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팍 도사’, 풍선을 든 모든 이를 위한 선물
‘무릎 팍 도사’, 풍선을 든 모든 이를 위한 선물
‘무릎 팍 도사’ 수 MBC 밤 11시 5분
“저는 그러기엔 인기가 너무 많네요.” 초심을 잃었을 때를 회상하며 한 말이지만, 그 때의 강타, 그리고 그가 속해있던 H.O.T는 정말로 인기가 ‘너무’ 많았다. 인기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끌어 썼던 콘서트 매진 사례 같은 것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만큼 말이다. H.O.T의 인기는 당시의 ‘Teenager’로 그들의 인기를 일상적으로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절대적인 무엇이었다. 한 ‘시대’였던 그들도 나이를 먹고, 방송에 적응할 방법을 고민하며 ‘무릎 팍 도사’를 찾아 과거의 인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벌써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H.O.T 시절 이후로도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던 문희준과는 달리, 강타와의 토크는 H.O.T 시절로 집중되었다. 그래서 연습생 시절로 시작해서 데뷔, 초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던 시절과 해체, 그리고 그 이후의 사연들까지 시간 순으로 차근차근 전해주는 강타의 이야기는 단순히 H.O.T의 역사가 아니라 아이돌의 역사이기도 했다. 솔직하고 진지한 태도로 토크에 임한 강타는 “군인에게는 아무리 오래 봤던 사이라고 해도 소녀시대는 소녀시대님”이라고 말하면서도 결코 ‘아이돌의 자세’를 잊지 않았다. 팬들 몰래 연애를 하던 당시에도 여자친구편만 들 수 없었다고 말하며, “팬들을 욕하지 않는 것이 양심”이라고 선언할 수 있는 사람만이 서른두 살에도 아이돌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호스트로서 강호동의 역량이 거의 발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강타의 ‘무릎 팍 도사’는 한 때 하얀 풍선을 손에 쥐어보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 같은 방송이었다. 어쩌면 노란 풍선, 아니면 다른 색 풍선을 들었던 이들에게도 그랬을지 모르겠다. 그 선물 상자 속에는 추억이 담겨 있었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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