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환 : 룰라의 멤버. 컨츄리 꼬꼬의 멤버. 신나고의 멤버. 라디오 스타의 멤버. 언제나 누군가의 옆에 있었던 남자. 그리고 그들과 함께 즐거운 청춘을 보낸 남자. 하지만 청춘은 지나갔고, 친구들은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그는 어떻게 중년의 나이를 통과할까.
신정환
신정환
신연환 : 중학교 2학년까지 신정환이 쓰던 이름. 신정환은 어머니가 꾼 태몽에서 웬 할아버지가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정환이로 지으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해 신정환으로 이름을 지었다. 하지만 삼촌이 동사무소에 정(廷)을 연(延)으로 잘못 신고, 신연환으로 살았다. 그러나 어머니의 꿈에 그 할아버지가 계속 나타나 “왜 이름을 바꾸지 않느냐”고 호통을 쳐 신정환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이런 개그 같은 사연 때문인지 신정환은 어린 시절 온갖 웃기는 일을 벌였다. 머리가 커서 뛰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반장 선거에서는 친구를 당선시키려고 16장의 투표용지에 친구 이름을 적어 정원 60명인 투표에서 75장의 투표수가 나오게도 했다고.

고영욱 : 신정환과 고교시절부터 알고 지내 룰라와 신나고에서 함께 활동한 동생. 고교시절 신정환은 누군가 자신을 기습할 것을 대비해 가방 안에 각목을 넣고 다니던 싸움꾼이었고, 쉬는 시간마다 짤짤이를 해 담임 교사가 “너만 도와주면 전원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며 허리띠를 붙잡고 때리던 문제아이기도 했다. 결국 그들은 수능 시험도 포기했다. 대신 두 사람은 춤, 음악, 그리고 클럽에 열중했다. 신정환은 단속에 걸리지 말라며 가발까지 주며 고영욱을 클럽에 데리고 다녔고, 낮에 음악학원을 다니고 밤에 DJ를 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이상민을 만나 룰라에 들어간다.

룰라 : 신정환이 속했던 4인조 그룹. 룰라는 ‘100일째 만남’, ‘날개 잃은 천사’ 등을 히트시키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신정환에게 룰라는 굴욕의 역사이기도 했다. 그는 방송에서 하지 말라는 말만 해서, 32비트로 꺾어서 노래를 부르지 않아서, 김지현을 너무 놀려서 사장, 작곡가, 엔지니어, 김지현 등에게 맞고 맞고 또 맞았다. 또한 그는 룰라 1집의 랩 메이킹과 안무를 일정부분 이상 담당하고, 김지현에게 춤을 가르쳐 주는 등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랩 한 소절 제대로 할 기회가 없었다. 결국 신정환은 룰라 1집 활동 이후 군 입대를 했고, 군복무 도중 룰라의 해체 소식을 접한다.

이홍렬 : MC. SBS 당시 컨츄리 꼬꼬에 대해 “나도 너희들이 웃기는 거 방청객에서 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두 사람의 코미디를 좋아했다. 를 기점으로 PD들에게 “너희가 가수냐 개그맨이냐”는 말을 듣곤 했던 그들은 여러 토크쇼에서 활약하며 연예계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컨츄리 꼬꼬에서 랩만 담당해 무대에서는 어떻게든 카메라에 잡히려고 탁재훈 주위를 서성거렸던 신정환은 오락 프로그램에서 드디어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눈앞에 쟁반이 있으면 쟁반 춤이라도 추면서 시선을 모았던 그들은 탁재훈이 엉뚱한 춤이나 개인기로 주목을 끌면 더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이어가는 신정환의 콤비 플레이로 오락 프로그램의 인기 게스트가 됐다. 갈 데 없던 두 명의 가수가 조금 다른 곳에서 자신의 재능을 확인한 순간.

강호동 : MBC , SBS , SBS 의 ‘X맨’ 등에 함께 출연한 MC. 신정환은 강호동의 여러 연애 버라이어티 쇼를 통해 확실한 고정으로 자리 잡았다. 자신이 있는 팀이나 방송에서 나름의 역할은 해도 한 번도 중심에 설 수 없었던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연스럽게 어떻게든 주목 받기 위해 해프닝을 벌이는 캐릭터가 됐고, 낄 때 안 낄 때 가리지 않고 무슨 애드립이든 날리면서 프로그램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세상에는 진지한 사람도 있고, 가벼운 사람도 있다. 나는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진행자의 흐름과 반대 방향에서 가벼운 재미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던 그의 웃음 코드가 과거보다 더욱 다양한 캐릭터가 필요해진 버라이어티 쇼의 흐름과 맞아떨어진 셈. 또한 약자 입장에서 늘 ‘들이대는’ 그의 모습은 강호동 같은 메인 MC를 놀리는 역할도 했다. “진지한 3류 인생이자 2인자”가 자신의 역할을 찾은 순간.

