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은 내 운명_ 21세기형 연기자인 호세와 연희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스펙터클 연애 드라마

(본 칼럼은 동봉되어 있는 ‘플짤’들을 함께 감상하시면서 봐야 제 맛입니다)
KBS 인기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 출연 중인 호세에게는 고민이 많다. 요즘 들어 그의 연기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발음이 샌다’ ‘몸 동작도 샌다’ ‘너무 밝힌다’ 등등 그에 대한 부당한 평가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그에게 발로 연기를 한다고 하여 ‘발호세’라는 굴욕적인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하지만 그에게 비판을 던지는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 심각하게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그 드라마가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호세의 유래 없이 독특한 연기력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그 실례로 인터넷에는 이미 그를 추종하는 네티즌들이 생산해 놓은 여러 콘텐츠들이 떠다니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의 그런 공로를 쉽사리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호세는 절망하고 있었다. 그는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강가로 나가 소리를 질렀다.

발남, 발녀를 만나다

그때 한강 다리 밑으로 지나가는 유람선이 보였다. 배 안에서 무척이나 아름다운 한국 여성이 독일어로 무엇인가를 이야기 하고 있었다. 아니, 다시 들어보니 영어였다.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발음, 그 표정, 그 몸동작까지. 호세가 원하는 완벽한 이상형이었다. 그녀라면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그만의 독특한 연기세계를 이해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를 실은 배는 속절없이 흘러가 버렸고 그는 새벽 씨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쓸쓸히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 호세는 운명처럼 만났던 그녀를 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괴로워하며 잊으려고 발버둥을 쳐봐도 그녀는 그의 머리 속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심지어 호세는 그녀를 잊기 위하여 자신의 머리에 스스로 핵 꿀밤을 먹이기도 하였지만 소용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요즘은 새벽 씨마저 호세에게 차갑게 굴고 있었다. 이유는 그가 소녀시대인 그녀 앞에서 개념 없이 원더걸스의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었다. 새벽 씨는 억지로 웃고 있었지만 호세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그에게 멀어져 가고 있었다는 것을.

소원해진 관계를 되돌리기 위하여 두 사람은 잠시 일을 미루고 부부동반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목적지는 꿈의 휴양지 ‘에덴랜드’. 그곳에서 한 시간만, 딱 한 시간만 그 동안의 모든 고민을 씻고 오해도 녹이고 가기로 한 그들은 아이들처럼 신나게 놀았다. 정신 없이 놀다 보니 두 사람은 어느새 인적이 없는 곳에 와 있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리는 개 짖는 소리. 알고 보니 그곳은 무서운 마피아들이 운영하는 사유지였었던 것이다. 개와 사람의 눈을 피해 그들은 수풀 속으로 숨어들어갔다. 숨을 죽이고 바깥의 동정을 살폈다. 그런데 그때 호세의 귓가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아니, 저 여인은?’ 그렇다. 그곳은 연희가 마피아에게 납치되어 감금당하고 있는 장소였던 것이다. 꿈에 그리던 이상형의 여인을 다시 만난 호세의 가슴은 터질 듯 요동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구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이두박근이 튼실한 송승복이라는 터프가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고 그 짙은 눈썹 털을 지닌 남자는 온 몸을 던져 연희를 보호하고 있었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그러나 여러분들의 힘을 믿습니다

‘아, 저것이 바로 진정한 남자의 모습이로구나!’ 옆을 돌아보니 새벽 씨가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역시 자신이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 사람은 바로 새벽 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용기를 낸 호세는 스스로 미끼가 되어 그녀가 탈출할 시간을 벌기로 하였다. 수풀 밖으로 뛰쳐나와 현란한 호세토닉을 추자 마피아들의 이목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악당들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 틈을 타 새벽 씨는 무사히 에덴랜드 밖으로 탈출 할 수 있었고 홀로 남은 호세는 마피아 두목에게 구타를 당하였다. 그러나 풍선에 바람 빠지듯 너무나도 힘없이 쓰러지는 그가 불쌍했는지 마피아 두목은 그를 놓아주었으며 대신 그 조건으로 MBC 나와바리인 이 섬을 다시는 찾지 말라고 경고하였다.

그렇게 서울로 돌아간 호세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결혼생활에 최선을 다하였다. 때로는 연희의 잊을 수 없는 목소리와 얼굴표정들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새벽 씨를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가슴속에 어쩔 수 없는 슬픔이 몰아칠 때면 그녀를 처음 보았던 강가로 나가 소리를 지르곤 하였다. 그러면 왠지 누군가가 위로해 주는 듯 마음이 한결 편해지곤 했다. 방송사가 다르기에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던 호세와 연희의 슬픈 러브스토리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TV에 이들 같은 제2, 제3의 발 연기자들이 계속 등장하는 한 플짤 드라마는 사라지지 않고 그 생명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어디서? 인터넷의 푸른 바다에서. 누구에 의해? 바로 당신, 네티즌 여러분들의 손에 의해.

김종민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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