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MBC 새 드라마 ‘이몽’의 김승모 CP와 윤상호 감독이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이몽’ 감독과의 대화 행사를 열고 있다./사진 제공=MBC
MBC 새 드라마 ‘이몽’의 김승모 CP와 윤상호 감독이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이몽’ 감독과의 대화 행사를 열고 있다./사진 제공=MBC
“‘이몽’은 약산 김원봉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가 아닙니다. 의열단을 대표하는 김원봉 선생과 함께 여성 독립운동가, 임시 정부 내에서도 다른 노선을 걷던 분들이 함께 독립을 위해 움직여나가는 이야기입니다.”

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MBC 새 드라마 ‘이몽'(극본 조규원) 감독과의 대화에서 윤상호 감독과 함께 참석한 김승모 CP의 말이다.

‘이몽’은 일제 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이요원)과 무장 비밀결사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이 펼치는 40부작 첩보 액션 드라마다.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MBC가 약 200억 가까이 투자해 제작한 대작이다. 현재 최종회를 탈고하고 편집은 약 30부작까지 완료된 상태다.

MBC 드라마 ‘이몽’의 윤상호 감독./사진 제공=MBC
MBC 드라마 ‘이몽’의 윤상호 감독./사진 제공=MBC
메가폰을 잡은 윤 감독은 드라마 ‘태왕사신기’ ‘사임당 빛의 일기’ ‘탐나는 도다’ 등 다양한 시대극을 연출해왔다. 윤 감독은 ‘이몽’을 선택한 계기에 대해 “선택한 이유보다는 다른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의 기획을 맡은 김승모 CP와 묘한 인연이 있다. 김종학 감독을 함께 모신 사이”라며 “젊은 시절 나를 울린 ‘여명의 눈동자’의 김 감독을 대선배로 모셔왔기에 연출을 하는 동안 늘 제2의 ‘여명의 눈동자’를 만들고 싶다고 염원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좋은 계기가 되어서 그런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이몽’을 만나게 되지 않았나 한다”고 덧붙였다.

MBC ‘이몽’에서 약산 김원봉 역을 맡은 유지태 스틸컷./사진제공=MBC
MBC ‘이몽’에서 약산 김원봉 역을 맡은 유지태 스틸컷./사진제공=MBC
김승모 CP는 “임시정부수립100주년을 기념해서 이런 드라마 하나 없으면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께 너무 죄송할 것 같아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자금 면에 있어서 리스크가 있어도 (이 드라마를) 꼭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시대를 살아간 분들을 ‘역사라서’ ‘위인이라서’ 기억하기보다는 가슴으로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라마로 만들었다. 시청자들께 뭔가를 전달한다기보다 드라마의 인물들을 좋아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역사책에서도 잘 알려진 김원봉과 함께 당대에 있을 법한 새로운 인물들을 그려넣었다. 조선 최초의 여성 의사라는 설정의 이영진이 그런 예다. 조선인으로 태어났지만 일본인 가정에서 자라게 되는 그는 이후 독립군 밀정이 되어 활약한다.

윤상호 감독은 독립운동가이지만 북으로 향했던 약산 김원봉의 삶을 다루는 데 대한 부담을 묻자 “우리 드라마는 약산 김원봉 선생의 일대기가 아니다. 굉장히 예민한 소재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일대기를 다루는 건 쉽지 않다. 김원봉이라는 인물이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열단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서 일본에게 위협적이었던, 모두가 알고 있고 알아야하는 단체다. 그 단체를 역사적으로 덮을 수는 없다. 그래서 김원봉이라는 인물을 상징적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허구의 여성이 등장해 독립운동을 향해 나아가는 다이나믹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영진 캐릭터는 이름이 덜 알려진 여성 독립운동가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영진 캐릭터가 정말 특이한 게, 일본의 가정에서 자란 캐릭터다. 우리가 지금도 일본의 물건을 소비하면서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봐도 이영진 캐릭터의 의미가 있다. 다양한 맥락을 담는다”고 설명했다.

MBC ‘이몽’에 출연하는 배우 이요원./사진제공=매니지먼트 구, 이몽 스튜디오 문화전문회사
MBC ‘이몽’에 출연하는 배우 이요원./사진제공=매니지먼트 구, 이몽 스튜디오 문화전문회사
‘이몽’은 MBC가 막대한 지원을 해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최근 100억을 투자한 ‘아이템’을 비롯해 MBC 드라마들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이에 대해 묻자 윤 감독은 “시청자들이 좋아할지 않을지는 하늘만이 안다”면서도 “하지만 ‘이몽’은 재미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구한말을 다루며 화제가 됐던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의 차별점도 밝혔다. ‘이몽’은 그 이후의 시대를 다룬다. 1920~30년대의 이야기다. 윤 감독은 “독립운동 자체에 대한 패배 의식도 있던 격동의 시기”라며 “여러 노선으로 갈리는 때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또 “훨씬 모던한 감수성이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몽'(異夢)의 제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윤 감독은 “제목은 ‘다른 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몽’은 독립이라는 하나의 꿈을 두고서도 당시에도 여러 노선으로 갈리던 시기를 다룬다”며 “독립을 두고 각자 다른 생각들이 정말 많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지금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생각이 달라서 싸우지 않나. 그런 이야기가 우리 드라마 안에서 재미있게 들어가 있다. 그 안에서, 그 갈라진 노선 안에서도 독립이라는 하나의 꿈, 즉 ‘일몽(一夢)’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전작이 ‘사임당 빛의 일기’였는데 ‘이몽’은 그 작품과 많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전작은 드라마 주인공인 사임당의 정적인 느낌을 살렸다. 그런데 ‘이몽’은 첩보 액션이고 인물 자체의 선이 강하고 두껍다. 이번 작품을 가장 힘 있게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작품이 거의 끝을 보는 단계에 있다. 유지태 씨는 극 중 상황만 이야기해도 눈물을 흘리더라. 그럴 정도로 배우들이 상황에 이입돼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중량감이 남다른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몽’은 내달 4일 오후 9시 5분 첫 회를 공개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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