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팍 도사’ MBC 수 밤 11시 5분

“왜 후배들이 저를 무서워할까요?” MBC 의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한 이성미는 이런 고민을 들고 나왔다. 그건 그의 후배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느끼는 것이었다. 그는 작은 체구에 동안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에도 만만했던 적이 없었다. 남자 코미디언 사이에 섞여서 바보 연기도, 외모를 비하하는 연기를 하지 않고도 주인공을 할 수 있었고, 신인 시절의 박미선을 리드하며 보여준 뉴스 쇼 형식의 토크 코미디는 동시대에 주병진 외에는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든 것이었다. 작지만 단단했고, 빈틈이 없었다. 후배들이 그런 선배를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무릎 팍 도사’는 무서운 선배 이성미의 무용담을 끌어내지 않았다. 대신 이성미가 ‘TBC’ 시절부터 방송을 했던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킨 뒤, 모두가 모르거나 까맣게 잊고 있었던 개인사에 집중했다. 그는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 이사를 47번 다녔다. 하지만 그래도 자존심을 지키려고 외모를 최대한 깨끗하게 하고 다녔다. 미혼모가 되고 나서는 아이가 손가락질 받는 게 싫어 아이에게 무서울 만큼 가정교육을 철저하게 시켰다. 바늘 끝 하나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던 이성미의 단단함은, 그리고 강호동 앞에서도 “더 오래 알았으니까” 아직은 유재석과 신동엽이 더 좋다는 그 성격은 자신과 자식의 인생을 지키면서 만들어진 결과였다. ‘무릎 팍 도사’가 다른 토크쇼와 다른 것은 단지 1:1 토크쇼라는 형식만은 아닐 것이다. 이 토크쇼는 게스트에 따라 사람을 드러내는 법을 알고 있다.
글 강명석

‘무릎 팍 도사’ MBC 수 밤 11시 5분
수요일에 꼭 ‘무릎 팍 도사’를 시청하지는 않더라도 오늘의 게스트가 누구인가를 확인해보는 것은 필수적인 일처럼 되었다. 그만큼 ‘무릎 팍 도사’를 시청하게 하는 힘은 게스트에 의해 절대적으로 좌우된다. 이 코너가 토크쇼계의 최강자로 자리를 굳혀 오는 동안 시청자들도 게스트의 유형에 따라 그날의 내용을 미리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예컨대 오늘의 게스트가 기아 타이거즈의 이종범 선수라고 하자. 우리는 감동적이었던 올해 한국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선동열 삼성 감독처럼 해태 타이거즈 전성기를 함께 구축했던 동료 스타들에 대한 일화를 곁들인 그의 화려한 신인 시절을 거쳐 일본 진출의 명암과 서서히 전성기를 지나 온 노장 선수로서의 고뇌, 그리고 마침내 구단의 은퇴 종용을 이겨내고 재기하기까지의 극적인 이야기 전개를 기대할 것이다. 그래서 게스트의 이름은 ‘무릎 팍 도사’의 가장 매력적인 스포일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무릎 팍 도사’의 진정한 힘은 그 전개를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게스트에 집중하며 호흡이 긴 토크를 이끌어내는 형식을 통해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진솔한 감동과 참신한 재미를 건져 올리는 데 있다. 그것이 크게 성공할 경우에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매번 그런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어제의 이성미 편도 아쉬웠던 방송 카테고리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어느 게스트 못지않게 드라마틱한 개인사와 화려했던 전성기를 지나 온 그녀인 만큼 토크의 소재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주로 엄마로서의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그녀의 화려한 경력과 극적인 개인사를 아우르는 생생한 이야기는 끌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가장 아픈 과거를 절제하는 듯 담담히 술회하던 순간처럼, ‘무릎 팍 도사’는 전체적으로 평범한 방송 편에서도 게스트에 확 몰입하게 만드는 그런 몇 장면들을 반드시 남긴다.
글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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