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여행의 갈림길에 서다
‘1박 2일’, 여행의 갈림길에 서다
‘1박 2일’ KBS2 일 오후 5시 20분
남극 대신 전국일주다.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해 7번 국도를 타고 경남까지 내려와 전라도를 자유여행한 뒤 충청도에서 끝나는 이 긴 여행에 ‘1박 2일’의 제작진은 ‘코리안 루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남극에 가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3박 4일 간의 전국일주를 선택한 것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외국 같다”는 감탄사를 외칠 때 “‘우리나라 같다’고 해야 한다”고 말을 고쳐주는 ‘1박 2일’다운 것이었다. 전국일주의 첫 날, 고성에서부터 시작해 영덕에 이르기까지 꼬박 하루 동안을 여행하면서 ‘1박 2일’의 멤버들은 단 한 번도 복불복을 보여주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1박 2일’에서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거나, 까나리를 원샷 하는 장면을 보기란 어려운 일이 되었다. 아주 작은 일에도 복불복으로 운을 시험하던 멤버들은, 이제 서로를 상대하기 보다는 함께 제작진을 상대하는 것에 더 익숙해졌다. 이 변화는 ‘1박 2일’이 추천하는 여행 방식이 한 지역의 관광 코스가 되고, 여행의 방식이 되어가고 있는 외적인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1박 2일’은 기본적으로 마니아들을 위한 예능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가 보기에도 부담 없는 예능을 지향한다. 하지만 바로 그 ‘시청자를 위한’이라는 강박이 어떤 순간의 ‘1박 2일’을 공익 프로그램처럼 보이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2회 시청자 투어 이후 남극 여행을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간 듯 보였던 ‘1박 2일’이 그랬던 것처럼, 새로움을 찾아 나서지 않는 여행이란 심심하고 지루한 것이다. 먹을거리를 소개하고 풍경을 보여주는 것은 좋은 여행의 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좋은 예능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이번 전국일주는,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이 가고 있는 여행의 길에서 만난 예기치 못하게 만난 하나의 질문일 것이다. 과연 ‘1박 2일’은 3박 4일의 시간 동안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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