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vs ‘헌터스’
‘1박 2일’ vs ‘헌터스’
‘1박 2일’ KBS2 일 오후 5시 20분
선착순 복불복에서 잔꾀를 쓴 은지원을 아침가리로 납치하듯 데려갔을 때만 해도, 벌써 3회를 맞이한 혹한기 대비 캠프가 이런 식으로 마무리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학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1박 2일’이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가는 소재 중 하나인 ‘무리와 잠시 떨어진 멤버 잔혹사’의 극한을 보여주었던 이수근 몰래카메라를 이미 보았기 때문인지, 반복되는 집짓기나 혹한기 대비 캠프만의 특별함이 없는 평범한 저녁 복불복은 그다지 큰 웃음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은지원이 보기 힘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며 옷을 벗는 투혼까지 발휘했지만, 처음으로 혹한기 탈의가 이루어졌던 2회 당시 김C의 억울함을 따라갈 수 없었다. 3회에 이르러 혹한기 대비 캠프를 대비하는 법을 깨우친 멤버들은 이전보다 확실히 노련해졌고, 이번 기획만큼은 이런 멤버들의 야생적응력에 제작진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까지 주었다. 하지만 ‘1박 2일’의 ‘리얼’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밤새 내린 폭설에 입소방식대로 퇴소하려던 기상미션은 취소되고 내리막길에서는 안전문제로 차량이나 사륜오토바이를 이용할 수도 없어, 먼저 출발한 강호동, 이승기, MC몽은 차로 꼬박 40분이 걸린다는 길을 눈발을 헤치며 걸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거기서부터, 아니 밤하늘에서 눈이 내렸던 그 순간부터 ‘1박 2일’은 이승기의 표현대로 “진짜 소름 돋는 리얼”이 된다. 발목까지 쌓인 눈 속에서 연기자와 카메라를 든 VJ가 함께 넘어지면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심한 눈보라 속을 함께 헤쳐가면서 만드는 독특한 재미와 풍경은 오랜 시간 조금씩 멤버들과 제작진 사이의 경계를 흐리고, 카메라 안과 밖의 경계를 지워간 ‘1박 2일’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만약 나중에 ‘1박 2일’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면, 3회 혹한기 대비 캠프의 마지막 30분은 ‘1박 2일’의 역사에서 한 시대를 나누는 기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방송 뒤로 ‘1박 2일’의 초반, 독하디 독한 복불복 전성시대를 지켰던 김종민이 돌아온다.
글 윤이나
‘1박 2일’ vs ‘헌터스’
‘1박 2일’ vs ‘헌터스’
‘헌터스’ MBC 일요일 저녁 5시 20분
‘헌터스’는 방영 자체에 여러 가치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겨우 3회째이지만 이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것은 방기를 의미한다. 지난 2회, 올밴이 “사람들이 사정을 잘 몰라서, 자기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니라서 멧돼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대사에서 ‘헌터스’의 무식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렇게 논리 없이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말이나 호랑이가 없어져서 멧돼지가 번식했다는 호랑이가 담배 필 법한 이야기나 모두 생태계를 논하는 척하면서 사냥을 정당화하려다보니 나타나는 무리수다. 궁극의 리얼과 야생을 공익이란 카드와 결합하고 싶었던 것일까. 공익 전문 PD의 야심찬 복귀작은 기획 자체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접어둔다고 하더라도 무리수다. ‘헌터스’는 의 다른 두 꼭지와 달리 눈물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웃길 것인지 도통 감이 안 온다. 아니 답이 안 나온다. 매번 사냥개가 멧돼지를 쫓아다니는 것을 따라다니며 를 찍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멧돼지를 보고 놀라거나 긴장하는 것도 한두 번이다. 헌터스의 기획 의도는 너무나 뻔하다. 농민이 멧돼지에게 고통을 받고 있기에 멧돼지를 잡거나 죽이자는 것. 그런데 이 뻔한 도식이 ‘오해’란다. ‘헌터스’가 제작진의 주장처럼 농민을 위한 공익이라면 멧돼지를 조금 먼 숲으로 쫓아내고 성공했다고 자위하는 것이 과연 어떤 재미와 의미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아니 그에 앞서, 멧돼지를 잡는 데서 웃음과 재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발생 자체가 신기하다. 가장 성격이 유사한 낚시TV도 낚시의 기술과 장비에 대한 해설이 있는데, ‘헌터스’는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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