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티아라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했어? 왜 축구 팬들이 화를 내고 티아라가 사과를 했다는 기사가 나오는 거야?
아, 이번에 FC 서울이랑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야. 두 팀의 경기가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는데 마침 식전공연을 펼치러 온 티아라가 원정 팀인 전북 현대의 유니폼과 비슷한 녹색과 검은색이 매치된 무대 의상을 입고 왔거든. 그래서 홈팀인 FC 서울 팬들의 야유가 쏟아진 거야. 야구로 치자면 부산 사직구장에 롯데의 상대팀 유니폼을 연상시키는 옷을 입고 공연을 펼친 셈이지.
아, 뭐야. 겨우 그런 일 때문에 그렇게 소란이었던 거야?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이 되나?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닐 거 아냐.
분명 일부러 그랬을 리는 없지. 어떤 면에선 티아라도 되게 운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거야. 만약 그날 준비한 의상이 다른 색이었다면, 그게 아니라면 전북 현대가 상대가 아니었더라면, 그것도 아니면 홈팀이 전북 현대였다면 티아라의 의상이 논란거리가 되진 않았을 테니까.
내 말이. 왜들 그렇게 속이 좁은 거야?
아, 나는 티아라가 큰 잘못을 한 건 아니라고 말한 거지, FC 서울 팬들이 느낀 불쾌감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말한 건 아니야. 많은 방송 활동과 많은 행사를 소화하는 입장에서 자신들이 오르는 무대의 분위기가 어떤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체크하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어쨌든 소속사에서 해당 무대의 특성을 이해했더라면, 혹은 행사를 담당하는 구단 측에서 좀 더 철저하게 확인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실수인 건 사실이니까. 그날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의 다수는 티아라가 아닌 홈팀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고 그 응원의 일환으로서 공연을 즐기는 건데 상대팀 유니폼과 흡사한 옷을 입고 나타난 티아라를 곱게 보긴 어렵지. 게다가 그날 FC 서울은 1 대 0으로 지기까지 했다고. 진 게 티아라 탓은 아니지만 어쨌든 찝찝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거지. 아니, 난 그래도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아니 상대팀을 직접적으로 응원한 것도 아니고 그 유니폼과 비슷한 색의 옷을 입은 것뿐이잖아.
음… 네 입장에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 기본적으로 축구에 있어 유니폼이라는 건 단순히 시합에 뛰기 위해 입는 운동복이 아니라 팀의 상징 같은 거야. 너도 알겠지만 2002년 월드컵으로 유명해진 한국 축구대표팀 서포터즈 붉은 악마는 한국의 붉은색 유니폼에서 비롯된 거야. 사실 1983년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붉은색 상하의를 입고 뛴 우리나라 대표팀에 서구 언론이 붙인 붉은 악령이라는 별명이 와전되어서 정착한 이름이긴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우리나라 국가대표 유니폼의 색이 국가대표 자체를 상징한다는 거지.
그건 붉은 색의 강렬함이나 뭐 그런 것 때문 아닐까? 파란색 옷을 입었으면 그런 식의 상징적 호칭이 생기지 않았을 거 같은데?
그건 네 생각이고.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탈리아는 수십 년째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뛰었고, 이탈리아어로 푸른색을 뜻하는 ‘아주리’ 군단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어. 이들에게 ‘아주리’는 이탈리아 반도를 둘러싼 아드리아 해의 푸른 바닷물의 빛깔을 상징하는 거야. 말하자면 이탈리아라는 나라 자체를 상징하는 거지.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역시 오렌지 군단이라 불리는 히딩크 감독의 나라 네덜란드도 마찬가지야. 그들이 왜 오렌지색을 선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선박에 달고 다니던 국기가 자외선에 변색되어서 오렌지색으로 보였다는 설과 강대국과의 독립 전쟁을 이끌고 후에 왕가가 된 오란냐 가문의 영어식 발음이 오렌지이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는데 어쨌든 두 가지 모두 단순히 오렌지색이 예뻐서 선택한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지.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는데 만약 2002 월드컵 때 벌어진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16강전에서 빨간 옷까진 못 챙겨 입더라도 파란색 옷을 입고 응원을 온다면 윤리적인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더라도 그 자리의 분위기를 해치는 건 사실일 거 아니야.
그 말을 들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긴 하는데 국가대표 유니폼과 일반 팀 유니폼의 의미를 동일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네 말대로 축구 유니폼의 색상은 국가를 상징할 때가 많긴 해. 아르헨티나의 하늘색과 흰색 줄무늬의 스트라이프 유니폼이나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유니폼의 흰색과 붉은색의 바둑판무늬 등은 다 해당 나라의 국기 색에서 비롯된 거지. 하지만 그건 결국 유니폼이라는 것이 그만큼 팀의 이미지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상징물이라는 걸 뜻하는 거야. 그러니 일반 클럽으로서도 유니폼의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는 거지.
