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울리는 24시간
일본인 울리는 24시간
“TV가 세상을 바꾼다.” 니혼TV의 24시간 온에어 프로그램 가 올해도 방영됐다. 8월 마지막 주말인 28일 밤부터 29일 밤까지 니혼TV는 기존의 모든 프로그램을 중지하고 특집 프로그램 를 생방송으로 방영했다. 쟈니즈의 인기 그룹 토키오가 메인 MC로 나섰고, 배우 요네쿠라 료코, 개그맨 모리산츄, 아이돌 여자 그룹 AKB48 등이 출연했다. 특집 드라마로는 히로스에 료코, 나가세 토모야 주연의 홈드라마 가 방영됐고, 인기 고정 코너인 에선 전국 오디션을 거쳐 올라온 팀들이 퍼포먼스를 펼쳤다. 여름의 마지막 하루. 니혼TV는 24시간 생중계를 통해 일본 전역에 같은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매년 여름 24시간 계속되는 감동
일본인 울리는 24시간
일본인 울리는 24시간
는 매우 일본적인 TV 프로그램이다. TV가 세상과 나를 연결시켜준다 믿고, 늦은 밤 TV를 통해 독신의 외로움을 자위하는 일본 인들은 뜨거웠던 여름의 끝자락을 마지막 TV 축제로 기념한다. 드라마도, 오락도, 웃음도, 울음도 있다. 잠 안 오는 밤, 홈쇼핑 광고나 보며 뒤척였던 날들을 잊을 수 있다. 특히 연예인들이 졸음을 참아가며 마이크를 들고 멘트를 하는 장면들은 사소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시련과 용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이라이트는 마라톤이다. 매년 연예인 한 명이 주자로 나서 100여 킬로미터를 달리는 이 코너는 압축된 인생역정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2009년엔 아버지의 반대가 심해 연예인 되기를 수차례도 포기할 뻔 했다는 여자 개그맨 이모토 아야코가 120여 킬로미터를 달렸고, 올해는 트랜스젠더 인기 개그맨 하루나 아이가 80여 킬러미터를 달렸다. 하루나 아이는 골인 당시 어머니와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 시청률은 35.7%였다.

는 자선 프로그램이다. ‘자선 위원회’가 별도로 조직되어 있고, 복지, 환경, 자연재앙 문제 해결을 위한 모금 행사를 함께 벌인다. 태풍이나 지진, 긴급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TV가 도움이 되자는 취지로 1978년 니혼TV를 비롯 33곳의 지방 방송국이 연계해 기획했다. 당시의 선전 문구는 “당신이 진정한 주역입니다.” 실제로 1995년엔 1월 한신 대지진으로 집을 잃은 개그맨 하자마 칸페이가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며 효고현 코베시부터 도쿄의 일본무도관까지 600Km를 1주일에 걸쳐 달린 적이 있다. 물론 문제도, 뒷말도 많다. 우선 자선 프로그램임에도 출연자에게 출연료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 코너 사이에 붙는 수많은 CM의 수익을 모두 기부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 봉사 스태프가 ‘모 출연자가 제작 스태프에게 모금용 봉투를 건네받았다’는 내용의 멘션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럼에도 는 매년 평균 시청률 15%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이 프로그램이 밖으로 나오길 주저하는 많은 일본인들의 가슴을 울리기 때문일 거다. 여름의 마지막, 가장 작지만 동시에 가장 큰 TV 축제 으로 일본인들은 하나가 된다.

글. 도쿄=정재혁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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