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과 상식을 깨부수는 영화들을 사랑하는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에선 영화 보기의 정석마저 허물고자 한다. 앞좌석을 발로 차지 않기, 떠들지 않기, 소리 내며 음식 먹지 않기 등의 상영관 에티켓을 파괴하는 쾌감을 누릴 수 있는 ‘잇&펀 스크리닝’이 그것이다. 18일 오후 2시, 부천시청에서 상영한 인도 영화 <빌루>는 상영관 입구부터 시끌벅적하다. 엄숙하게만 여겨졌던 시청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묶어 파는 호객행위와 당당히 걸린 ‘음식물 반입’ 공지까지, PIFAN은 신나게 음식을 먹으며 동행인과 떠들기를 장려한다. 사흘 전까지는 제목이 <이발사 빌루>였다가 인도미용협회의 반발로 급하게 이름이 바뀐 <빌루>는 전형적인 발리우드 영화로, 유명배우와 친구라는 이발사 빌루의 말 한마디가 조그만 마을에 불러일으키는 파장이 화려한 춤과 음악으로 신나게 그려진다. 인도의 영화 관람법은 우리나라와는 판이하게 다른데, 웃긴 장면에선 다 같이 발을 구르며 박장대소 하고, 슬픈 장면이 나오면 일제히 대성통곡을 한다고. 손뼉이나 야유는 예사고, 국민적인 스타라도 나오면 환호성까지 지르는 그야말로 난리법석의 현장이다. 그래서 ‘잇&펀 스크리닝’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빌루>는 영화 시작 전 펼쳐진 인도 전통무용 ‘까딱 댄스’ 공연까지, 영화를 보기도 전에 입과 귀와 눈이 즐거운 ‘먹고 즐기는’ 한 판 축제였다.
글. 부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부천=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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