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주의 10 Voice] 금융지옥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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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뜻 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다. 사기는 나쁜 꾀로 남을 속이는 것이다. 2008년 9월 15일, 미국에서 가장 신망 있고 규모가 큰 투자은행 중 하나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이었고, 세계 금융시장의 심장인 월 스트리트 한 복판에서 거인이 쓰러지자 온 세계가 그 충격에 요동쳤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되어 20조 달러 이상의 손해, 3천 만 명의 실업자, 5천 만명의 극빈자를 만들어내며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글로벌 금융 위기는 사고였을까, 사기였을까. 지난 5월 19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은 “거대하고 커다란 대가를 지불한” 그 위기를 “사고가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금융 산업이 만들어낸 것”이고 “사실상 아주 거대한 국가적인, 아니 세계적인 폰지스킴(Ponzi Scheme. 다단계 사기)”이라고 말한다. 예측할 수 없기에 피할 수 없는 사고와 달리 사기는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래서 이 글로벌 금융 사기극은 사실 피할 수 있는 재난이었다는 것이다.

은 “2008년의 세계 경제 위기로 수 천 만 명의 사람들이 그들의 예금, 직장, 그리고 집을 잃었다. 이것은 어떻게 금융 위기가 발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영화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제목의 ‘인사이드 잡’은 ‘내부인에 의한 범죄’라는 의미다. 총 다섯 챕터로 이루어진 은 1930년대 경제 대공황부터 금융 산업이 폭발적 성장을 한 1980년대를 거쳐 영화의 핵심인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입체적으로 조망하며 미국의 금융 산업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골드만삭스가 내부적으로 “쓰레기야”라고 평가한 상품을 고객들에게 AAA 등급을 받은 안전한 상품으로 속여 팔았고, 동시에 이 상품이 실패할 것을 대비해 AIG에 보험을 가입하고 심지어 AIG의 파산을 대비해 또 다른 보험에 가입한 이야기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런 골드만삭스를 비롯하여 자신의 회사를 망가뜨리고 세계를 위기에 빠뜨린 이 엄청난 사기극을 주도한 이들 중 그 누구도 감옥에 가거나 책임을 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지금도 미국 오바마 정부의 경제참모로 재임명되어 세계 금융 산업의 중심에서 건재하게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폭삭 망해버린 미국 경제와 너무도 닮은 우리의 현재
[김희주의 10 Voice] 금융지옥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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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지금, 대한민국에서 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 작품이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기 때문은 아니다. 우리가 미국의 소비자가 불황으로 지출을 줄이면 그 여파가 중국 제조업의 매출 하락과 중국 노동자들의 실업위기로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즉 세계 각국의 경제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된 세계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만도 아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영화 속 2008년 미국의 상황이 지금 한국의 상황과 마치 평행이론처럼 닮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7일 금융위원회가 부산저축은행과 그 계열 은행인 대전저축은행 등의 영업 정지를 의결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처음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후유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영업정지 하루 전날 VIP 고객들에게만 정보를 미리 알려 50억 원이 넘는 예금을 특혜 인출해준 사실과 수사 과정에서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부실 감사를 한 정황이 밝혀지며 이명박 정권 최대의 부정부패 사태로 기록될 상황에 이르렀다.

또한 지난 5월 31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은 이번 사태의 한 축에 고객의 예금으로 100개가 넘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고 불법 대출, 고위험 사업을 벌이며 은행을 유동성 위기로 몰고 간 경영진과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이는 이 월 스트리트 경영진을 고객으로 가진 심리치료사와 고급매춘업자의 증언을 통해 그들이 회사의 자금을 불법 접대와 매춘, 마약에 탕진함을 폭로한 것과 “공적 손실 위에 거대한 사적 이익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은 이미 돈을 인출해 갔다. 그러나 “하루에 3,4 천원 벌어서 300원짜리 양말도 못 사신고 모은 피 같은 돈”을 떼이고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무고한 이 땅의 서민들과 사기극의 주범들이 엄청난 보너스와 퇴직금으로 돈 잔치를 하는 동안 하루 아침에 집과 직업을 잃고 몰락한 미국의 서민들도 닮기는 매 한가지다.

소시오패스들을 응징하는 길
[김희주의 10 Voice] 금융지옥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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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닮은 점은 이 보여준 미국의 사기꾼들과 우리가 < PD수첩 >과 매일의 뉴스에서 만나는 사기꾼들이 명백히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의가 아니었다” 혹은 “내 잘못이 아니다”는 말로 일관하는 ‘소시오패스’라는 것이다. 뇌 구조가 일반인과 달라 타인과 공감하지 못하는 탓에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와 달리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어떤 나쁜 짓을 저질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이들이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애착을 바탕으로 한 의무감, 즉 양심을 잃어버렸기에 사이코패스와 달리 사회적으로 성공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경제 대통령’ 앨런 그리스펀을 필두로 리먼브라더스, 골드만삭스와 같은 초대형 글로벌 투자 회사의 경영진은 물론 이들 회사의 이사로 취임해 사기극에 동참한 하버드대학과 컬럼비아대학의 저명한 학자들이 그렇다. 물론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에 공인회계사, 행정고시, 사법고시 3관왕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BBK 대책팀장으로 활약한 은진수 전 감사위원 같은 이도 그렇다.

을 보고 나면 머리가 쭈뼛쭈뼛 서고 온 몸에 소름이 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 저자 우석훈 교수는 을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 봐야 할 영화”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사회 지도층은 권력을 앞세워 온갖 비리를 자행하고 있을 수많은 소시오패스들의 사기극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서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세상은, 소시오패스들이 아닌 우리 자신이 만들 수 밖에 없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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