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가 토끼 굴에 빠진 날
앨리스가 토끼 굴에 빠진 날
팀 버튼 감독의 3D 영화 가 제작사 디즈니 때문에 깊고 깊은 토끼 굴에 빠지게 됐다. 디즈니가 의 극장 개봉과 DVD 출시 기간을 대폭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개봉에서 DVD 판매까지 보통 16주 정도 소요되던 기간을 12주로 줄이겠다는 것. 디즈니는 출시 기간의 축소는 불법복제와 대적하기 위한 방법이며, 아직까지는 모든 영화가 아니라 특정 작품에만 해당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실현될 경우, 극장 측은 3D 영화 상영을 위한 기자재 별도 구입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도 장기 상영을 할 수 없어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타 영화사와도 형평성 때문에 또 다시 문제가 된다.

불법 복제 막으려면 극장을 피해라
앨리스가 토끼 굴에 빠진 날
앨리스가 토끼 굴에 빠진 날
이미 미국 내 대형 체인 극장들이 디즈니의 이번 결정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으며, 유럽의 대규모 체인 극장 중 하나인 오데온 (Odeon)은 상영 자체를 거부하고 나섰다. 오데온은 개봉 후 17주에서 12주로 DVD 출시 기간이 줄어들게 된 영국 내의 110개의 극장과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의 체인에서 상영을 취소했다. 그러나 장기 DVD 출시 기간을 갖고 있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내의 오데온에서는 를 상영한다. 특히 오데온 체인의 상영 거부는 의 월드 프리미어가 런던에서 열렸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가진다. 지난해에도 소니사가 배급한 의 DVD 출시 시기를 앞당긴다고 밝혀, 일부 극장주들이 상영을 거부한 바 있다.

한편 디즈니는 아직까지 극장주들과 DVD 출시 시기를 논의하고 있으나, 이 외에도 TV를 통해 직접 구매해 시청할 수 있는 VOD (Video On Demand)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디즈니사는 VOD 상영을 빠르면 개봉 후 50일로 앞당기려고 한다. 지금까지 VOD의 상영을 앞당기는 방식은 대도시 이 외에는 관람하기가 힘든 독립영화나 소규모 작품을 제작 배급하는 IFC나 매그놀리아 등에서만 사용해 왔다.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한 디즈니사의 자구책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의 기회를 위협하는 역설을 낳고 있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