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 바이러스>, 이 아저씨들 그럴 듯한데
, 이 아저씨들 그럴 듯한데" /> 화 tvN 밤 12시
서른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국제 미인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남성 출연자의 프로필을 듣자마자 세 명의 MC들은 부러움에 몸부림쳤지만 정작 김구라의 말을 빌면 “미인대회 브로커”인 그의 이야기는 KBS < VJ 특공대 >에서 종종 등장하는 신기한 직업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의 진가가 나타난 건 그 다음이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인생에 실패했다고 믿는 여성 출연자가 등장하자 김구라는 “(어릴 때 별명이었다는) E.T보단 옥동자가 낫잖아요?”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던졌고 출연자가 평생 들었던 기분 나쁜 말들을 트리로 만들어 하나하나 뜯어보는 ‘잔혹한’ 토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지하철 타면 임산부인 줄 알고 자리 비켜주는 아저씨와 싸우고 싶다는 고백에 “그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냐!”며 낄낄대고, 연약한 척 하지 말라는 말이 상처가 됐다는 슬픈 고백 사이에 “사실은 (정수기 물통) 들 수 있어요?”라며 정곡을 찔러 “남는 게 힘 밖에 없나 봐요”라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캐내고 마는 이 토크쇼는 겉치레를 생략하지만 무례하지 않다. 예전에도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여성 출연자를 향해 “미녀는 아닙니다만, 후지진 않아요”라는 묘한 위로를 던졌던 이들은 “얼굴 가리게 안경 쓰라”는 말이 서운했다는 화성인에게 김성주의 안경을 벗겨 즉석에서 씌운 뒤 “충분히 예쁘십니다” 따위 접대용 멘트 대신 “생기 있어 보이네!”라며 떠들썩하게 용기를 북돋운다. 그래서 결국 화성인이 겪어 온 비참한 인생사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껄껄 웃어버리게 되는 블랙 코미디가 되고, 부정적인 생각 대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살라는 뻔한 처방도 귀담아 듣고 싶어진다. “외모를 위해 한 번도 노력하지 않았다는 건 다행이다. 기회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3년을 가꿨는데 이러면 좀 그렇지 않겠냐”는 말, 이 솔직한 아저씨들이 하니까 왠지 그럴 듯하다.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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