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였을 것이다. 첫사랑의 상대가 자신으로 인해 비극을 맞이하는 것을 바라보아야만 했던 영화 <사랑>을 비롯해 유부남의 애인을 연기한 MBC <달콤한 인생>, 감옥에 간 남자친구를 위해 자신을 던지고 적의 소유가 되었던 KBS <남자 이야기>에서까지 박시연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많은 남자들을 불행과 파멸로 이끄는 여성들이었다. 정작 박시연 본인은 “개인적으로는 팜므 파탈을 싫어해요. 여자 때문에 행복해야지 왜 불행해져요?” 라고 웃으며 반문하지만 금기를 깰 만큼의 매력은 불가항력처럼 작용하는 법이다. 최근 KBS <드라마 스페셜> ‘빨강사탕’에서도 그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미모의 서점 직원을 연기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단막극 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어느 배우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극본 노희경’만을 믿고 작품을 선택했다. “KBS <그들이 사는 세상>을 정말 좋아했고, 특히 노희경 작가님의 에세이집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읽으면서 굉장히 많이 울었거든요. 이분이 하시는 작품이라면 무조건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구미호 가족>, <다찌마와 리> 등 독특한 필모그래피 역시 자신의 의사를 가장 중요하게 두고 작품을 선택하는 박시연의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 우아하면서도 사랑스런 여배우의 데뷔 무대가 KBS <창작동요제>였다는 점은 재미있는 사실이다. “어릴 때는 설날에 아빠 앞에서 절하는 게 쑥스러워서 울 정도로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결국 엄마가 쑥스러움 좀 없어지라고 노래학원에 보내셨는데 신기하게 엄마 앞에서는 못 부르겠다가도 무대에 올라가면 하나도 안 떨리더라구요.” 그래서 1990년, 초등학교 5학년 때 ‘그림 그리고 싶은 날’로 대회 1위를 차지하며 미래의 스타 탄생을 예고하기도 했던 배우 박시연이 희망을 주는 노래들을 골랐다.
“요즘 제일 꽂혔던 노래에요. 부엌에서 설거지하고 있는데 거실에 틀어놓은 TV에서 나오는 걸 듣다가 막 뛰어나갔어요. 무슨 곡인지 제목 보려고 끝까지 기다렸죠. 특별히 기교를 부리지 않는데도 목소리가 너무 좋고 노래와 랩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곡이라 들으면 기분이 행복해져요.” 88년생, 본명은 바비 레이 시몬스인 랩퍼 B.o.B.의 첫 싱글 수록곡 ‘Nothin` On You’는 연인에 대한 사랑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곡으로 가수 겸 프로듀서인 브루노 마스가 피쳐링에 참여해 달콤한 미성을 더했다. 한국에서는 2PM의 리더였던 재범이 지난 3월 자신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불러 급속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도 오른 바 있다. 2010년 미국 힙합계의 유망주로 인정받고 있는 B.O.B는 랩퍼 겸 프로듀서인 T.I.가 설립한 그랜드 허슬 레이블에서 데뷔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원래 좀 밝은 노래를 좋아해요. 특히 요즘 촬영 중인 SBS <커피하우스>가 밝은 분위기라 그런 곡들을 더 챙겨 듣는데 ‘Beautiful Disaster’ 같은 경우 너를 만난 건 아름다운 재앙인 것 같다는 가사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을 정말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아서 좋아요. 그런데 이 곡은 원곡보다 라이브 버전이 훨씬 좋으니까 꼭 둘 다 들어 보세요!” 2002년 미국의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의 첫 시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데뷔한 켈리 클락슨은 첫 앨범인 < Thankful > 외에도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더 발표해 전 세계에서 5,6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2006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여성 팝 보컬 퍼포먼스 상을 받았으며 파워풀한 보컬, 팝과 록의 경계를 오가는 음악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혼자 기숙사 생활을 하고 대학 때는 자취를 하면서 지냈어요. 외롭고 힘드니까 매점 같은 데 갈 때도 씩씩한 노래를 많이 찾아 들었거든요. 퍼기의 앨범에 있는 ‘Big Girls Don`t Cry’는 ‘소녀는 울지 않는다’는 제목처럼 가사 내용도 그럴 때 더 힘이 될 만한 노래인 것 같아요.” 퍼기, 본명 스테이시 퍼거슨은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 <찰리 브라운>의 소녀 ‘샐리 브라운’ 역의 더빙을 맡아 방송을 시작했다. 90년대에는 3인조 여성 R&B 그룹 와일드 오키드에서 활동하다가 2003년 힙합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홍일점 보컬로 영입되어 ‘Where Is The Love’, ‘I Gotta Feeling’ 등 수많은 히트곡에 참여했다. 2006년 그의 첫 솔로 앨범 < The Dutchess >는 전 세계에서 7백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동생이 미니홈피 BGM으로 ‘Sweet Memories’라는 곡을 깔아놓았는데 우연히 듣고 너무 좋아서 계속 드나들다가 결국 제 미니홈피에까지 깔게 됐어요. 사실 일본어라서 가사 뜻은 못 알아듣는데도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들리는 ‘Sweet Memories’라는 단어가 참 예쁘더라구요.”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사노바 보컬리스트 올리비아는 2005년, 스무 살의 나이로 데뷔 앨범 < A Girl Meets Bossa Nova >를 발매하며 감미로운 보컬과 감수성 풍부한 음악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재즈, 팝, 보사노바의 명곡들을 주로 리메이크한 그의 두 번째 앨범에는 샤데이의 ‘Kiss of Life’와 보사노바의 거장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Wave’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마지막 트랙인 ‘Sweet Memories’는 80년대 일본의 제이팝 여가수 게이코 마츠이가 부른 곡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박시연이 고른 마지막 앨범은 이효리의 네번째 솔로 앨범 < H-Logic >이다. 박시연은 이효리와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에 함께 출연했고, MBC <놀러와>에서 `절친인증`을 하기도 했다. “예전부터 정말 효리의 팬이었어요. SBS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만나 친해졌는데 가수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아는 그 친구가 맞나 싶을 만큼 멋있어요. 지난번 앨범에서는 ‘괜찮아질까요?’라는 노래를 제일 좋아했는데 새 앨범에서는 타이틀곡인 ‘Chitty Chitty Bang Bang’ 말고도 대성이와 함께 부른 ‘How Did We Get’을 제일 자주 들어요. 가사가 밝고 긍정적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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