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미인을 수식하기 위한 수많은 말들이 존재하지만 박시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아마도 ‘고혹적이다’일 것이다. 2000년 미스코리아 대회에 이어 한 화장품 광고로 알려지기 시작했던 그의 똑 떨어지는 얼굴 윤곽과 깊은 눈매는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21세기에 보기 드문 고전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첫사랑의 상대가 자신으로 인해 비극을 맞이하는 것을 바라보아야만 했던 영화 <사랑>을 비롯해 유부남의 애인을 연기한 MBC <달콤한 인생>, 감옥에 간 남자친구를 위해 자신을 던지고 적의 소유가 되었던 KBS <남자 이야기>에서까지 박시연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많은 남자들을 불행과 파멸로 이끄는 여성들이었다. 정작 박시연 본인은 “개인적으로는 팜므 파탈을 싫어해요. 여자 때문에 행복해야지 왜 불행해져요?” 라고 웃으며 반문하지만 금기를 깰 만큼의 매력은 불가항력처럼 작용하는 법이다. 최근 KBS <드라마 스페셜> ‘빨강사탕’에서도 그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미모의 서점 직원을 연기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단막극 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어느 배우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극본 노희경’만을 믿고 작품을 선택했다. “KBS <그들이 사는 세상>을 정말 좋아했고, 특히 노희경 작가님의 에세이집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읽으면서 굉장히 많이 울었거든요. 이분이 하시는 작품이라면 무조건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구미호 가족>, <다찌마와 리> 등 독특한 필모그래피 역시 자신의 의사를 가장 중요하게 두고 작품을 선택하는 박시연의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 우아하면서도 사랑스런 여배우의 데뷔 무대가 KBS <창작동요제>였다는 점은 재미있는 사실이다. “어릴 때는 설날에 아빠 앞에서 절하는 게 쑥스러워서 울 정도로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결국 엄마가 쑥스러움 좀 없어지라고 노래학원에 보내셨는데 신기하게 엄마 앞에서는 못 부르겠다가도 무대에 올라가면 하나도 안 떨리더라구요.” 그래서 1990년, 초등학교 5학년 때 ‘그림 그리고 싶은 날’로 대회 1위를 차지하며 미래의 스타 탄생을 예고하기도 했던 배우 박시연이 희망을 주는 노래들을 골랐다.




1. B.o.B.의 < Nothin` On You >
“요즘 제일 꽂혔던 노래에요. 부엌에서 설거지하고 있는데 거실에 틀어놓은 TV에서 나오는 걸 듣다가 막 뛰어나갔어요. 무슨 곡인지 제목 보려고 끝까지 기다렸죠. 특별히 기교를 부리지 않는데도 목소리가 너무 좋고 노래와 랩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곡이라 들으면 기분이 행복해져요.” 88년생, 본명은 바비 레이 시몬스인 랩퍼 B.o.B.의 첫 싱글 수록곡 ‘Nothin` On You’는 연인에 대한 사랑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곡으로 가수 겸 프로듀서인 브루노 마스가 피쳐링에 참여해 달콤한 미성을 더했다. 한국에서는 2PM의 리더였던 재범이 지난 3월 자신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불러 급속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도 오른 바 있다. 2010년 미국 힙합계의 유망주로 인정받고 있는 B.O.B는 랩퍼 겸 프로듀서인 T.I.가 설립한 그랜드 허슬 레이블에서 데뷔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2. Kelly Clarkson의 < Thankful >
