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tvN 밤 12시 데이비드 테넌트가 <닥터후>에서 하차할 때 그는 평생 자신이 ‘닥터후’의 이미지를 갖고 가는 것이 두렵다는 인터뷰를 한 바 있다. 혹시, ‘영애씨’를 연기하는 김현숙 역시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지 않을까. 벌써 5시즌을 방송 중인 <막돼먹은 영애씨>의 주인공 김현숙은 지난 3년간 누구보다 거칠지만, 그 어떤 사람보다 당당하게 현실의 장애물에 맞서는 시대의 양심, 영애씨로 살아오고 있다. 그러나 연극배우였던 그녀가 ‘출산드라’로 순식간에 유명 개그우먼이 되고, 다시 연기자로 돌아오기까지 예쁘고 날씬하지 않은 여성 연기자로서 그녀의 고민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오늘 <택시>에서는 강인한 겉모습 속에 숨은 김현숙의 속마음이 공개된다. 아울러 그녀와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는 지저분한 섹시녀 도지원 역시 택시에 동승해 막돼먹은 뒷이야기들을 전해 준다고 한다. 분노와 응징 없는 영애씨는 대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신 분들은 채널을 고정하자.

<독수리 오형제> EBS 저녁 7시 25분
기억력이 엉망인지라 고등학교 동창 이름도 벌써 가물거리기 시작하지만, 이 노래만큼은 완창을 자부한다. ‘슈파슈파슈파- 우렁찬 엔-진 소리, 독수리이 오형제!’ 어린 시절, <독수리 오형제>는 딱히 지구 수호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기묘한 코스튬을 굳이 입어야 하는 이유와 아무리 봐도 독수리는 한 마리뿐인데 어째서 ‘독수리 오형제’라고 뭉뚱그려 버리는 것인지 질문이 넘쳐나던 작품이었다. 지금이야 이들의 진짜 이름이 건, 혁, 수나, 뼝, 용이 아니라는 것과 작품의 원래 제목이 혈육의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과학닌자대 갓챠맨>이라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주제곡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유년의 추억에 젖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추억 속의 명작 만화를 방송하고 있는 EBS에서 지난주부터 <독수리 오형제>를 편성했다. 매주 목, 금 저녁에 한편씩 방송되며, 본방을 놓쳤다면 일요일 오전 11시 15분을 사수하면 된다.

<유코의 선택> KBS1 밤 12시 35분
고지서 밖에는 받을 게 없던 우편물 함에 간간이 청첩장이 도착하는 계절이 왔다.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축의금은 애교의 수준이다. 제법 가까운 친구가 결혼을 한다면 웨딩 촬영을 도와주랴, 결혼식 당일에 들러리 서주랴 덩달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기 십상이다. 심지어 친구의 웨딩사진 콘셉트가 고성의 공주와 왕자라거나, 결혼 당일 친구가 굳이 하늘 마차를 타고 내려와 축포 터지는 팡파르를 받겠다고 고집이라도 부리면 그 부담감은 한층 가중된다. 결혼과 관련해 개인의 선택이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비단 한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닌가 보다. 2004년 스위스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유코의 선택>에 등장하는 30살 일본 여성 유코는 3년간 동거한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직업적인 주례신부 앞에서 결혼을 하는 것도, 기모노 치장을 하고 신사에서 전통 혼례를 올리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떤 방법일까.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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