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밤샘 버라이어티’ KBS 의 대학 축제 급습 현장에서 들려주신 ‘팥빙수’, 참 좋았습니다. 역시 여름 축제 마당에서 남녀노소를 하나로 아우르기엔 ‘팥빙수’만한 노래가 없더라고요. 학생들의 계속되는 ‘윤종신’ 연호도 흐뭇했고요. 이제 가수 윤종신과 예능인 윤종신을 나누어 생각할 필요가 없음을 확인시켜준 무대였습니다.
배려의 프로그램에서 더욱 빛이 나시더군요 고백하자면 사실 의 출발을 알리는 기사에서 윤종신 씨의 이름을 발견했을 때 ‘설마?’ 하며 재차 확인을 해봤답니다. 하룻밤을 꼬박 새워가며 촬영을 하는 윤종신 씨는 어째 상상키가 어려워서요. 아무래도 SBS ‘패밀리가 떴다’ 때 만들어진 ‘어르신’ 이미지 때문이지 싶네요. ‘한 때 잘나갔던 어르신’이라느니 ‘깝죽 노인’이라느니 해가며 방송 내내 기력 딸리는 약골 노인으로 몰아가곤 했죠. 재미를 주기 위한 설정이었다는 걸 빤히 알면서도 어느새 세뇌가 됐나 봅니다. 어르신이 밤 시간을 과연 잘 버텨낼 수 있으실지 괜한 걱정을 하게 되니 말이에요. 사람이라는 게 다 제 입장에서만 생각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웬걸, 에서의 윤종신 씨는 그 어느 프로그램에서보다 활기차 보이시더군요. 혹시 한 번씩 깜빡깜빡 졸고 계시는 건 아닐까 의심하며 지켜봤는데 졸기는커녕 여행 버라이어티에서는 종종 눈에 띄던 피로함조차 찾아 볼 수가 없으시더라고요. 녹화 전 SNS 메시지를 통한 긴급공지로 이루어지는 ‘심야 착한 번개’부터 모두가 잠든 시간에 열심히 일을 하는 분들께 밤참을 전달하는 ‘스타가 밥 먹여드립니다’까지, 하룻밤에 다 소화하기에는 빡빡한 일정이건만 지치는 기색이라곤 없으셨어요. 오히려 최고의 MC 신동엽 씨에게 밀리지 않을 진행 솜씨까지 발휘하셔서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강행군이 분명할진데 어쩜 저리 편안한 얼굴일 수 있는지, 그 비결이 궁금해서 말이죠. 제 생각으로는 우선 자리를 함께 하고 있는 막역지우 장항준 감독님의 힘이 크지 싶어요.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곁에 있어주면 아무래도 안정감이 생기고 기운이 나잖아요. 그리고 또 하나,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 자체가 윤종신 씨와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모두가 잠든 시간에 외로이 일을 하시는 분들을 챙기는 배려의 미션인지라 아무래도 연륜이라는 양념이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외로이 밤을 지키는 분들을 위해 저는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 청춘을 보내서인지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예 관심이 없었어요. 요즘 젊은 층들은 ‘통행금지’라고하면 각자 집안에서 정한 귀가 시한쯤으로 여기겠지만, 실제로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통행을 금하는 ‘야간통행금지’가 무려 36년간이나 존재했잖아요. ‘86 서울 아시안 게임’이 개최되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정이 넘은 줄 모르고 거리를 돌아다녔다가는 파출소에 잡혀가던 시절에 생각이 머물러 있던 사람이 요즘 을 보고 나니 딴 세상을 보는 듯 눈이 트이는 걸 느낍니다. 밤새워 돌아가는 공장들, 물건을 싣고 달리는 차들, 그리고 그 차들이 지나가는 톨게이트를 지키는 분들, 청소미화원 여러분들, 야학을 열고 계신 분들, 병원의 밤을 책임지시는 분들. 그와 같은 많은 분들의 노고를 단 한 번도 돌아본 적이 없음을 반성하게 됐어요.
