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에 ‘이상형 월드컵’이란 코너가 있는 거 혹시 아세요? 평소엔 무심히 봤는데 지난 번 소녀시대의 윤아가 조인성과 2PM의 닉쿤을 두고 선택을 망설일 때는 제가 다 조마조마합디다. 요즘 ‘니가 밉다 죽을 만큼 니가 밉다’라는 노랫말에 맞춰 고개 도리도리, 발 동동거리는 닉쿤에게 꽂혀버린 터라 심히 갈등이 될 밖에요. 결국 윤아는 조인성을 택했으나 저는 낙심천만일 닉쿤의 순진무구한 얼굴을 떠올리며 윤아를 원망했지요. 낯선 나라에 와 고군분투 하는 아이를 그렇게 매몰차게 내칠 게 뭐람, 하면서요. 정작 닉쿤 본인이야 뭐 아랑곳이나 하겠습니까. 다 저 혼자 긴장했다 흐뭇해했다 하며 생쇼를 하는 거죠. 그런데 사실 이런 얘길 어디 가서 내놓고 할 수 있겠어요? 말로는 “젊게 사시네요”하며 웃는다 한들 속으론 ‘웬 주책?’ 하며 비아냥거릴 게 빤하니까요. 그런지라 ‘아줌마, 그에게 꽂히다’에서 “저희는 엄마 팬이잖아요” 라고 당당히 외치는 여러분들을 본 순간 동지라도 만난 양 반가웠답니다. 황량한 만주 벌판을 외로이 떠돌다가 우연히 독립군 기지를 발견한 독립운동가라도 된 기분이라고 할까요?
아줌마들의 열정에 눈 흘기지 말아 주세요
몇 년 전 배용준에 열광하는 일본 아줌마들을 다들 신기하게 여겼잖아요. 그때 어떻게 가정주부들이 저럴 수 있느냐며 의아해하는 저에게 제 남편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로 볼 때 몇 년 안에 우리나라에도 저런 바람이 도래할 게 분명하다며 오히려 더 열정적이리라 예언하더라고요. 그 말에 반신반의 했었는데 불과 얼마 안 돼 누나 팬, 이모 팬을 넘어선 엄마 팬들이 속속 ‘이리 좋은 걸 왜 이제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고백하게 되었으니 놀랍지 뭐에요. 더구나 단순히 사진이나 UCC 같은 정보를 모으는 소극적인 활동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각종 서포터로서는 물론 봉사활동에도 열심인 모습이 입으로만 좋아했지 어떤 액션도 취해본 적 없는 저로서는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그저 내 자식 걷어 먹이듯 밥 한 끼 따뜻이 먹이고 싶어 도시락 지원을 하신다는 분들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더라고요. 고가의 선물이야 돈을 벌어도 그들이 더 많이 벌 테니, 제 돈 주고 사면 될 테니 절대 하지 않는다는 말씀도 백번 공감이 갔고요. 그런데 문제는 내 자식이려니, 내 조카려니 하며 도닥이는 순수한 마음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아닐는지요. 같은 팬일지라도 아줌마들이 추접스럽게 극성을 부린다며, 수질 저하를 초래한다며 눈 흘기는 젊은 축들도 더러 있다면서요?
시댁 험담, 자식자랑 안 해도 되니 얼마나 좋은지요
하지만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 자체가 나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라는 한 인터뷰이의 말씀이 바로 정답이지 않나요? ‘그’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서로 다르겠지만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라는 점에서만큼은 이심전심일 테니까요. 아이를 낳고 몇 년 간 육아에 갇혀 지내느라 생긴 우울함과 답답증이 ‘그’로 인해 말끔히 해소되었다는 분들도 그렇고, 남편의 사업 실패와 부모님의 간병으로 피폐해진 심신이 위로 받았다는 분도 그렇고, 어찌나 죄다 눈물겹던 지요. 어느 누구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던 엄마와 아내들의 삶에 비타민이자 영양제 노릇을 톡톡히 해준 ‘그’들에게 국가 차원에서 포상이라도 해야 옳지 않느냐고요. 무엇보다 ‘그’를 초대하지 않은 ‘그의 생일 파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저 자식 마음 편히 해주고자 하는 엄마로서의 배려인지라 훈훈했고, 더구나 학부형들이나 동네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오가는 자식 자랑이나 돈 자랑, 시댁 험담 없이 ‘그’라는 공통 주제만으로 대화를 풀어간다는 게 얼마나 건전한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범국민적 캠페인이라도 벌여 홍보할 일이잖아요.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유학 가 있는 아들과의 통화 중에 “아들아, 너무 미안한데 지금은 아들보다 이민호가 좋다, 어쩌노”하시는 한 어머니를 보고 한참을 웃었답니다. 얼마 전 휴가 나온 아들 녀석과 제가 벌인 설전을 보는 듯해서요. 2PM 멤버 우영이의 어릴 적 사진을 들이대며 ‘어릴 땐 오히려 니가 더 귀여웠건만 어쩌다 이리 망가진 것이냐, 우영이는 이 몸매에도 닭 가슴살만 먹는다는데 넌 왜 고기만 밝히느냐’ 닦달을 하자 귀를 틀어막고 괴로워하더니 “이젠 또 우영이야?” 하고 냅다 짜증까지 부리지 뭐에요. 그러면서 부대에 복귀할 때 보니 지는 어느새 챙겨뒀는지 소녀시대 브로마이드를 들고 가더구먼요. 게다가 소심한 복수인지 사물함에 붙여두라고 준 엄마와 누나가 함께 찍은 사진은 책상 위에 버리고 갔어요. 나 원 참. 그래도 이 엄마는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다 이해합니다. 저에겐 우영이가 있으니까요! 이 마음, 여러분들도 잘 아시지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아줌마들의 열정에 눈 흘기지 말아 주세요