하지만 국가대표끼리의 경기랑 국내 팀끼리의 경기가 같은 의미일 수는 없는 거잖아.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어느 정도 맞는 말일 수 있어. 지역 연고제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프로야구에 비해서 우리나라 프로축구는 지역 팀 별 대결보다는 오히려 국가대표 중심의 종목으로 인식된 면이 있지.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의 지역 기반 스포츠야말로 축구라 할 수 있어. 근대 축구의 근원지인 영국에서 축구는 마을 단위의 패거리 경기였으니까. 그리고 내가 전에 말했던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오랜 갈등 역시 이런 지역 연고제적인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지. 그런 면에서 이번 주 일요일에 벌어지는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FC의 경기는 굉장히 흥미로운 라이벌전이야. 흥미롭다니. 왜, 박지성이 나와서?
그게 아니라 이 두 팀은 정말 영국 프로축구의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이거든. 맨유야 뭐 이젠 너 같은 문외한도 알 정도로 유명한 세계적 축구 클럽이고 내가 좋아하는 리버풀 역시 영국 프로축구 1부 리그에서 18회 우승을 기록하며 맨유와 함께 최다 우승을 기록한 명문이야. 맨체스터와 리버풀이라는 지역을 대표하는 동시에 영국 최고 명문 구단끼리의 대결인 만큼 이 둘의 경기는 치열할 수밖에 없는데 심지어 유니폼 색깔마저 둘 다 붉은색이기 때문에 이들의 경기는 붉은 장미끼리의 대결이라는 의미로 레즈 더비라 불려. 이 레즈 더비야말로 지금까지 말한 지역 팀끼리의 갈등, 유니폼의 상징성이 집약된 경기이기에 흥미로운 거야. 이들에게 이 경기의 승패는 리그 우승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거든.
그럼 이번 티아라가 야유 받은 시합도 그 정도의 의미가 있는 거야?
물론 FC 서울과 전북 현대의 대결이 레즈 더비만큼 오랜 전통과 갈등을 지닌 대결은 아닐 거야. 다만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과 3위를 달리고 있는 서울의 경기에서 서울 팬들에게 그 승부는 내가 예로 든 레즈 더비처럼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고, 그 치열한 상황에서 상대팀의 유니폼 색은 단순히 녹색이든 붉은색이든 무관한 것이 아닌 꼭 이겨야 할 상대의 상징 같은 거라는 거지.
뭔가 되게 비장하다. 좋아하는 팀을 위해 유니폼을 사서 입는 게 그런 의미구나.
좋아하는 팀을 위해서 세일러복을 입는 것도 그래서야. (BGM –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아, 이번에 FC 서울이랑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야. 두 팀의 경기가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는데 마침 식전공연을 펼치러 온 티아라가 원정 팀인 전북 현대의 유니폼과 비슷한 녹색과 검은색이 매치된 무대 의상을 입고 왔거든. 그래서 홈팀인 FC 서울 팬들의 야유가 쏟아진 거야. 야구로 치자면 부산 사직구장에 롯데의 상대팀 유니폼을 연상시키는 옷을 입고 공연을 펼친 셈이지.
아, 뭐야. 겨우 그런 일 때문에 그렇게 소란이었던 거야?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이 되나?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닐 거 아냐.
분명 일부러 그랬을 리는 없지. 어떤 면에선 티아라도 되게 운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거야. 만약 그날 준비한 의상이 다른 색이었다면, 그게 아니라면 전북 현대가 상대가 아니었더라면, 그것도 아니면 홈팀이 전북 현대였다면 티아라의 의상이 논란거리가 되진 않았을 테니까.
내 말이. 왜들 그렇게 속이 좁은 거야?
아, 나는 티아라가 큰 잘못을 한 건 아니라고 말한 거지, FC 서울 팬들이 느낀 불쾌감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말한 건 아니야. 많은 방송 활동과 많은 행사를 소화하는 입장에서 자신들이 오르는 무대의 분위기가 어떤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체크하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어쨌든 소속사에서 해당 무대의 특성을 이해했더라면, 혹은 행사를 담당하는 구단 측에서 좀 더 철저하게 확인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실수인 건 사실이니까. 그날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의 다수는 티아라가 아닌 홈팀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고 그 응원의 일환으로서 공연을 즐기는 건데 상대팀 유니폼과 흡사한 옷을 입고 나타난 티아라를 곱게 보긴 어렵지. 게다가 그날 FC 서울은 1 대 0으로 지기까지 했다고. 진 게 티아라 탓은 아니지만 어쨌든 찝찝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거지. 아니, 난 그래도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아니 상대팀을 직접적으로 응원한 것도 아니고 그 유니폼과 비슷한 색의 옷을 입은 것뿐이잖아.