이번 ‘심야 착한 번개’는 공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습니다. ‘어릴 때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가지고 오라’는 내용이었는데, 반드시 그 당시의 책을 가져가야하는 줄 알았거든요. 책을 사가도 되는 줄 알았다면 참석했을 텐데요. 당장 다음 주에라도 저에게 해당하는 메시지가 뜬다면 저도 한번 달려가 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외로이 밤을 지키는 분들을 위해 미약하나마 저도 힘을 보태려고요. 부디 저 같은 아줌마가 참여할만한 공지가 뜨길 바라며, 이만 총총.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장경진 three@
배려의 프로그램에서 더욱 빛이 나시더군요 고백하자면 사실 의 출발을 알리는 기사에서 윤종신 씨의 이름을 발견했을 때 ‘설마?’ 하며 재차 확인을 해봤답니다. 하룻밤을 꼬박 새워가며 촬영을 하는 윤종신 씨는 어째 상상키가 어려워서요. 아무래도 SBS ‘패밀리가 떴다’ 때 만들어진 ‘어르신’ 이미지 때문이지 싶네요. ‘한 때 잘나갔던 어르신’이라느니 ‘깝죽 노인’이라느니 해가며 방송 내내 기력 딸리는 약골 노인으로 몰아가곤 했죠. 재미를 주기 위한 설정이었다는 걸 빤히 알면서도 어느새 세뇌가 됐나 봅니다. 어르신이 밤 시간을 과연 잘 버텨낼 수 있으실지 괜한 걱정을 하게 되니 말이에요. 사람이라는 게 다 제 입장에서만 생각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웬걸, 에서의 윤종신 씨는 그 어느 프로그램에서보다 활기차 보이시더군요. 혹시 한 번씩 깜빡깜빡 졸고 계시는 건 아닐까 의심하며 지켜봤는데 졸기는커녕 여행 버라이어티에서는 종종 눈에 띄던 피로함조차 찾아 볼 수가 없으시더라고요. 녹화 전 SNS 메시지를 통한 긴급공지로 이루어지는 ‘심야 착한 번개’부터 모두가 잠든 시간에 열심히 일을 하는 분들께 밤참을 전달하는 ‘스타가 밥 먹여드립니다’까지, 하룻밤에 다 소화하기에는 빡빡한 일정이건만 지치는 기색이라곤 없으셨어요. 오히려 최고의 MC 신동엽 씨에게 밀리지 않을 진행 솜씨까지 발휘하셔서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강행군이 분명할진데 어쩜 저리 편안한 얼굴일 수 있는지, 그 비결이 궁금해서 말이죠. 제 생각으로는 우선 자리를 함께 하고 있는 막역지우 장항준 감독님의 힘이 크지 싶어요.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곁에 있어주면 아무래도 안정감이 생기고 기운이 나잖아요. 그리고 또 하나,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 자체가 윤종신 씨와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모두가 잠든 시간에 외로이 일을 하시는 분들을 챙기는 배려의 미션인지라 아무래도 연륜이라는 양념이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외로이 밤을 지키는 분들을 위해 저는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 청춘을 보내서인지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예 관심이 없었어요. 요즘 젊은 층들은 ‘통행금지’라고하면 각자 집안에서 정한 귀가 시한쯤으로 여기겠지만, 실제로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통행을 금하는 ‘야간통행금지’가 무려 36년간이나 존재했잖아요. ‘86 서울 아시안 게임’이 개최되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정이 넘은 줄 모르고 거리를 돌아다녔다가는 파출소에 잡혀가던 시절에 생각이 머물러 있던 사람이 요즘 을 보고 나니 딴 세상을 보는 듯 눈이 트이는 걸 느낍니다. 밤새워 돌아가는 공장들, 물건을 싣고 달리는 차들, 그리고 그 차들이 지나가는 톨게이트를 지키는 분들, 청소미화원 여러분들, 야학을 열고 계신 분들, 병원의 밤을 책임지시는 분들. 그와 같은 많은 분들의 노고를 단 한 번도 돌아본 적이 없음을 반성하게 됐어요.
이번 ‘심야 착한 번개’는 공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습니다. ‘어릴 때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가지고 오라’는 내용이었는데, 반드시 그 당시의 책을 가져가야하는 줄 알았거든요. 책을 사가도 되는 줄 알았다면 참석했을 텐데요. 당장 다음 주에라도 저에게 해당하는 메시지가 뜬다면 저도 한번 달려가 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외로이 밤을 지키는 분들을 위해 미약하나마 저도 힘을 보태려고요. 부디 저 같은 아줌마가 참여할만한 공지가 뜨길 바라며, 이만 총총.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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