“원래 좀 밝은 노래를 좋아해요. 특히 요즘 촬영 중인 SBS <커피하우스>가 밝은 분위기라 그런 곡들을 더 챙겨 듣는데 ‘Beautiful Disaster’ 같은 경우 너를 만난 건 아름다운 재앙인 것 같다는 가사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을 정말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아서 좋아요. 그런데 이 곡은 원곡보다 라이브 버전이 훨씬 좋으니까 꼭 둘 다 들어 보세요!” 2002년 미국의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의 첫 시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데뷔한 켈리 클락슨은 첫 앨범인 < Thankful > 외에도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더 발표해 전 세계에서 5,6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2006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여성 팝 보컬 퍼포먼스 상을 받았으며 파워풀한 보컬, 팝과 록의 경계를 오가는 음악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3. Fergie의 < The Dutchess >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혼자 기숙사 생활을 하고 대학 때는 자취를 하면서 지냈어요. 외롭고 힘드니까 매점 같은 데 갈 때도 씩씩한 노래를 많이 찾아 들었거든요. 퍼기의 앨범에 있는 ‘Big Girls Don`t Cry’는 ‘소녀는 울지 않는다’는 제목처럼 가사 내용도 그럴 때 더 힘이 될 만한 노래인 것 같아요.” 퍼기, 본명 스테이시 퍼거슨은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 <찰리 브라운>의 소녀 ‘샐리 브라운’ 역의 더빙을 맡아 방송을 시작했다. 90년대에는 3인조 여성 R&B 그룹 와일드 오키드에서 활동하다가 2003년 힙합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홍일점 보컬로 영입되어 ‘Where Is The Love’, ‘I Gotta Feeling’ 등 수많은 히트곡에 참여했다. 2006년 그의 첫 솔로 앨범 < The Dutchess >는 전 세계에서 7백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4. Olivia의 < A Girl Meets Bossa Nova Vol.2 >
“여동생이 미니홈피 BGM으로 ‘Sweet Memories’라는 곡을 깔아놓았는데 우연히 듣고 너무 좋아서 계속 드나들다가 결국 제 미니홈피에까지 깔게 됐어요. 사실 일본어라서 가사 뜻은 못 알아듣는데도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들리는 ‘Sweet Memories’라는 단어가 참 예쁘더라구요.”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사노바 보컬리스트 올리비아는 2005년, 스무 살의 나이로 데뷔 앨범 < A Girl Meets Bossa Nova >를 발매하며 감미로운 보컬과 감수성 풍부한 음악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재즈, 팝, 보사노바의 명곡들을 주로 리메이크한 그의 두 번째 앨범에는 샤데이의 ‘Kiss of Life’와 보사노바의 거장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Wave’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마지막 트랙인 ‘Sweet Memories’는 80년대 일본의 제이팝 여가수 게이코 마츠이가 부른 곡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5. 이효리의 < H-Logic >
박시연이 고른 마지막 앨범은 이효리의 네번째 솔로 앨범 < H-Logic >이다. 박시연은 이효리와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에 함께 출연했고, MBC <놀러와>에서 `절친인증`을 하기도 했다. “예전부터 정말 효리의 팬이었어요. SBS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만나 친해졌는데 가수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아는 그 친구가 맞나 싶을 만큼 멋있어요. 지난번 앨범에서는 ‘괜찮아질까요?’라는 노래를 제일 좋아했는데 새 앨범에서는 타이틀곡인 ‘Chitty Chitty Bang Bang’ 말고도 대성이와 함께 부른 ‘How Did We Get’을 제일 자주 들어요. 가사가 밝고 긍정적이잖아요.”




“지금까지는 제 실제 성격에 비해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을 많이 했는데 <커피하우스>에서는 정말 모처럼 밝은 역을 맡아서 너무 신나요. 표민수 감독님께서 워낙 열려 있는 성격의 소유자라 ‘하고 싶은 건 다 해 보라’고 하시니까 소품 하나하나까지 제가 챙기고 사러 다니거든요. 이 작품 하면서 인터넷 쇼핑도 처음 해 봤는데 정말 재미있다니까요!” 차가운 미모에 따뜻한 웃음이 번지는 순간, 그동안 몰랐던 박시연의 새로운 얼굴이 드러난다. 앞으로 그 미소를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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