음… 네 입장에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 기본적으로 축구에 있어 유니폼이라는 건 단순히 시합에 뛰기 위해 입는 운동복이 아니라 팀의 상징 같은 거야. 너도 알겠지만 2002년 월드컵으로 유명해진 한국 축구대표팀 서포터즈 붉은 악마는 한국의 붉은색 유니폼에서 비롯된 거야. 사실 1983년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붉은색 상하의를 입고 뛴 우리나라 대표팀에 서구 언론이 붙인 붉은 악령이라는 별명이 와전되어서 정착한 이름이긴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우리나라 국가대표 유니폼의 색이 국가대표 자체를 상징한다는 거지.
그건 붉은 색의 강렬함이나 뭐 그런 것 때문 아닐까? 파란색 옷을 입었으면 그런 식의 상징적 호칭이 생기지 않았을 거 같은데?
그건 네 생각이고.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탈리아는 수십 년째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뛰었고, 이탈리아어로 푸른색을 뜻하는 ‘아주리’ 군단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어. 이들에게 ‘아주리’는 이탈리아 반도를 둘러싼 아드리아 해의 푸른 바닷물의 빛깔을 상징하는 거야. 말하자면 이탈리아라는 나라 자체를 상징하는 거지.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역시 오렌지 군단이라 불리는 히딩크 감독의 나라 네덜란드도 마찬가지야. 그들이 왜 오렌지색을 선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선박에 달고 다니던 국기가 자외선에 변색되어서 오렌지색으로 보였다는 설과 강대국과의 독립 전쟁을 이끌고 후에 왕가가 된 오란냐 가문의 영어식 발음이 오렌지이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는데 어쨌든 두 가지 모두 단순히 오렌지색이 예뻐서 선택한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지.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는데 만약 2002 월드컵 때 벌어진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16강전에서 빨간 옷까진 못 챙겨 입더라도 파란색 옷을 입고 응원을 온다면 윤리적인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더라도 그 자리의 분위기를 해치는 건 사실일 거 아니야.
그 말을 들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긴 하는데 국가대표 유니폼과 일반 팀 유니폼의 의미를 동일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네 말대로 축구 유니폼의 색상은 국가를 상징할 때가 많긴 해. 아르헨티나의 하늘색과 흰색 줄무늬의 스트라이프 유니폼이나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유니폼의 흰색과 붉은색의 바둑판무늬 등은 다 해당 나라의 국기 색에서 비롯된 거지. 하지만 그건 결국 유니폼이라는 것이 그만큼 팀의 이미지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상징물이라는 걸 뜻하는 거야. 그러니 일반 클럽으로서도 유니폼의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는 거지.
하지만 국가대표끼리의 경기랑 국내 팀끼리의 경기가 같은 의미일 수는 없는 거잖아.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어느 정도 맞는 말일 수 있어. 지역 연고제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프로야구에 비해서 우리나라 프로축구는 지역 팀 별 대결보다는 오히려 국가대표 중심의 종목으로 인식된 면이 있지.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의 지역 기반 스포츠야말로 축구라 할 수 있어. 근대 축구의 근원지인 영국에서 축구는 마을 단위의 패거리 경기였으니까. 그리고 내가 전에 말했던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오랜 갈등 역시 이런 지역 연고제적인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지. 그런 면에서 이번 주 일요일에 벌어지는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FC의 경기는 굉장히 흥미로운 라이벌전이야. 흥미롭다니. 왜, 박지성이 나와서?
그게 아니라 이 두 팀은 정말 영국 프로축구의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이거든. 맨유야 뭐 이젠 너 같은 문외한도 알 정도로 유명한 세계적 축구 클럽이고 내가 좋아하는 리버풀 역시 영국 프로축구 1부 리그에서 18회 우승을 기록하며 맨유와 함께 최다 우승을 기록한 명문이야. 맨체스터와 리버풀이라는 지역을 대표하는 동시에 영국 최고 명문 구단끼리의 대결인 만큼 이 둘의 경기는 치열할 수밖에 없는데 심지어 유니폼 색깔마저 둘 다 붉은색이기 때문에 이들의 경기는 붉은 장미끼리의 대결이라는 의미로 레즈 더비라 불려. 이 레즈 더비야말로 지금까지 말한 지역 팀끼리의 갈등, 유니폼의 상징성이 집약된 경기이기에 흥미로운 거야. 이들에게 이 경기의 승패는 리그 우승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거든.
그럼 이번 티아라가 야유 받은 시합도 그 정도의 의미가 있는 거야?
물론 FC 서울과 전북 현대의 대결이 레즈 더비만큼 오랜 전통과 갈등을 지닌 대결은 아닐 거야. 다만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과 3위를 달리고 있는 서울의 경기에서 서울 팬들에게 그 승부는 내가 예로 든 레즈 더비처럼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고, 그 치열한 상황에서 상대팀의 유니폼 색은 단순히 녹색이든 붉은색이든 무관한 것이 아닌 꼭 이겨야 할 상대의 상징 같은 거라는 거지.
뭔가 되게 비장하다. 좋아하는 팀을 위해 유니폼을 사서 입는 게 그런 의미구나.
좋아하는 팀을 위해서 세일러복을 입는 것도 그래서야. (BGM –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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