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지진희가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리더의 탄생을 예고하며 시청자들을 안방극장 1열로 이끌었다.
‘60일, 지정생존자’에서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이공계 박사 출신 환경부 장관 박무진(지진희 분)이 60일의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우리가 알고있는 전형적인 지도자들과는 전혀 다른 인물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리더십은 물론 화려한 언변, 능수능란한 협상의 기술 같은 건 박무진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는 변죽 좋은 성격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학교에서 연구에만 몰두하던 학자였다.
그런 박무진을 정치무대로 불러들인 사람은 바로 양진만(김갑수 분) 대통령이었다. 양 대통령은 박무진에게 미세먼지를 해결하라며, “정치는 몰라도 정책은 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과형 인간 박무진은 정치적 사안 역시 정확하게 도출된 데이터로만 판단하며 문제를 일으켰다. 미국과의 FTA 재협상에서 잘못 계산된 데이터를 사용한 미국의 보고서를 문제 삼으며 협상을 위기에 빠뜨리고 만 것.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고 난 후에도 박무진은 여전했다. 연설비서관 김남욱(이무생 분)은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가 박무진이 옆에 있는 줄 모르고 ‘신데렐라’, ‘낙하산’ 이라며 그의 뒷담화를 했다. 거침없이 솔직한 발언을 이어가던 김남욱이 박무진을 발견하고는 무안해하자, “주어진 데이터 안에서 빠른 판단을 내린 거죠”라고 대응하던 에피소드 역시 박무진의 ‘데이터주의’를 엿볼 수 있던 웃지 못 할 해프닝이었다.
지금까지의 드라마에서 사람 좋은 정치인들은 많이 봐왔지만, 박무진처럼 ‘데이터주의’ 지도자의 모습은 처음이다. 페트병을 재활용하기 위해 그 안에 다른 걸 버리지 못하게 한다거나, 물을 아끼기 위해 세면대 수도꼭지를 꼭 잠그는 등 환경부 장관으로서 작은 것에서부터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원칙주의자로서의 모습도 낯설게 느껴진다. 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박무진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자신이 늘 그랬던 것처럼 데이터를 찾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 과정에서 박무진이 보인 세심한 성격도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없다고 자존심마저 없는 건 아니다”라며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북한과의 대화를 유도했고, 전쟁만 생각하는 고위관계자들과 달리 잠수함에 갇혀 생명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먼저 생각하기도 했다. 정치에 앞서 인간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그의 모습은, 힘의 논리를 더 우선시하는 극 중 기존 지도자들의 모습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며 새로운 지도자의 탄생을 예고했다.
박무진은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자리에서 그만의 원칙과 신념으로 전쟁 위기를 막았다. 그가 대한민국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그간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가 앞으로 당면할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어떤 모습의 리더로 성장할 지 ‘60일, 지정생존자’를 계속 지켜보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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