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아테나>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
만약 의 태식(원빈)과 저들이 싸우면 누가 이길 수 있을까. SBS (이하 ) 첫 회에서 손혁(차승원)과 비밀요원(추성훈)의 싸움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속 태식이 보여준 그것처럼 두 요원의 싸움은 간결하다. 과시적인 2회전 돌려차기 따위를 보여주는 대신 무릎을 상대방의 복부에 꽂는 그들은 서로 한 대 씩 주고받으며 맷집 대결을 하는 록키와 아폴로가 되는 대신, 한 순간 한 순간 상대의 숨통을 끊기 위해 주먹을 교차한다. 이런 ‘실전’의 양상이 종합격투기의 형태로 진행된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종합격투기 선수인 추성훈이 암바를 거는 장면이 구색 맞추기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자신에게 트라이앵글 초크를 시도하는 손혁을 바닥에 내리꽂는 장면은 과거 종합격투기 대회인 프라이드에서 퀸튼 잭슨이 히카르도 아로나에게 승리를 거뒀던 전설적인 순간의 오마주에 가깝다.
이제는 학교 짱도 격투기 도장에 가는 시대 와 <아테나>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
물론 실제 비밀요원들이 임무를 수행할 때 그렇게 싸우는지는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제이슨 본 시리즈와 에서 보여준 절도 있고 효율적인 공격이 정말 실전에서도 유효한지, 에 등장한 관절기가 링 바깥에서도 같은 형태일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건, 그 자체로 남자의 판타지이기도 한 액션 장르, 그것도 ‘실전’에 대한 판타지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비밀요원에게서 이런 액션의 양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무술감독들의 취향 변화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에서 제임스 본드(숀 코너리)가 닌자의 무술을 배우고, 의 비밀요원 리(이소룡)가 소림사 무술을 구사하던 시절, 실전 최강은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동양무술이었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이소룡은 일격필살로 누구든 이길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는 건, 그 때 만들어진 판타지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보여준다. 영웅 이소룡이 죽은 뒤에도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후발주자인 성룡은 다분히 과장된 액션과 코믹한 설정으로 스스로를 희화화했지만 < CIA > 같은 영화에서 악당도 CIA 요원도 모두 쿵푸로 싸운다. 쿵푸 최강론의 판타지를 제대로 이어간 건 이연걸이다. 에서 섬뜩할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준 그는 대만 정보국 요원으로 나온 에선 아예 실제 UFC 선수인 랜디 커투어, 티토 오티즈 등을 쿵푸로 격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설은 무너졌다. 프라이드와 UFC, K-1 같은 격투 대회가 활성화되고, 그 모습이 생중계되자 일격필살의 철사장도, 상대방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점혈도 모두 자취를 감췄다. 50년대에 벌어진 중국의 백학권사와 태극권사의 무술 대결 영상 공개는 처참했다. 중학교 짱에게도 질 것 같은 두 어르신의 허우적거림은 곧 희화화의 대상이 되었다. 그 스스로 이연걸과 맞먹는 쿵푸 스타인 견자단이 , 같은 영화를 통해 종합격투기의 움직임을 영화 무술에 접목시켰다는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학교 짱을 가리는 영화 에서도 주인공은 동양의 고수에게 비기를 전수받는 대신, 격투기 도장에서 정식 훈련을 받는다.
쿵푸의 전설은 무너졌지만 와 <아테나>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
다시 말하지만 쿵푸의 전설은 무너졌다. 의 문구처럼 이소룡은 죽었고, 성룡은 늙었다. 하지만 이것은 판타지의 붕괴라기보다는 그것을 대신할 또 다른 판타지의 시작이다. 에서 또 다른 요원으로 등장하는 정우성 역시 팔꿈치와 주먹으로 각이 딱딱 잡힌 선을 만들어내며, 화려하지 않지만 빠른 로우킥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분명 그것은 주먹에 라이터를 쥐고 달려들던 의 스타일리시한 모습과는 다르다. 하지만 어쩌면 현실의 그것과 가장 비슷할지 모를 의 개싸움과도 거리가 멀다. 실전에서 통할 진짜 강함에 대한 욕구만큼, 남자로서 최소한 폼 안 나는 건 피하고 싶은 욕구도 크다. 맞다, 이건 허세다. 하지만 그 허세를 만족시키기 위해 수많은 액션스타가 피고 지었고, 수많은 무술 노하우가 누적되었다. 때문에, 어쩌면 몸과 몸이 부딪히는 액션 장르의 발전을 이끈 상당한 동력은 이런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연 어떻게 해야 실전에서도 이기고 최소한의 폼도 잡을 수 있는가, 혹은 태식과 손혁이 싸우면 누가이길까, 라는 여태까지 계속되었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될 남자들의 시시하되 진지한 물음을 통해.
