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토 밤 저녁 6시 30분
바다는 “서로 알아야 음악을 할 수가 있다”며 길의 비밀상자를 열었고, 이적은 “형의 진짜 이야기로 가사를 쓰고 싶다”며 쑥스러워하는 유재석을 설득했다. 그렇게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노래보다 노래 부르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4년 전 강변북로 가요제는 멤버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제시하면 작곡가들이 뚝딱 완성해냈고 2년 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는 평소에 친했던 뮤지션과 곡을 만든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면, 이번에는 음악에 앞서 인생을 들어보는 시간이 먼저였다. 그를 알아야 함께 부를 노래를 만들 수 있고, 그를 알아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다.

길의 작업실을 찾은 바다는 곳곳에 새겨진 길의 흔적을 찾는데 열중했다. 엄마가 써 준 편지를 모아놓는 공통점을 발견한 두 사람은 각자의 아픈 어린 시절을 털어놓았고, 카메라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두 사람의 눈물, 맞잡은 두 손을 클로즈업했다. 얼핏 음악과 상관없어 보이는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게도 “부모님께 받은 사랑의 첫 느낌을 노래하자”는 콘셉트의 출발점이 되었다. 노홍철은 싸이의 에너지를 체감하기 위해 그의 콘서트장에서 마지막 곡을 함께 불렀고, 유재석은 이적과 낯선 장소로 여행을 떠나 “내일 뭐하지?가 제일 고민이었던” 무명시절부터 “말하는 대로 된다”는 것을 깨달은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줬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 관심이 모아지는 시대. 하지만 동시에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경쟁으로 뒤범벅된 시대. 그 안에서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과감하게 서바이벌이라는 딱지를 떼고 온전히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순위가 사라진 자리를 사람이 채운, 근래 보기 드물었던 주말 예능의 풍경이었다.

글. 이가온 thir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