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많은 것 같아요.” 방영 중인 MBC 에서 재하 역을 연기하고, 뮤지컬 로 무대 활동을 병행하고,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동욱은 그 수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느 하나에 익숙해지고 안일해지면, 다양한 돌파구를 찾거나 고민하지 않게 되면, 더는 나올 게 없는 사람이 될 거 같아 두려워서요.” 말하자면 배우로서 더 발전하지 못할까봐 스스로를 숨 돌릴 틈 없는 스케줄에 밀어 넣었다는 얘기다. 이 남자, 워커홀릭인가 싶지만 이토록 진지한 말을 하면서도 종종 이를 싱긋 드러내며 웃는 그의 얼굴은 겁을 먹거나 조급하거나 일에 찌든 것과는 거리가 먼, 맑고 해사한 표정이다. MBC 에서 만났던 그때처럼,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던 진하림, 그 이후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기자의 길을 선택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의 일원이 되고, 여러 편의 단편 영화에 출연한 만만찮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김동욱의 첫인상은 의 진하림이다. 경쾌하지만 경박하지 않고 들뜬 표정이지만 가벼워 보이지 않는 이 귀여운 남자는 김동욱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과거 커리어를 보완하고도 남을 만큼, 혹은 모두 지워버리고도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고, 심지어 드라마 시청률도 높아 대중적 인지도 역시 높았다. 그래서 하림의 반짝반짝 빛나던 순간만으로 그의 첫인상을 그린 사람들은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진하림 이후에도 이 배우는 부침 심한 이곳에서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이후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그가 보여준 것들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 그것도 긍정적인 대답일 것이다. “하림 말고 다른 모습을 보란 듯이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없진 않았죠. 분명히.” 물론 그 시도가 항상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KBS 시트콤 의 왕삼백의 조금은 얄미운 처세를 보며 쉽게 공감하긴 어려웠고, 를 통해 첫 뮤지컬 무대에 안착했지만 브라운관에서만큼 대중적 파급력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KBS 의 막내 변호사 윤준을 보며 갸우뚱거릴 즈음, 영화 가 개봉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가 수연(이은성)의 거짓말에 속는 의외의 순정파 흥철을 탁월하게 연기하고 800만 관객 영화의 한 축이 됐다는 결과만은 아니다. 조금은 마이너한 수많은 작업을 하다가 “밝고 귀여운 역은 처음이라 배우의 욕심으로” 하림에 도전해 한 번의 정점을 찍은 그의 경력이 완만한 하강과 상승을 그리다 또 한 번의 정점을 찍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즉 그가 만든 두 개의 봉우리는 우연히 터진 잭팟이 아닌, 끊임없는 활동이 그린 파동 곡선의 한 정점들인 것이다.
김동욱의 상승곡선은 어디까지 오를까 부잣집 도련님의 전형적인 철부지 같은 모습에서 벗어난 의 재하가 아주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건 아닐지라도 결국 김동욱이라는 배우가 성장하는 과정의 한 지점으로 이해해야 하는 건 그래서다. 두려워서 그 많은 스케줄에 뛰어들었다는 그는 동시에 “다작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가장 쉬운 방법만 찾고 비슷한 패턴의 연기를 하게 될 수 있어서” 학교에 돌아가 연극 작업을 하는 경험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얼핏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두 가지 태도는 결국 익숙하지 않은 무엇에 스스로 뛰어든다는 점에서 같다. 신체 단련을 위해 트레이닝을 하다 정체기에 빠지면 훈련 패턴을 바꿔 새로운 자극을 줘야 하는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의 연기가 정체되기 전에 새로운 자극을 주며 계속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그의 밝은 얼굴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건, 여전히 하림 같아서가 아니라 그가 여전히, 혹은 우리의 첫인상 이전부터 발전하는 배우 김동욱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그를 향해 다른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완만한 상향과 하향을 반복하지만 좀 먼발치에서 보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이 곡선의 파도를 타고 이 배우는 과연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반짝반짝 빛나던 진하림, 그 이후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기자의 길을 선택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의 일원이 되고, 여러 편의 단편 영화에 출연한 만만찮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김동욱의 첫인상은 의 진하림이다. 경쾌하지만 경박하지 않고 들뜬 표정이지만 가벼워 보이지 않는 이 귀여운 남자는 김동욱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과거 커리어를 보완하고도 남을 만큼, 혹은 모두 지워버리고도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고, 심지어 드라마 시청률도 높아 대중적 인지도 역시 높았다. 그래서 하림의 반짝반짝 빛나던 순간만으로 그의 첫인상을 그린 사람들은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진하림 이후에도 이 배우는 부침 심한 이곳에서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이후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그가 보여준 것들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 그것도 긍정적인 대답일 것이다. “하림 말고 다른 모습을 보란 듯이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없진 않았죠. 분명히.” 물론 그 시도가 항상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KBS 시트콤 의 왕삼백의 조금은 얄미운 처세를 보며 쉽게 공감하긴 어려웠고, 를 통해 첫 뮤지컬 무대에 안착했지만 브라운관에서만큼 대중적 파급력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KBS 의 막내 변호사 윤준을 보며 갸우뚱거릴 즈음, 영화 가 개봉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가 수연(이은성)의 거짓말에 속는 의외의 순정파 흥철을 탁월하게 연기하고 800만 관객 영화의 한 축이 됐다는 결과만은 아니다. 조금은 마이너한 수많은 작업을 하다가 “밝고 귀여운 역은 처음이라 배우의 욕심으로” 하림에 도전해 한 번의 정점을 찍은 그의 경력이 완만한 하강과 상승을 그리다 또 한 번의 정점을 찍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즉 그가 만든 두 개의 봉우리는 우연히 터진 잭팟이 아닌, 끊임없는 활동이 그린 파동 곡선의 한 정점들인 것이다.
김동욱의 상승곡선은 어디까지 오를까 부잣집 도련님의 전형적인 철부지 같은 모습에서 벗어난 의 재하가 아주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건 아닐지라도 결국 김동욱이라는 배우가 성장하는 과정의 한 지점으로 이해해야 하는 건 그래서다. 두려워서 그 많은 스케줄에 뛰어들었다는 그는 동시에 “다작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가장 쉬운 방법만 찾고 비슷한 패턴의 연기를 하게 될 수 있어서” 학교에 돌아가 연극 작업을 하는 경험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얼핏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두 가지 태도는 결국 익숙하지 않은 무엇에 스스로 뛰어든다는 점에서 같다. 신체 단련을 위해 트레이닝을 하다 정체기에 빠지면 훈련 패턴을 바꿔 새로운 자극을 줘야 하는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의 연기가 정체되기 전에 새로운 자극을 주며 계속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그의 밝은 얼굴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건, 여전히 하림 같아서가 아니라 그가 여전히, 혹은 우리의 첫인상 이전부터 발전하는 배우 김동욱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그를 향해 다른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완만한 상향과 하향을 반복하지만 좀 먼발치에서 보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이 곡선의 파도를 타고 이 배우는 과연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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