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이것이 캐스팅이다
‘라디오 스타’, 이것이 캐스팅이다
‘라디오 스타’ 수 MBC 밤 11시 5분
농담이 아니라 8주 분도 무리가 아니다. 방송 원로지만 예능 원석인 조영남에다 이야기보따리 DJ DOC라니 이런 진수성찬을 놓칠 수가 없다. ‘라디오 스타’가 재밌는 경우는 나름 에피소드도 풍부하면서 MC들과 물고 물리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게스트가 나오거나 김흥국, 이계인처럼 무자비하게 맥락을 초토화시키는 대선배 중년 게스트들이 등장할 때다. DJ DOC와 조영남의 출연은 이 두 가지 요소를 합친 것이니 그 시너지의 크기는 가늠하기 어려웠고, 역시나 MC, 게스트 막론하고 물고 물리는 로얄럼블을 시전 했다. 화투 선물이 오가서인지 조영남은 신정환의 밑도 끝도 없는 개그에 당황하며 계속 괜찮다 했고, 이하늘 이하 DJ DOC는 조영남의 장난기 가득한 학력 차 개그에 ‘이렇게 하려고 같이 나오자 했냐’며 웃으며 발끈했다. 실존철학, 보들레르, 랭보에 이어 최저 학력 그룹, 영단어 데미지 해석까지. 정재용의 말마따나 조영남이 말을 하면 할수록 상황은 일파만파 커졌다. 민감한 상황도 쿨하게 발설해버리는 이 막무가내가 바로 ‘영남이 형’의 매력이고, 굴곡진 과거사와 독특한 이력은 그에 대한 관심을 그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까지 확장시켰다. 바로 이런 전 방위 활약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요즘 예능에서 왕년의 스타, 중년 스타들이 각광받는 이유다. 사실 형이라 불리길 원하는 조영남은 싸이의 군 재입대 이야기를 나누는 데 흠칫 놀랐으나 이곳이 결국 노래까지 나오게 된 이하늘과 강원래의 격전지 ‘라디오 스타’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제 잽을 날리며 벌이는 탐색전은 끝났다. ‘라디오 스타’의 감질 나는 편성은 그렇게 다음 주를 기다리라 한다.

글. 김교석(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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