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형의 외모는 진짜 현빈 급”이라고 치켜세우면 형은 “어우, 그런 말 하면 큰일 나!”라고 손사래친다. “형이 그렇게 말하면 욕 먹는데 내가 형 얘기 하는 거니까 괜찮아” 라는 노련한 대답에 “와, 넌 말 하는게 정말 대왕인 것 같아”라며 감탄한다. 해맑은 형과 어른스런 아우, 티격태격하거나 데면데면한 보통 형제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장난기 가득한 미소만큼이나 끈끈한 우정으로 보는 이조차 절로 웃음 짓게 만드는 그들은 MBC (극본 김운경, 연출 임태우)의 두 아역배우 최우식(귀동 역)과 노영학(천둥 역)이다. 드라마에서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진정한 친구가 되었던 그들은 카메라 밖에서도 서로를 챙기고 또 서로에게 자극받는 ‘짝패’다운 모습을 보인다.
“형은 화보 촬영장인데, 저는 동네 사진관 같아요!” 욕심이 많은 것이 약점이자 강점이라는 노영학은 사진 촬영에서부터 귀여운 질투심을 드러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 블랙으로 차려입은 최우식이 등장할 때 한 번 “우와!”를 외치고, 형이 촬영하는 모습을 보는 내내 “멋있다. 부럽다!”며 눈을 떼지 못한다. 멋진 의상을 입고서도 분위기 잡는 것이 어색한지 일부러 장난스런 포즈를 취하며 철없는 귀동 도령인 양 굴던 최우식은 노영학과 나란히 서게 되자 다리를 넓게 벌려 키 차이를 줄여주는 속 깊은 형 노릇을 톡톡히 한다.
노영학과 최우식, 부지런한 개미와 여유로운 베짱이
같은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 외에는 공통분모가 전혀 없음에도 둘과의 만남이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도 전혀 상반된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다. 사실 노영학과 최우식의 성격은 극과 극, 각각 부지런한 개미와 여유로운 베짱이에 가깝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를 따라 연기를 시작한 노영학은 무려 4년 간 보조출연자로 활동한 후 단역과 조연을 거쳤고, 어렵사리 한 어린이 드라마의 주인공 자리를 따내기도 했지만 촬영 이틀 전 캐스팅 번복을 통보받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아직도 저에겐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요.” 하지만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들었던 상처마저 “내 외모가 부족하면 연기를 더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동력으로 바꾼 노영학은 SBS , MBC , SBS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고 MBC 에서는 어린 병사 찬식 역을 맡아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남들에게 ‘야, 실망이다’란 말을 듣는 게 제일 싫었던” 열아홉 소년은 에서 “귀동이에 비해 조금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천둥이를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싶어 감독님이 오케이하셔도 한번만 더 찍고 싶다고 조르는” 집념으로 한겨울 촬영장을 뒹굴었다. “촬영이 끝나고 김운경 작가님의 를 찾아봤더니, 정말 단 한 마디 대사도 그냥 쓰신 게 없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에서 그 의미 하나하나를 다 찾아내 연기하지 못했어요. 그게 너무 죄송해요.” 남들의 칭찬은 반사하고 스스로 아쉬운 부분을 찾아내 몰두하는 소년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너무 다른 귀동이와 천둥이가 다시 만나는 날까지 반면, 초등학교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가 7년 동안 살다가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 무작정 한국으로 돌아온 최우식은 느긋하고도 여유롭다. 데뷔작 오디션장에서도 긴장을 풀기 위해 심사위원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털기춤을 췄을 만큼 엉뚱한 면도 있다. 부잣집 도령임에도 한없이 가볍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인 극 중 ‘귀동이 굴욕 3종세트’에 대해서도 민망해하기는 커녕 “저는 그렇게 연기하면 멋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남들이 보기엔 바보 같은가 봐요. 하하하”라며 가느다란 눈매가 접히도록 먼저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서 철저한 완벽주의자인 노영학과 달리 최우식은 목표는 있되 뚜렷한 길은 정해놓지 않는다. 다만 본인이 이겨낼 수 있는 최소한의 목표만 설정한다. “제가 비록 초짜지만 보는 사람이 어색해하지 않게만 하자, 귀동이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보여주자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제가 모니터했을 때 오그라들지는 않았고, ‘굴욕 3종세트’로도 딱 기억에 남았으니까 그거면 된 것 같아요.” 신인 특유의 주눅 든 모습이나 조바심이 보이지 않아 오히려 매력적인 태도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건, 즐기는 거죠!”라 잘라 말할 수 있는 자유분방함에서 나온다.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한 작품을 찍고 나면 끈끈한 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거 생각하면 섭섭해요. 앗, 섭섭…한 게 아니라, 그러니까 아쉬워요!”(최우식) 비록 조금은 서툰 한국어일지라도, 자신의 첫 작품을 함께했던 동생과의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은 형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데 아직 어느 대학에 갈 지 안 정했어요. 그런데 우식이 형이 자기가 다니는 중앙대로 오래요. 학교에 ‘짝패 조직’ 하나 만들자면서. 하하하.”(노영학) “영학이가 칼을 들면 전 똥을 묻히고 여장하려고요. 으하하하.”(최우식)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이런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짝패’가 탄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이나 반갑다. 귀동이와 천둥이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형은 화보 촬영장인데, 저는 동네 사진관 같아요!” 욕심이 많은 것이 약점이자 강점이라는 노영학은 사진 촬영에서부터 귀여운 질투심을 드러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 블랙으로 차려입은 최우식이 등장할 때 한 번 “우와!”를 외치고, 형이 촬영하는 모습을 보는 내내 “멋있다. 부럽다!”며 눈을 떼지 못한다. 멋진 의상을 입고서도 분위기 잡는 것이 어색한지 일부러 장난스런 포즈를 취하며 철없는 귀동 도령인 양 굴던 최우식은 노영학과 나란히 서게 되자 다리를 넓게 벌려 키 차이를 줄여주는 속 깊은 형 노릇을 톡톡히 한다.