몇 년 전 배용준에 열광하는 일본 아줌마들을 다들 신기하게 여겼잖아요. 그때 어떻게 가정주부들이 저럴 수 있느냐며 의아해하는 저에게 제 남편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로 볼 때 몇 년 안에 우리나라에도 저런 바람이 도래할 게 분명하다며 오히려 더 열정적이리라 예언하더라고요. 그 말에 반신반의 했었는데 불과 얼마 안 돼 누나 팬, 이모 팬을 넘어선 엄마 팬들이 속속 ‘이리 좋은 걸 왜 이제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고백하게 되었으니 놀랍지 뭐에요. 더구나 단순히 사진이나 UCC 같은 정보를 모으는 소극적인 활동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각종 서포터로서는 물론 봉사활동에도 열심인 모습이 입으로만 좋아했지 어떤 액션도 취해본 적 없는 저로서는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그저 내 자식 걷어 먹이듯 밥 한 끼 따뜻이 먹이고 싶어 도시락 지원을 하신다는 분들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더라고요. 고가의 선물이야 돈을 벌어도 그들이 더 많이 벌 테니, 제 돈 주고 사면 될 테니 절대 하지 않는다는 말씀도 백번 공감이 갔고요. 그런데 문제는 내 자식이려니, 내 조카려니 하며 도닥이는 순수한 마음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아닐는지요. 같은 팬일지라도 아줌마들이 추접스럽게 극성을 부린다며, 수질 저하를 초래한다며 눈 흘기는 젊은 축들도 더러 있다면서요?
시댁 험담, 자식자랑 안 해도 되니 얼마나 좋은지요
하지만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 자체가 나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라는 한 인터뷰이의 말씀이 바로 정답이지 않나요? ‘그’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서로 다르겠지만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라는 점에서만큼은 이심전심일 테니까요. 아이를 낳고 몇 년 간 육아에 갇혀 지내느라 생긴 우울함과 답답증이 ‘그’로 인해 말끔히 해소되었다는 분들도 그렇고, 남편의 사업 실패와 부모님의 간병으로 피폐해진 심신이 위로 받았다는 분도 그렇고, 어찌나 죄다 눈물겹던 지요. 어느 누구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던 엄마와 아내들의 삶에 비타민이자 영양제 노릇을 톡톡히 해준 ‘그’들에게 국가 차원에서 포상이라도 해야 옳지 않느냐고요. 무엇보다 ‘그’를 초대하지 않은 ‘그의 생일 파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저 자식 마음 편히 해주고자 하는 엄마로서의 배려인지라 훈훈했고, 더구나 학부형들이나 동네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오가는 자식 자랑이나 돈 자랑, 시댁 험담 없이 ‘그’라는 공통 주제만으로 대화를 풀어간다는 게 얼마나 건전한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범국민적 캠페인이라도 벌여 홍보할 일이잖아요.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유학 가 있는 아들과의 통화 중에 “아들아, 너무 미안한데 지금은 아들보다 이민호가 좋다, 어쩌노”하시는 한 어머니를 보고 한참을 웃었답니다. 얼마 전 휴가 나온 아들 녀석과 제가 벌인 설전을 보는 듯해서요. 2PM 멤버 우영이의 어릴 적 사진을 들이대며 ‘어릴 땐 오히려 니가 더 귀여웠건만 어쩌다 이리 망가진 것이냐, 우영이는 이 몸매에도 닭 가슴살만 먹는다는데 넌 왜 고기만 밝히느냐’ 닦달을 하자 귀를 틀어막고 괴로워하더니 “이젠 또 우영이야?” 하고 냅다 짜증까지 부리지 뭐에요. 그러면서 부대에 복귀할 때 보니 지는 어느새 챙겨뒀는지 소녀시대 브로마이드를 들고 가더구먼요. 게다가 소심한 복수인지 사물함에 붙여두라고 준 엄마와 누나가 함께 찍은 사진은 책상 위에 버리고 갔어요. 나 원 참. 그래도 이 엄마는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다 이해합니다. 저에겐 우영이가 있으니까요! 이 마음, 여러분들도 잘 아시지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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