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틱 코미디의 앙상함" /> 6회 수-목 SBS 밤 9시 55분
구미호는 인간 남자를 통해 괴수로서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인간 남자는 그런 구미호를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이용할 뿐이다. 그리고 그런 남자의 속셈도 모른 채 구미호는 인간 남자에게 순정을 바친다. 얼핏 SBS 의 플롯은 전통적인 ‘구미호 전설’과 흡사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인간 남자의 배신과 구미호의 복수로 전개되는 대신 동상이몽의 관계를 시작한 둘의 연애가 하나의 꿈으로 합쳐지는 과정을 주목한다. 그 과정에서 구미호는 단지 요괴로서 기능하기 보다는 먼저 “짝짓기 하자”고 졸라대는 전형적이지 않은 여성 캐릭터로서 돋보였다. 청순하지만 청승맞지 않고 순수하지만 수동적이지 않은 여주인공이란 의외로 드라마 속에서 찾아보기 힘든 법이다. 하지만 막상 연애가 시작되자 구미호는 지나치게 ‘인간다운’ 모습으로 일관하고, 파워게임의 열쇠는 순식간에 인간 남자에게로 넘어갔다. 삼각관계의 구도는 물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오해와 질투는 익숙한 장면들로 채워졌고 그 속에서 구미호는 세상물정을 모를 뿐 지극히 인간적인 방식으로 상황에 반응한다. 하다못해 대웅(이승기)에게 화를 내는 장면에서도 그녀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독특한 설정 덕분에 드라마 초반에 조성되었던 참신한 긴장감이 희석된 자리에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이 앙상하게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 다음 회를 기다리게 된다면 그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대웅이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웅이 그림 속의 구미호(신민아)를 발견했고, 구미호가 다친 대웅을 발견했고, 이제 다시 대웅이 사람들 속에서 외로운 존재인 구미호를 발견할 차례인 것이다. 약점이 늘어나는 것을 인간이 되는 것이라며 기뻐하는 그녀를 못 본 척 하는 것은 대웅으로서도, 드라마로서도 여간 아까운 일이 아니다.
글. 윤희성 nine@
구미호는 인간 남자를 통해 괴수로서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인간 남자는 그런 구미호를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이용할 뿐이다. 그리고 그런 남자의 속셈도 모른 채 구미호는 인간 남자에게 순정을 바친다. 얼핏 SBS 의 플롯은 전통적인 ‘구미호 전설’과 흡사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인간 남자의 배신과 구미호의 복수로 전개되는 대신 동상이몽의 관계를 시작한 둘의 연애가 하나의 꿈으로 합쳐지는 과정을 주목한다. 그 과정에서 구미호는 단지 요괴로서 기능하기 보다는 먼저 “짝짓기 하자”고 졸라대는 전형적이지 않은 여성 캐릭터로서 돋보였다. 청순하지만 청승맞지 않고 순수하지만 수동적이지 않은 여주인공이란 의외로 드라마 속에서 찾아보기 힘든 법이다. 하지만 막상 연애가 시작되자 구미호는 지나치게 ‘인간다운’ 모습으로 일관하고, 파워게임의 열쇠는 순식간에 인간 남자에게로 넘어갔다. 삼각관계의 구도는 물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오해와 질투는 익숙한 장면들로 채워졌고 그 속에서 구미호는 세상물정을 모를 뿐 지극히 인간적인 방식으로 상황에 반응한다. 하다못해 대웅(이승기)에게 화를 내는 장면에서도 그녀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독특한 설정 덕분에 드라마 초반에 조성되었던 참신한 긴장감이 희석된 자리에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이 앙상하게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 다음 회를 기다리게 된다면 그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대웅이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웅이 그림 속의 구미호(신민아)를 발견했고, 구미호가 다친 대웅을 발견했고, 이제 다시 대웅이 사람들 속에서 외로운 존재인 구미호를 발견할 차례인 것이다. 약점이 늘어나는 것을 인간이 되는 것이라며 기뻐하는 그녀를 못 본 척 하는 것은 대웅으로서도, 드라마로서도 여간 아까운 일이 아니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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