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워낭소리’, ‘음반판매 1위 기염’, ‘서태지, 장기하와 한 무대’.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장기하라는 이름으로 검색한 최근 뉴스들의 카피들이다. 지난 가을 즈음 장교주 신드롬과 함께 인디 신의 아이돌로 떠올랐던 장기하는 지난 2월 27일 1집 앨범 발매와 함께 인디 뿐 아니라 대중가요계 전체에서도 가장 핫한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반응에 누구보다 심드렁한 건 바로 장기하 본인이다. 음악적인, 그리고 음악 외적인 관심과 기대에 대해 ‘고맙지만’이라고 단서를 달면서도 결국 주위의 기대와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살 것’이라고, 가장 중요한 건 ‘재미’라고 말하는 이 심드렁한 젊은 뮤지션에게 1시간 밖에 못 자고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의 생활은 어떤 의미일까.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먹고 살 정도만 벌면 좋겠다”

조금 피곤해 보인다.
장기하:
어제 킹스턴 루디스카의 단독 공연에 게스트로 출연했다가 아침까지 뒤풀이를 했다. 거의 1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10시에 MBC 라디오 ‘좋은 아침 이문세입니다’ 생방송에 출연했다. 오기 전에 인터뷰도 하나 하고 좀 힘들지만… 마음 편히 진행하라. 하하.

작년 여름 이후 신드롬을 만들며 유명해진 것도 있을 거고, 이번 1집 발매에 따른 스케줄도 있을 텐데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확실히 바빠진 것 같나.
장기하:
글쎄, 작년 11월? 그 때 정말 바빴던 것 같다. 인터뷰를 굉장히 많이 했고 공중파 방송 출연도 많이 했다. KBS <이하나의 페퍼민트>, MBC <음악여행 라라라>, 광주MBC <난장>, EBS <스페이스 공감> 같은 프로그램들. 그러다 12월에는 앨범 작업 때문에 불러주는 곳에도 가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제 좀 열심히 다녀야지.

<음악여행 라라라>에 나왔을 때 멤버들이 돈 되는 공연 좀 많이 알아보라고 하던데.
장기하:
돈 들어오는 공연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멤버들에게 도움이 되니까. 클럽 공연 같은 경우는 돈이 거의 안 됐는데 요즘은 돈도 좀 들어오고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니까 계속 해야지. 대신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분들이 부르는 행사에선 돈을 충분히 받는 게 좋다. 우리가 땅 파서 음악 하는 건 아니니까.

공연도 공연이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음반 판매다. 일일 음반판매량에서 1위도 하면서 처음 찍은 8000장이 다 나갔다.
장기하:
고마운 일이다. 일단은 인디 밴드를 시작할 땐 누구나 ‘내가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해선 불투명하게 시작하지 않나. 그런데 지금 수익이 나고 있다. 그게 일단 감격적이다. 나는 많이 벌고 싶은 생각은 없고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먹고 살 정도만 벌면 좋겠다.

공연과 음반 수익으로 이제 밥값이랑 술값, 차비는 해결한다고 들었다.
장기하:
‘싸구려 커피’로 활동하던 중 그렇게 됐다. 사실 장기하와 얼굴들을 처음 결성했을 땐 방송국 기자 서포트 아르바이트도 했다. 타이핑도 하고, 가끔 외신 들어오는 거 요약도 하며 두어 달 일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용돈 벌어 쓰다가 가을에 코스모스 졸업하면서 확실히 부모님 용돈을 끊은 거지. 지금은 아르바이트 없이 음악만으로도 용돈 없이 지낼 수 있다.

“‘별일 없이 산다’는 정말 쉽게 했다. 내 스타일대로 그냥 하면 되는 곡이라서”

이런 게 결국 붕가붕가 레코드가 표방하는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의 일부일 텐데 이번 앨범을 집이 아닌 공장에서 찍은 것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다.
장기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의 방법론이 오직 가내수공업인 것은 아니다. 우린 애초부터 싱글로 모은 돈으로 프레스 찍자는 모토였기 때문에 싱글이나 EP만 수공업으로 하고 정규앨범은 공장에서 제작한다. 실제로 장기하와 얼굴들 1집은 붕가붕가의 네 번째 공장제 대형음반이다. 처음엔 관악청년포크협의회라는 밴드가 붕가붕가 레코드의 탄생을 알렸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청년실업 1집이 나왔던 거고, 브로콜리 너마저의 EP가 공장제로 나왔다. 앞으로도 나올 게 많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1집도 곧 나올 거다.

좀 더 좋은 여건에서 만들어서인지 음반의 사운드가 훨씬 풍부해졌다. 특히 음반 발매 기념 공연에서 ‘앨범으로 들어주길 바란다’고 했던 ‘달이 차오른다, 가자’는 공간감이 풍부해졌는데 녹음하면서 원했던 사운드가 쉽게 만들어졌나.
장기하:
생각보단 금방 나왔다. 처음에 소스 받고 믹싱을 하는데 1차 가믹싱이 나온 걸 들었을 땐 ‘시간이 많이 걸리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았다. 하지만 믹싱 담당하는 나잠수 군과 작업하다보니 말이 굉장히 잘 통했다. 내가 이런 점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하면 그걸 금방 캐치한다. 나는 프로그램이나 이런 걸 조작하는 걸 모르니까 추상적으로‘무언가 비어있는 느낌이다’라는 식으로 말을 하면 나잠수는 그게 이론적으로 어떤 부분을 건드려야 하는지 찾아서 수정했다. 피드백이 굉장히 빨랐다.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은 없었나.
장기하:
‘나를 받아주오’ 보컬을 계속 녹음했다. 기본적으로 녹음할 때 당연히 여러 번 녹음해서 그 중 좋은 부분을 골라서 쓰는데 그 정도 작업을 하나의 세션으로 치면, 그걸 세 차례 정도 했다. 사실 공연할 때 어렵게 느꼈던 곡은 아닌데 녹음하려고 하니 의외로 느낌을 내기 어려웠다. ‘그 남자 왜’에선 민기가 리듬기타를 녹음하는데 펑키한 느낌을 살리느라 좀 오래 걸린 게 있었고. 반면에 ‘나와’라든지 ‘별일 없이 산다’는 정말 쉽게 했다. 내 스타일대로 그냥 하면 되는 곡이라서.

그냥 하면 된다는 건 그냥 자기 부르기 편하게 만든 곡이란 건가.
장기하:
그렇다. 완전히 내 본위로 내가 부르기 편하게, 내 호흡에 맞춰 만든 곡이다. 그래서인지 남들이 내 노랠 부르는 걸 들어보면 그렇게 복잡한 노랜 아닌데 비슷하게 부르진 못하는 것 같더라.

그렇다면 먼저 말을 해서 그 호흡에 맞춰 곡을 붙이나, 아니면 곡부터 작업하나.
장기하:
가사만 먼저 나오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가사와 멜로디가 같이 나오거나 멜로디가 먼저 나왔던 거 같다. 기타를 퉁기면서 작업할 때도 있고, 나중에 집에서 녹음해보면서 반주도 입혀보고 편곡도 하면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 내가 거의 완성된 데모를 만들어서 멤버들에게 들려주고 거의 그대로 연주를 한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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