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의 비밀> KBS1 밤10시 중이 제 머릴 못 깎듯이, 의사들이라고 해서 제 질병을 완치시키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현대 의학이 여전히 정복하지 못한 질병인 암의 경우, 아무리 의사라 하더라도 정확한 치료법을 판단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어떤 의사들은 질병 앞에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종양을 벗 삼아 자신의 인생을 묵묵히 살아나간다. 심지어 매일 꾸준히 관찰한 병세를 기록하며 자신을 한 사람의 임상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 암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감사히 살아 갈 수 있는 출발점이며, 종양은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예민한 동반자와 같다. 누구보다 질병의 실체를 정확히 알기에 더 두렵지만, 그래서 더욱 의지를 갖고 삶에 열중하는 암을 극복해 가는 의사 4명을 만날 수 있는 오늘 <생로병사의 비밀>은 아마도 어떤 약이나 수술이 아니라 ‘마음’이 될 것 같다.

<원더풀 사이언스> EBS 밤 9시 50분
투명한 벽을 타고 유유히 헤엄치는 사람만한 물고기를 바라보는 일은 어린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경탄을 자아낸다. 수족관은 다만 다양한 물고기를 모아두었기 때문에 신비로운 것이 아니라, 바다 속의 생태를 종합적으로 재구성한 그 비현실성 때문에 더욱 흥미로운 공간이다. 그러나 수중 생물들을 관리하는 일에는 아주 많은 규칙들이 뒤따르며, 그 속에는 많은 과학적인 비밀들이 숨어 있다. 오늘 방송되는 <원더풀 사이언스>에서는 수족관과 관련한 다양한 과학 상식들을 알아본다. 수족관의 외벽이 유리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가공이 용이한 아크릴이라는 사실부터 좁은 수조 속에서 맴돌다 보니 척추 측만증상이 생기는 상어들의 비애까지 아쿠아리움의 다양한 뒷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8월 방송의 앙코르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의 자리를 메운 긴급 편성 보다는 흥미로운 한 시간이 될 것 이다.

<배트맨 비긴즈> 슈퍼액션 밤 10시
시간이 허락된다면 오후 5시부터 이 채널을 주목해도 좋다. 오늘 슈퍼 액션이 집중 조명하는 인물은 아마도 크리스챤 베일인 것 같다. <프레스티지>(5시)와 <3:10 투 유마>(7시 30분)에 이어 밤 10시부터는 <배트맨 비긴즈>가 방송된다. 아마도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의 개봉에 맞춰 준비한 편성인 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다크 나이트>로 이어지는 <배트맨 비긴즈>의 방송이 유난히 눈에 띈다. 어떤 이들은 개인의 영달과 안녕을 바라기 보다는 사람들의 불행을 막기 위해 제 몸을 던진다. 그리고 그 결과는 때때로 그렇게 성공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몫을 해야만 하고, 그것은 슬프게도 운명과 같은 일이라 고독과 외로움은 언제나 그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브루스 웨인은 심지어 부잣집 도련님이다. 가난이 지겨워 군 제대가 아쉬웠다는, 그야말로 땅에서 나고 땅으로 돌아간 어떤 분이 더욱 애틋해지는 깨달음이 아닐 수 없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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