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이아 이론의 신봉자는 아니다. 가이아 이론이 뭐냐고? 한마디로 말하자면 ‘지구는 살아있다’는 이론이다. 지구는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다. 지구는 자신에게 붙어사는 생물들의 삶을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조정한다. 아름다운 이론이다. 하지만 나에게 가이아 이론은 종종 과학이라기보다는 철학처럼 들린다. 듣기는 좋지만 믿기가 좀 껄끄럽다. 하지만 나는 지구라는 생명체가 토해내는 물길을 보며 마음을 바꾸었다. 지난 3월 18일 남태평양 통가의 해저화산 훙가하파이가 분화했다. 수증기 기둥은 1만5천 미터 상공으로 치솟았다. 원자폭탄이 터진 것처럼 거대한 기둥이 해저로부터 피어올랐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기둥은 지상과 우주를 잇는 나무 같았다. 지구가 우주로 내보내는 묘목 같았다. 폭발이 멈추자 작은 섬이 생겨났다. 섬은 제주 성산 일출봉이 처음 태어났을 때와 똑같은 방법을 통해 수면 위로 숨을 토해냈다. 이제 수증기와 함께 피어난 화산재들은 바다위에 단단한 발판을 만들 것이다. 뜨거운 용암이 흘러나와 거친 바닷물의 습격을 막아 세울 것이다. 수천 년 뒤 그곳은 바닷새와 이구아나가 쉬어가는 신세계가 될거다. 이런 위대한 지구의 기적을 눈으로 목도하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구는 역시. 살아있다.

글. 김도훈 ( 기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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