신나고 : 신정환과 고영욱이 결성한 듀오. 신나고는 신정환이 처음으로 메인에 섰던 팀으로, 신정환의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신나고의 음악은 말 그대로 나이트 클럽에서 놀고 즐기기 위한 음악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신정환이 작사한 ‘이쁘니까‘는 “차라리 내가 싫어 나를 떠난다면 언제든 가세요 갈 테면 가라지”라며 가볍고 즐거운 것을 좋아하는 신정환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고영욱은 “룰라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둘 다 나이트 클럽 웨이터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할 정도였으니, 신정환은 자신의 인생을 가장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쁘니까’는 나이트 클럽 음악으로 최대한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신정환은 메인으로 끌고 가기 보다는 주변에서 웃기는 것이 어울리는 인생인 걸까.

탁재훈 : 신정환이 카드빚 200만 원 중 150만 원을 대신 갚아줘 함께 활동한 컨츄리 꼬꼬를 시작으로 10여 년 동안 여러 오락 프로그램에서 함께 한 MC겸 가수. 두 사람은 신정환이 새 기획사와 계약하며 예능과 음악 활동 매니지먼트를 따로 하겠다고 하면서 해체를 선언했다 재결합하기도 했고, 신정환은 탁재훈의 결혼 소식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 하지만 신정환이 도박 사건으로 방송을 중단했을 때 KBS 의 복귀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사람 역시 탁재훈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함께 지내며 단지 사이가 좋다, 나쁘다라고 말할 수만은 없는 것이 두 사람의 관계. 이런 관계는 20년 동안 알고 지내며 온갖 일들이 있었던 고영욱 역시 마찬가지다. 놀기 좋아하고, 때론 실수도 저지르지만 결국 친구들과 함께하는 사람이 사는 법.

라디오 스타 : 신정환이 합류한 새로운 그룹. 김구라가 각종 소문과 기사 등을 바탕으로 게스트를 궁지에 몰아넣으면, 신정환은 말도 안 되는 멘트로 출연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메인 MC가 되겠다는 의지 없이 언제 어느 때든 자신이 웃기는데 집중하는 신정환의 스타일은 MC와 게스트 구분 없이 서로를 공격하는 ‘라디오 스타’와 어울렸고, 신정환의 예측 불능의 언행은 종종 큰 웃음을 선사한다. 김영철이 “대본도 안 봐, 늦게 와, 작가한테 투덜대. 하지만 방송에서는 제일 웃겨”라고 말하고, 신동엽이 “천재를 딱 한 명 뽑으라면 신정환이다. 생각하는 게 지구인과 다르다”고 했던 ‘노력 안하는 천재’가 찾은 최고의 놀이터.

임형준 : 신정환의 친구. 신정환은 그가 이사를 한다고 하자 TV를 선물하기도 했다. 또한 신정환은 고영욱이 군에서 제대하자 생활비 하라며 천만 원을 줬다. 친구들과 티격태격해도 챙겨줄 때는 확실하게 챙겨주는 마음 좋은 친구인 셈. 하지만 신정환은 그런 생활 때문인지 사정이 어려운 임형준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집”에서 살기도 했고, 김건모는 그에게 “잘 나갈 때 미래를 준비하길 바란다”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이 강호동과 유재석 같은 톱 MC와 그들의 ‘라인’이라 할 수 있는 고정 출연자들 중심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 위주로 흘러가면서 신정환처럼 여러 프로그램에서 웃기는 패널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가 거의 직장처럼 다니던 는 폐지됐고, 그가 현재 출연하는 공중파 프로그램은 ‘라디오 스타’와 SBS 뿐이다. MBC 에 출연했던 여러 코너는 모두 폐지됐다. 잘 놀고, 친구들을 만들고, 하고 싶은 걸 살면서 청춘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 의 ‘에코 하우스’에서 목발을 짚고 출연했다. 그건 그가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것일까, 아니면 좀 더 진지해졌다는 증거일까. 한 세월 잘 놀았던 장난꾸러기가 어른이 돼야할 시기가 왔다.

Who is next
신정환과 여러 프로그램에서 함께 한 유재석이 출연 중인 MBC 을 만드는 김태호 PD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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