글. 위근우 eight@
만약 의 태식(원빈)과 저들이 싸우면 누가 이길 수 있을까. SBS (이하 ) 첫 회에서 손혁(차승원)과 비밀요원(추성훈)의 싸움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속 태식이 보여준 그것처럼 두 요원의 싸움은 간결하다. 과시적인 2회전 돌려차기 따위를 보여주는 대신 무릎을 상대방의 복부에 꽂는 그들은 서로 한 대 씩 주고받으며 맷집 대결을 하는 록키와 아폴로가 되는 대신, 한 순간 한 순간 상대의 숨통을 끊기 위해 주먹을 교차한다. 이런 ‘실전’의 양상이 종합격투기의 형태로 진행된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종합격투기 선수인 추성훈이 암바를 거는 장면이 구색 맞추기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자신에게 트라이앵글 초크를 시도하는 손혁을 바닥에 내리꽂는 장면은 과거 종합격투기 대회인 프라이드에서 퀸튼 잭슨이 히카르도 아로나에게 승리를 거뒀던 전설적인 순간의 오마주에 가깝다.
이제는 학교 짱도 격투기 도장에 가는 시대 와 <아테나>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
물론 실제 비밀요원들이 임무를 수행할 때 그렇게 싸우는지는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제이슨 본 시리즈와 에서 보여준 절도 있고 효율적인 공격이 정말 실전에서도 유효한지, 에 등장한 관절기가 링 바깥에서도 같은 형태일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건, 그 자체로 남자의 판타지이기도 한 액션 장르, 그것도 ‘실전’에 대한 판타지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비밀요원에게서 이런 액션의 양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무술감독들의 취향 변화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에서 제임스 본드(숀 코너리)가 닌자의 무술을 배우고, 의 비밀요원 리(이소룡)가 소림사 무술을 구사하던 시절, 실전 최강은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동양무술이었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이소룡은 일격필살로 누구든 이길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는 건, 그 때 만들어진 판타지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보여준다. 영웅 이소룡이 죽은 뒤에도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후발주자인 성룡은 다분히 과장된 액션과 코믹한 설정으로 스스로를 희화화했지만 < CIA > 같은 영화에서 악당도 CIA 요원도 모두 쿵푸로 싸운다. 쿵푸 최강론의 판타지를 제대로 이어간 건 이연걸이다. 에서 섬뜩할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준 그는 대만 정보국 요원으로 나온 에선 아예 실제 UFC 선수인 랜디 커투어, 티토 오티즈 등을 쿵푸로 격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설은 무너졌다. 프라이드와 UFC, K-1 같은 격투 대회가 활성화되고, 그 모습이 생중계되자 일격필살의 철사장도, 상대방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점혈도 모두 자취를 감췄다. 50년대에 벌어진 중국의 백학권사와 태극권사의 무술 대결 영상 공개는 처참했다. 중학교 짱에게도 질 것 같은 두 어르신의 허우적거림은 곧 희화화의 대상이 되었다. 그 스스로 이연걸과 맞먹는 쿵푸 스타인 견자단이 , 같은 영화를 통해 종합격투기의 움직임을 영화 무술에 접목시켰다는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학교 짱을 가리는 영화 에서도 주인공은 동양의 고수에게 비기를 전수받는 대신, 격투기 도장에서 정식 훈련을 받는다.
쿵푸의 전설은 무너졌지만 와 <아테나>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
다시 말하지만 쿵푸의 전설은 무너졌다. 의 문구처럼 이소룡은 죽었고, 성룡은 늙었다. 하지만 이것은 판타지의 붕괴라기보다는 그것을 대신할 또 다른 판타지의 시작이다. 에서 또 다른 요원으로 등장하는 정우성 역시 팔꿈치와 주먹으로 각이 딱딱 잡힌 선을 만들어내며, 화려하지 않지만 빠른 로우킥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분명 그것은 주먹에 라이터를 쥐고 달려들던 의 스타일리시한 모습과는 다르다. 하지만 어쩌면 현실의 그것과 가장 비슷할지 모를 의 개싸움과도 거리가 멀다. 실전에서 통할 진짜 강함에 대한 욕구만큼, 남자로서 최소한 폼 안 나는 건 피하고 싶은 욕구도 크다. 맞다, 이건 허세다. 하지만 그 허세를 만족시키기 위해 수많은 액션스타가 피고 지었고, 수많은 무술 노하우가 누적되었다. 때문에, 어쩌면 몸과 몸이 부딪히는 액션 장르의 발전을 이끈 상당한 동력은 이런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연 어떻게 해야 실전에서도 이기고 최소한의 폼도 잡을 수 있는가, 혹은 태식과 손혁이 싸우면 누가이길까, 라는 여태까지 계속되었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될 남자들의 시시하되 진지한 물음을 통해.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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