라임 타임인 밤 10시대에 들어가게 될 줄 알았다. 그래서 추석쯤 10시라면 너무 실험적인 것보다는 가족들이 대중적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 어떨까 했고 다섯 편 중에 네 편이 따뜻한 이야기로 나왔다. 그런데 시간대가 심야로 바뀌면서 과연 그 시간대에 깨어 있는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에 얼마나 흥미를 느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이태곤 감독 : 19금으로 할 걸 그랬다. (웃음)
정대윤 감독 : 물론 작품이 좋으면 그에 대한 평은 의미가 있겠지만 좀 아쉬운 부분은 우리가 생각한 주요 타겟과 다른 시청층을 만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밤늦은 시간에 주로 미드만 보는 분들이 깨어 있다가 할머니랑 중학생이 울고 있으면 “어우, 쩐다” 그러면서 채널을 돌릴지도 모르지 않나. 이민정 씨 정도가 나오면 “와~”하면서 볼 수도 있지만. (웃음)
이성준 감독 : 하지만 시청률이 꼭 높지 않아도 그 드라마가 갖는 가치와 작품성만으로도 담보되는 게 있을 거다. 기존의 일일, 주말, 미니에서 봤던 것들이 아니라는 걸, 그냥 보면서 느끼지 않으실까. 어쨌든 이런 좋은 기회가 내년에도, 내 밑으로 입봉 대기하고 있는 많은 후배들에게 다시 오면 좋겠다. 후배들이 요즘 “선배는 입봉이라도 하셨잖아요. 단막이라도 찍어 보셨잖아요”라고 부러워하는데 참 안타깝다.
앞으로의 계획들은 어떤가.
김윤철 감독 : 내년 미니 시리즈를 하나 준비 중이다. 하도 엎어지다 보니 어떤 얘긴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 (웃음)
이태곤 감독 : 나도 내년쯤 미니 시리즈를 할 생각이다. 올해 남은 시간은 일단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여행을 좀 다녀오려고 한다.
권성창 감독 : 촬영이 막 끝나서 일단 편집을 해야 할 것 같고, 끝나면 일일 드라마 B팀으로 가게 될 것 같다.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다.
이성준 감독 : 후속 미니시리즈 B팀으로 간다. 그리고 내년에는 4부작을 하나 해 보고 싶어서 준비 중이다. 편성이 될지는 모르지만 대본 들고 땡깡 부리다 보면 하나쯤 해주지 않을까. (웃음)
정대윤 감독 : 후속으로 방송될 B팀으로 가게 됐다. 나는 아직 순진해서 그런지 단막극이 너무 좋다. ‘너 평생 하나만 한다면 뭐 할래?’가 아니라 ‘네가 하고 싶은 계기가 뭐니?’가 되면 좋겠다. 밤 열두시에 편성하고 제작비 6천만 원만 주고 만들라고 해도 좋으니 한 10편쯤 하고 싶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고 싶나.
정대윤 감독 : 많다. 아이템이니 얘기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되게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들며 안드로메다에도 갔다가 미래에도 갔다가 하는 얘기도 좋다.
제작비 6천만 원으로 할 수 있을까?
정대윤 감독 : 말로 하면 되지 않나. “안드로메다에서 왔어” 라는 대사를 넣으면 되지. (웃음)
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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