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이광재 감독, 이나영, 김희수, 김지석. (왼쪽부터)
유빈(김희수)은 아무리 봐도 아빠가 이상하다. 엄마와 새 아빠의 부재를 틈타 고생 끝에 찾은 친아빠인데 영 석연치가 않다. 안길 때 느껴지는 ‘가슴’을 자꾸 ‘갑바’라고 우기고, 집에는 남자 물건 하나 없다. 여자들이 다리 밀 때 쓰는 면도기로 면도 한다고 둘러대고, 축구도 야구도 운동은 아무 것도 못한다. 거기다 꽃무늬 잠옷만 입고,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무래도 아빠는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아홉 살 유빈의 이런 심각한 고민의 끝에 자리한 아빠는 다름 아닌 한 때 `미남이시네요`소리 꽤 들었던 미녀 지현(이나영). 이나영의 훈훈한 남장 모습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제작보고회가 17일 신촌 유플렉스에서 진행됐다. 코미디 영화로는 드물게 400만 관객을 동원한 <7급 공무원>의 제작사, 하리마오 픽쳐스의 두 번째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7급 공무원>의 국정원 특수요원보다 한층 더 강력한 비밀로 무장한 주인공을 내세웠다.



남자였던 과거를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지현(나영)과 사려 깊은 남자 친구 준서(김지석)의 로맨스는 난데없이 끼어든 유빈이 지현을 아빠라고 주장하며 꼬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진짜 성을 찾아 나설 정도로 용기 있는 여자와, 아빠와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 서로 닮은 이들의 불협화음은 함께하는 7일 동안 서서히 화음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과연 물보다 진한 피의 법칙을 지현과 유빈이 증명할 수 있을까? 영화는 1월 14일 개봉한다. 다음은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하이라이트 영상 공개 후 이루어진 기자간담회 내용이다.


아무래도 이나영의 남장한 모습이 눈에 띌 수밖에 없는데, 의외로 남장한 모습도 잘 어울린다.
이광재 감독
: 남장한 모습도 예쁘지만 그래도 여성의 모습일 때가 조금은 더 아름다운 것 같다.
김지석: 지금 자체로도 예쁘지만 남장도 예쁘다. 이나영인데 뭔들 안 예쁠까? (웃음) 아까 대기실에서 오늘 의상의 콘셉트는 자체발광, 조명 없이도 빛날 수 있는 거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이나영: 남장을 했을 때 스태프들이나 감독 등 모든 사람들이 더 편하게 생각하더라. 그리고 새로운 모습이어서 그랬겠지만 더 술렁거리고. 혹시 여자보다 남장이 더 낫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웃음)

“이나영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희수가 부럽다”



이나영 “남자 연기는 정신줄을 좀 놓으면 된다”


김지석 “이나영은 여신님 아닌가”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주로 ‘추리닝’을 입던데. 행동도 굉장히 터프해지고.
이나영
: 보통 영화에서 여자만 연기할 때와 다르게 남자와 여자, 두 가지를 연기해야해서 장단점이 있었다. 여자일 때는 화장도 하고, 자세도 잡아야 되는데 남자는 좀 정신줄을 놓으면 편하게 되더라. (웃음) 물론 평상시에도 그런 옷을 자주 입어서 편하게 했던 거 같다.

김지석은 아역 김희수에게 라이벌 의식 느꼈다는 소문이 있더라.
김지석
: 일단 나는 아직까지도 나영 누나의 전화번호를 모른다. 감히 딸 수가 없었다. 근데 희수는 본인이 알아서 따더라. “누나, 전화번호 뭐예요?”하면서. 그걸 보면서 아 나는 저렇게 쉽게 알 수는 없겠구나 했다. (웃음) 내겐 처음부터 나영 누나가 커보였다. 여신님 아닌가? 그래서 극 중에서 준서가 지현을 짝사랑해서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나왔던 거 같다. 그리고 준서와 지현은 포옹 신은 물론 손 한 번 잡은 적이 없는데, 희수는 포옹도 하고 항상 부러웠다. 거기다 문자도 주고받고. (웃음)

극중에서 남자인 이나영도 매력적이다. 남자 이나영을 친구 삼고 싶진 않았는지?
이광재 감독
: 보면 알겠지만 남장 했을 때 이나영의 외모가 너무 출중해서 친구로 같이 다니면 나한테 불리한 점이 많을 거 같아서 사양하겠다. (웃음)
김지석: 어휴, 남자 이나영이라고 해도 친구하고 싶다. (웃음)

<우행시>, <비몽> 등 전작들이 무거운 작품이었다. 그에 반해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밝은 코미디 영화인데, 작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이나영
: 그동안 쌓인 필모그래피들이 우울하거나 슬픈 게 많아서 코미디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워낙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고, <비몽>과 <우행시> 중간에도 코미디에 대한 욕심은 늘 있었다. 하지만 코미디라는 장르가 표현하기도, 관객에게 웃음을 주기에도 참 어려운 것이다 보니 시나리오를 더 신중하게 고르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워낙 좋아하는 장르이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 싶다.

“웃고 싶고 따뜻한 마음 갖고 싶다면 우리 영화를 권한다”



이광재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성의 특별한 이야기”


김희수 “나영 누나가 맛있는 걸 줘서 고마웠다”
남자라는 역할을 소화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아빠의 모습까지 보여줘야 했다.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이나영
: 아빠 역할을 하는 지현이라는 캐릭터조차도 본인이 남자였던 적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설플 수밖에 없다. 그 어설픔이 어차피 아이 앞에서 지현이 보여주는 아빠의 몸짓이고, 지현의 원래 모습이었기 때문에 내가 남장을 하고, 아빠가 되는 것 자체에 느끼는 어색함과 잘 맞았던 거 같다. 많이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캐릭터를 잡았다.

얼마 전 개봉한 <국가대표>에서는 터프한 이미지였는데, 여기선 로맨틱한 순정파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김지석
: 실제로는 순정파에 가깝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준서가 지현을 짝사랑하는 거에 몰입할 수 있었고. 그리고 촬영이 끝나고는 나영 누나를 쭉 못 봤는데 오늘 보게 돼서 좋다. 왜냐면 난 전화통화도, 문자도 못하는 사이니까. (웃음)

사실 쉽지 않은 소재를 영화화했다. 관객들이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를 어떻게 봐주었으면 하는가?
이광재 감독
: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성의 특별한 이야기로 기대해 달라.
이나영: 새롭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소재일 수 있는데, 그걸 편하게 풀었다는 게 우리 영화의 최대 장점인 것 같다. 따뜻하고 훈훈한 웃음이 계속될 영화니까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김지석: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옴므파탈 이나영’이라고 하고 싶다. (웃음) 우리 영화를 통해 2010년은 패션과 뷰티 모든 게 남장이 대세일 거 같다. 특이하고 편치 않은 소재지만 우리들의 이야기, 옆집 친구의 이야기처럼 풀어가서 자연스럽고 친근하다. 웃고 싶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싶다면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를 권한다.

사진제공. 영화사 도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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