노영학과 최우식, 부지런한 개미와 여유로운 베짱이
같은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 외에는 공통분모가 전혀 없음에도 둘과의 만남이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도 전혀 상반된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다. 사실 노영학과 최우식의 성격은 극과 극, 각각 부지런한 개미와 여유로운 베짱이에 가깝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를 따라 연기를 시작한 노영학은 무려 4년 간 보조출연자로 활동한 후 단역과 조연을 거쳤고, 어렵사리 한 어린이 드라마의 주인공 자리를 따내기도 했지만 촬영 이틀 전 캐스팅 번복을 통보받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아직도 저에겐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요.” 하지만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들었던 상처마저 “내 외모가 부족하면 연기를 더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동력으로 바꾼 노영학은 SBS , MBC , SBS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고 MBC 에서는 어린 병사 찬식 역을 맡아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남들에게 ‘야, 실망이다’란 말을 듣는 게 제일 싫었던” 열아홉 소년은 에서 “귀동이에 비해 조금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천둥이를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싶어 감독님이 오케이하셔도 한번만 더 찍고 싶다고 조르는” 집념으로 한겨울 촬영장을 뒹굴었다. “촬영이 끝나고 김운경 작가님의 를 찾아봤더니, 정말 단 한 마디 대사도 그냥 쓰신 게 없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에서 그 의미 하나하나를 다 찾아내 연기하지 못했어요. 그게 너무 죄송해요.” 남들의 칭찬은 반사하고 스스로 아쉬운 부분을 찾아내 몰두하는 소년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너무 다른 귀동이와 천둥이가 다시 만나는 날까지 반면, 초등학교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가 7년 동안 살다가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 무작정 한국으로 돌아온 최우식은 느긋하고도 여유롭다. 데뷔작 오디션장에서도 긴장을 풀기 위해 심사위원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털기춤을 췄을 만큼 엉뚱한 면도 있다. 부잣집 도령임에도 한없이 가볍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인 극 중 ‘귀동이 굴욕 3종세트’에 대해서도 민망해하기는 커녕 “저는 그렇게 연기하면 멋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남들이 보기엔 바보 같은가 봐요. 하하하”라며 가느다란 눈매가 접히도록 먼저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서 철저한 완벽주의자인 노영학과 달리 최우식은 목표는 있되 뚜렷한 길은 정해놓지 않는다. 다만 본인이 이겨낼 수 있는 최소한의 목표만 설정한다. “제가 비록 초짜지만 보는 사람이 어색해하지 않게만 하자, 귀동이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보여주자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제가 모니터했을 때 오그라들지는 않았고, ‘굴욕 3종세트’로도 딱 기억에 남았으니까 그거면 된 것 같아요.” 신인 특유의 주눅 든 모습이나 조바심이 보이지 않아 오히려 매력적인 태도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건, 즐기는 거죠!”라 잘라 말할 수 있는 자유분방함에서 나온다.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한 작품을 찍고 나면 끈끈한 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거 생각하면 섭섭해요. 앗, 섭섭…한 게 아니라, 그러니까 아쉬워요!”(최우식) 비록 조금은 서툰 한국어일지라도, 자신의 첫 작품을 함께했던 동생과의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은 형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데 아직 어느 대학에 갈 지 안 정했어요. 그런데 우식이 형이 자기가 다니는 중앙대로 오래요. 학교에 ‘짝패 조직’ 하나 만들자면서. 하하하.”(노영학) “영학이가 칼을 들면 전 똥을 묻히고 여장하려고요. 으하하하.”(최우식)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이런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짝패’가 탄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이나 반갑다. 귀동이와 천둥이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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