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밤 1시
잊혀져가는 낭독의 울림은 TV 브라운관에서 홀연히 되살아났다. 추억의 한 구절은 살아나 펄떡이고, 책 속에서 아련해진 시의 울림은 입으로 전해지며 노래가 됐다. 앞만 보고 달리는 아찔한 속도의 시대에 은 고단한 삶에 위로고, 휴식이었다. 오늘 은 300회를 맞아 시인 도종환, 배우 김지숙, 소설가 은희경, MC 정지영 등 프로그램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 이야기 손님으로 함께 하며 저마다 가슴에 품고 있던 낭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끄집어낸다. 가장 사랑받았던 주옥같은 시와 소설, 정호승, 문태준, 김선우 등 다시 만나고 싶은 시인과 소설가의 음성이 잠들기 아쉬운 봄밤에 찾아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게 한 구절 한 구절 소리 내어 읽었던 지난 7년간의 울림은 오늘 다시 흐드러지게 피어날 것이다. EBS 밤 9시 30분
흑산도 사람들이 홍어를 싣고 나주에 도착했을 땐 이미 홍어가 삭혀져 있었다. 흑산도에서 영산강을 타고 올라오는 배는 보름이 걸려야 나주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주 사람들은 흑산도에서 회로 먹는 홍어를 삭혀진 상태 그대로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고기들과 달리 신기하게도 삭혀진 홍어만은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았고 나주 사람들은 그런 고마운 고기를 사랑하게 됐다. 오늘 의 무대는 홍어의 숙성 노하우가 쌓인 홍어의 본 고장 나주다. 영산강을 끼고 비옥한 나주평야를 가진 남도의 젖줄이자 고려시대 전국 12목 중 하나였던 나주의 풍경과 사람 사는 이야기가 홍어의 그것처럼 곰삭아 깊은 맛으로 시청자를 찾는다. tvN 밤 10시
진보 성향의 사람을 공격하는 가장 안일하지만 효과적인 무기는 ‘너도 빨갱이냐?’는 물음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고른 영역에서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사람을 규정짓는 이 용어는 보수진영이 반세기가 넘는 유구한 역사 동안 마르고 닳도록 애용해왔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봉은사 명진 스님에 대해 내린, ‘강남 한복판 부자 절의 좌파 주지’라는 계급모순적인 개념정리 역시 이런 연장선상에서 가능하다. 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해 이야기하는 오늘 가 궁금한 건 그래서다. 한국 개신교의 통찰을 촉구한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와 승려들의 집단시위 배후를 수사하라는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의 토론은 ‘너도 빨갱이냐?’라는 저열한 물음의 프레임을 넘어설 수 있을까. 그것은 이 프로그램이 진정한 소통의 게임과 생각의 놀이판이 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일 것이다.
글. 원성윤 twelve@
잊혀져가는 낭독의 울림은 TV 브라운관에서 홀연히 되살아났다. 추억의 한 구절은 살아나 펄떡이고, 책 속에서 아련해진 시의 울림은 입으로 전해지며 노래가 됐다. 앞만 보고 달리는 아찔한 속도의 시대에 은 고단한 삶에 위로고, 휴식이었다. 오늘 은 300회를 맞아 시인 도종환, 배우 김지숙, 소설가 은희경, MC 정지영 등 프로그램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 이야기 손님으로 함께 하며 저마다 가슴에 품고 있던 낭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끄집어낸다. 가장 사랑받았던 주옥같은 시와 소설, 정호승, 문태준, 김선우 등 다시 만나고 싶은 시인과 소설가의 음성이 잠들기 아쉬운 봄밤에 찾아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게 한 구절 한 구절 소리 내어 읽었던 지난 7년간의 울림은 오늘 다시 흐드러지게 피어날 것이다. EBS 밤 9시 30분
흑산도 사람들이 홍어를 싣고 나주에 도착했을 땐 이미 홍어가 삭혀져 있었다. 흑산도에서 영산강을 타고 올라오는 배는 보름이 걸려야 나주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주 사람들은 흑산도에서 회로 먹는 홍어를 삭혀진 상태 그대로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고기들과 달리 신기하게도 삭혀진 홍어만은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았고 나주 사람들은 그런 고마운 고기를 사랑하게 됐다. 오늘 의 무대는 홍어의 숙성 노하우가 쌓인 홍어의 본 고장 나주다. 영산강을 끼고 비옥한 나주평야를 가진 남도의 젖줄이자 고려시대 전국 12목 중 하나였던 나주의 풍경과 사람 사는 이야기가 홍어의 그것처럼 곰삭아 깊은 맛으로 시청자를 찾는다. tvN 밤 10시
진보 성향의 사람을 공격하는 가장 안일하지만 효과적인 무기는 ‘너도 빨갱이냐?’는 물음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고른 영역에서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사람을 규정짓는 이 용어는 보수진영이 반세기가 넘는 유구한 역사 동안 마르고 닳도록 애용해왔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봉은사 명진 스님에 대해 내린, ‘강남 한복판 부자 절의 좌파 주지’라는 계급모순적인 개념정리 역시 이런 연장선상에서 가능하다. 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해 이야기하는 오늘 가 궁금한 건 그래서다. 한국 개신교의 통찰을 촉구한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와 승려들의 집단시위 배후를 수사하라는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의 토론은 ‘너도 빨갱이냐?’라는 저열한 물음의 프레임을 넘어설 수 있을까. 그것은 이 프로그램이 진정한 소통의 게임과 생각의 놀이판이 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일 것이다.
글. 원성윤 twel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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